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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제정신 - 우리는 늘 착각 속에 산다
허태균 지음 / 쌤앤파커스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사는 건 힘들다.
최소한 나는 숨 쉬는 일도 참으로 힘든 일이라고 생각한다. 힘든 일에 보상이 따라야 한다. 그게 얼마나 힘든 일인가? 사람은 그래서 ‘정신 승리‘를 한다. 그게 바로 저자인 ‘허태균‘교수는 우리는 가끔만 제정신이고 착각 속에 산다고 말한다. 어떤 내용에 대한 책을 쓰려고 벼르다가 찾은 책이다.
사실 나는 이 책을 아주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읽지 않았다. ‘시이소오‘님 서평이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내가 의도하는 바와 저자가 주장하는 길은 완전히 반대다. 저자는 어이없게도 ‘그냥 착각 속에 살아가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세상이 고정된 가치를 제공하라고 해도 나는 나만의 ‘착각‘ 안에서 살자는 이야기다. 예전에 읽었던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란 책을 읽고 개나리 문학당 식구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떠올랐다.
이반 일리치는 죽어가고 있다. 사회적으로 성공 가도를 달리던 이반 일리치가 순식간에 죽음 앞에서 굴복하고 만다. 이 책을 읽으며 ˝과연 죽음 앞에서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은가, 아니면 끝까지 살아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도록 하는 게 좋은가?˝에 대한 토론을 했다. 이 또한 ‘착각하게 하라.‘라는 의견이 생각보다 많았다. 그 의견이 무시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그 ‘죽음‘이란 진정한 두려움을 경험한 분이 하신 말씀이기 때문이다.
착각은 과연 나쁜 것인가? 이 책을 통해 한 번 생각할 만한 주제다. 힘든 세상에 가끔 필요한 조미료 정도 될까? 항상 유기농 재료와 건강식품만 먹다가 보면 (초딩 입맛인 사람이라면) 정신이 피폐해질 수도 있으니 말이다. 이 생각에 대해 한 번 깊이 생각해 볼만한 주제란 생각이 든다.
그래도 가끔 현실을 보자.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인도 카스트 제도. 이 제도는 아주 단단한 ‘착각‘ 속에 유지된다. 최상위 계층은 노예의 노동을 착취하고 살고 있다. 노예는 강한 착각 안에서 기꺼이 자신이 가진 노동력을 입에 풀칠할 수준 임금을 받고 내어준다.
이는 ˝내가 이번 생에서는 이렇게 힘들게 살지만 다음 생에서는 이렇게 살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이 기저에 깔려있다. 달라이 라마를 제외하고 전생을 기억하는 사람은 없다. 달라이 라마를 보면서 믿는 것은 그들이 가진 자유지만 과학적으로 증명되지 않는 믿음으로 ‘착각‘을 하며 이 생을 살아나가는 것이다.
만약 이들이 ˝다음 생은 없고 이번 생이 중요하다.˝라는 각성을 했다면 과연 순순히 저렇게 삶에 순응하며 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도 비슷한 제도가 있었지만 가끔 ‘제정신‘인 노비들이 봉기해서 가끔 난을 일으키기도 했다. 물론 결론은 모두 불쌍하게 끝났지만 말이다.
저자는 그런다. 가끔은 제정신으로 삶을 돌아보자고. 그러면 타인이 무조건적으로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가 생각한 ‘착각‘이란 메커니즘이 어쩌면 앞서 얘기한 ‘노예근성‘이나 ‘정신 승리‘의 다름 말이 아닐까 조금은 씁쓸해진다. 우리는 희망을 갖고 변혁시켜 나가면 안 된다는 말인가?
평생 우리는 현실을 바라보지 않고 ‘착각‘ 안에서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야 한단 말인가?
좋은 책이지만 반대합니다.
나는 이 책에 별을 무려 다섯 개나 줬다. 먼저 저자가 내놓은 사례들이 이해하기 쉬웠다. 그 사례가 그냥 있는 것이 아니고 저자 전공인 ‘심리학‘ 안에 있는 이론을 끌어 써 심리학 입문서 역할도 톡톡해 담당했다. 그렇기에 이 책에 별을 뺄 이유를 찾지 못했다. 마지막에 ‘제정신‘이 돌아올 때 우리가 가질 실익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이 있음까지 내가 보기엔 흠 없는 책이었다.
그렇지만 결국 내가 이 저자 결론을 잘못 알았다는 사실을 강연을 통해 확인했다. 그냥 ‘착각‘ 안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게 기본 생각이었구나. 이미 그는 우매한 군중을 그냥 ‘우매‘하게 살아도 괜찮다고 다독이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매트릭스에서 레오가 굳이 ‘약‘을 먹지 않고 그 프로그램 안에서 살아도 괜찮다며 다독이는 게 그가 말한 결론이었다.
책은 좋고 좋다. 그러나 교수가 주장하는 바는 강하게 반대한다.
세상에 100% 옳거나 100% 틀린 생각은 없기에 우리 사회에는 회색분자가 많이 필요하다. 양비론자가 많다는 얘기는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진, 오히려 깊은 고민을 해본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274)
참고로 이 책과 다음 읽지 않을 책 ‘어쩌다 한국인‘ 책 내용을 종합하여 봤을 때,
에니어그램 3번 유형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