유정아의 서울대 말하기 강의 - 소통의 기술, 세상을 향해 나를 여는 방법
유정아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아무렇게나 소리 낸 다고 하는 게 아니다.

 

이게 말이야, 방구야.’하는 은어를 많이 쓴다. 대다수 사람들은 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말을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상대방이 납득할 수 없는 말을 쏟아내는 말이라면 더 이상 귀는 열리지 않는다. 그 말은 더 이상 소통하는 수단이 아니다. 그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내가 하는 이 과연 상대방이 들을 수 있는 인가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 내 자신을 돌아보지 않는다면 입에서 내는 파장은 더 이상 이 아닌 방구처럼 타인에게 민폐를 끼칠 수도 있다. 타인에게도 말 잘하는 사람이 되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서울대에서 인기 강의였다고 한다. 시간표가 열리면 10초 만에 마감되는 강의. 우리 학교에서 그런 인기 강의는 교양 합창이었다. 이 강의가 인기 있었던 이유는 단순하다. 3학점을 시험이나 점수에 대한 고통 없이 쉽게 학점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 책 뒤편에 나오는 강의계획서를 봤다. 말하기 강의는 오히려 반대였다. 거의 매 시간이 시험이고 스피치 과제가 있었다. 그럼에도 인기 있었던 이유는 아마도 학생들이 느끼는 말을 잘 하고 싶은욕구에서 나온 게 아니었나 싶다.

 

2.마음을 열어야 말을 듣는다.

 

강의는 말이란 무엇이고 왜 굳이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한다. 말이 우리 인류에게 중요함을 인식한 후 말을 하는 에 대해 제대로 인식해야 한다는 걸 강조한다. 일단 에 대해 미사여구를 빼야 한다. 타인에게 보이는 내 모습에 신경 쓰지 말자. 정말 있는 그대로 를 타인에게 보여줘야 한다.

건강한 소통을 위해서는 우선 자신을 평가하는 습관부터 버려야 한다.(26)

진심으로 말해야 한다. 자신을 알고 내가 이해한 것을 그대로 말해야 소통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친숙하고 재미있으며 자신이 참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말할 때, 비로소 타인에게도 진정한 정보를 전해줄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115)

똑똑함만으로 말을 잘한다고 할 수 없다. 저자는 제자들과 토론대회에 참여한다. 탄탄한 논지를 통해 상대방을 설득시키는 대회다. 주장하고자 하는 바를 제대로 인지하고 제대로 말을 해야 하는 지식뿐만 아니라 민첩성도 요구하는 어려운 대회다. 강한 주장과 함께 촘촘한 근거를 대며 상대방을 제대로 설득했다고 생각했던 팀은 놀랍게도 고배를 마셨다. 이유는 그들이 말하는 어투가 공격적이고 강한 어조 때문에 상대방 뿐 아니라 제 3자인 심사위원에게 좋은 점수를 얻지 못했다. 오히려 상대방 의견을 충분히 들어주고 인정해주며 자신 논리도 놓지 않았던 팀이 승리를 얻었다.

내 빛을 엷게 하여 먼지와 같이 하다라는 뜻의 이 말은, 세상이 꼭 빛나는 어떤 것으로 채워지거나 움직이지 않는다는 씁쓸한 진리를 상기시키기도 하지만, 세상과 사람을 좋은 의도로 바꿔나가고 싶은 빛나는 존재들이 세상을 얻으려면 자신의 빛을 엷게 하여 세상의 먼지와 나란히 할 줄 알아야 한다는 귀한 진리를 일깨워준다.(241)

 

3.말은 생각을 지배한다.

 

내 생각이 말로 나온다. 반대로 말이 생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말은 중요하다. 말을 통해 생각이 커진다. 저자는 그렇기에 말을 주고받는 행위는 중요하고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오랜 시간 침묵을 강요받았다. 어릴 때 어른이 말씀하시면 조용히 하라고 했다. 수업시간에도 조용히 하라고 했다. 다 큰 후 내 생각을 말하면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험을 통해 우리는 계속 침묵을 학습한다. 그건 옳지 않다고 말한다.

생김새가 다르고 순간순간의 행동이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머릿속 생각도 저마다 다르니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운 거라고. 시끄러운 게 정상이라고. 작년 우리나라를 방문한 콘돌리자 라이스 전 미국 국무장관도 민주주의란 원래 좀 시끄러운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시끄럽지 않고 고요한 상태는 전체주의 국가나 일인독재정권하의 태풍전야 때나 가능할 것이다.(229)

지은이는 한 챕터 내내 여성주의적 말하기에 대해 강의했다. 이제껏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함을 전제로 말하는 데 익숙하다. 계속 그런 언어를 쓴다면 더 이상 생각에 발전은 없다. 그렇기에 이제껏 습관적으로 쓰고 있는 옳지 않은 언어습관에 대해 고쳐야 함을 이야기한다.

사람의 학습 효과란 무서운 데가 있어서 다른 성에 대해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고착화된 편견은 꽤 단단해 쉽사리 바뀌지 않는다. 그러나 소수의 여성을 여자 일반이라 생각해 그에 대한 소통 방법만을 매뉴얼화 해놓은 남성은 대다수의 여성과의 대화에서 자주 당황할 수밖에 없고 늘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성 역할이 다를 뿐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다. 사람이라는 공통 기반 위에서 남녀가 각각의 고유성을 갖는 것임을 나부터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한다. 여성이란 명사는 그런 의미에서 보통명사이자 고유명사인 것이다.(178)

 

4.말은 소통이다.

 

말은 타인과 연결될 때 진짜 이 된다. 오로지 자신 생각만 하고 일방적으로 하고 싶은 논지만 강요한다면 더 이상 그건 이라 할 수 없다. 지은이가 전하는 진정한 말하기강의를 읽으며 소름끼치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쩌면 우리는 평생 다운 말을 못하고 살다 죽을 수도 있겠다는 것. 타인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게 말하기에 전제 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린 더 이상 이기적이고 나 중심적인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하고 비로소 말다운 말을 할 수 있다.

나를 잘 알고 이후 타인을 나만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래야만 타인이 갖고 있는 생각을 내 생각만큼 중요하게 여길 수 있다. 내 입장이 있듯 타인 입장도 소중하다는 존경이 있어야만 마음 문이 열린다. 처음 의미 없는 말로 소통을 시작하더라도 상대에게 마음을 열어야 한다. 그래야만 그들도 마음을 열고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것이다.

 

아주 쉽고 단순한 사실임에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내 딸들에게도 그런 대화를 해 왔는지 나를 다시 반추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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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17-10-03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은 내용이라 공감이 큽니다. 말이 타인과 연결될 때 진짜 말이 된다에 밑줄 긋어 둡니다. 혼잣말이 아니라 말로써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이 드러나는 것이니까요. 남이 있어야 드러내는 것이 의미가 있고요.
즐거운 추석 맞으시길! ^^

책한엄마 2017-10-03 15:53   좋아요 0 | URL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읽고 나서는 끄덕끄덕 드곧바로 행동할 듯 이해를 하면서도 직접 하려고 하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더더욱 이런 책을 더 많이 읽게 됩니다.몇 번이고 읽고 습득하면 언젠가 완전히 몸에도 새겨지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해서요.

오거서님 즐거운 추석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