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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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anyone can be cynical.)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고.
(Dare to be optimist.) p.268
저자 글을 보면 친구가 생각난다.
십오 년 전 단대 건물 지하에서 같이 라면을 먹었다. 친구는 ˝난 라면은 안 먹어.˝라고 자신 원칙을 얘기하며 단칼에 거절했다. 참 나는 그 모습이 좋았다. 돈을 나눌 때 50원 단위까지 챙겨 주는 친구. 누군가에 대해 감정보단 이성으로 공평하게 대했던, 뭐든 열심히 하는 친구. 이 책을 보면서 그 친구가 생각났다.
어떤 일이든 열정적으로 살아온 저자. 그렇기에 대학 시험에 수석을 했고 어렵다는 사법시험에 붙고 연수원에서 되기 어렵다는 판사가 됐다. 정말 머리가 좋은 사람. 이 분과 내 친구 공통점을 그렇다. 삶을 살아가면서 어떤 시련이나 스트레스 안에서도 기어코 의미를 찾아낸다. 만약 실수가 있다면 그 답을 찾고 스스로 발전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나를 위한 최선인 행동 ˝을 한다. 이렇게 어렵게 깨닫게 된 자신이 겪은 삶에 대한 좌표를 공개하기를 꺼려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절대, 절대 유명해지기 위하거나 거대한 야망이 숨어있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 일 또한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뿐이다.
이 책은 `개인 주의자`라는 자극적인 생각을 먼저 내세웠다. 먼저 난 나를 먼저 생각한다는 `개인주의자`에 대한 생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다음 판결과 주위에 있었던 신변잡기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 부분은 책이나 영상을 보고 생각해 본 세상에 대해 적었다.
왜 개인주의 자인가
저자 내면에 대한 내용이다. `나란 누구인가? 왜 나는 이런 책을 쓰고 있는가?`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를 참 개인적으로 특이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무척 좋아하고 주위 다른 사람이 내 삶에 대해서 재단하는 것을 끔찍이 싫어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은 하지 말라고 해도 굳이 해야 한다. 그렇지만 하기 싫은 일은 정말 싫어하는 자신을 `개인주의자`라고 칭한다.
보통 `판사`가 책을 낸다고 하면 이런 생각을 한다. `아, 조금 있으면 대권에 도전하겠구나.`라고. 아니면 정재계에 많은 연줄을 얻기 위해 내는 글이라고. 자서전처럼 거창하게 자신이 한 선의를 멋있게 포장한 책일 거라고 오해할 수 있다. 조금만 읽어보면 그 오해가 풀린다. 그는 그런 일은 질색이다. `판사`라는 직업을 사랑하고 소소한 `글`을 쓰는 행동은 좋아한다. 그뿐이다. 그냥 쓰고 싶고 다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딱 그 정도. 더 이상 나가는 것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이다.
자신은 야한 책을 좋아한다거나 어렸을 때 조국 교수님을 보고는 홍콩 배우가 왜 여기 있냐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박장대소했다. 자신이 더 이상 부귀영화는 바라지 않는다는 내용은 상상으로 대신 얘기한다.
최후의 오지 여행을 하며 유서처럼 페이스북에 일기를 쓰는데 이게 또 어떻게 사람들의 눈길을 끌어 중계방송 보듯 찾아보는 이들이 늘어나고, 기사화되더니 팬덤 형성. 응원의 메시지에, 따라 걷는 순례자들이 속출하며 일이 커진다. 어느새 그런 관심에 중독되어 신경 안 쓴 척 실제로는 엄청 신경 쓴 사진과 감동적인 한마디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세상의 반응을 즐기기에 이른 노인이 삶에 대한 의욕이 과다 충전된 나머지 `고독의 끝에서 생의 의지를 발견하다`어쩌고 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소리를 하며 도시로 복귀. 그동안 적은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여 돈도 벌고 멘토 행세하다가 선생님 선생님 하며 따르는 미로 여대생과 눈이 맞아 이태리 멋쟁이 노인 흉내를 내며 스키니진 입고 스카프 두르고 데이트 다니다가 민족정론 디스패치에 대서특필, `늙으면 죽어야지` `지랄도 풍년`이라는 어제의 팬들의 댓글 러시 속에 이혼당하고 무일푼으로 전락. 그러고는 독거 노인이 되어 <대장금> 재방송을 무한 반복 시청하며 수명만 대책 없이 연장해놓은 과학자와 의사들을 저주.....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
`오체불만족` 저자 오토다케 ˝여성 5명과 불륜˝ 파문
[앵커]베스트셀러 `오체불만족`의 저자인 `오토다케 히로타다`의 불륜 사실이 폭로됐습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희망을 선사해왔는데요.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습니다.이정헌 도쿄 특파원입니다.[기자]2011년 5월 일본의 한 야구장.[오토다케 히로타다 : 마음을 담아서 던지겠습니다.]불편한 몸이지만 멋지게 시구를...

타인을 통해 성장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판사 유감`이라는 책을 살짝 읽었다. 그 책에서는 대부분 판사로 재직 중 생겼던 일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와 같은 맥락에 선 내용이 많은 부분이 2부에 있다. 사회적 약자들. 알고 보면 억울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 대한 사정을 듣고 판결을 내리는 판사 입장에서 쓴 글이다. 법리 해석이 앞서기 때문에 판결로는 얘기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부분을 이 부분을 통해 쓰고 있다.
참 위험한 일이다. 판결이란 굉장히 사적인 영역이다. 이 부분에 대해 타인과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지 않고 자신 생각만을 쓰는 일은 외줄 타기나 다름없다고 본다. 문유석 판사 인터뷰를 보면 오히려 이런 아슬아슬함을 즐긴다고 하신다. 어쩌면 그가 `개인주의자`이기에 가능한 일이란 생각이 든다. 오늘을 더욱 즐기는 후회 없는 삶. 카르페 디엠.
절망으로 끝나는 글은 쓰고 싶지 않다. 어리석더라도 작은 희망의 불씨라도 보고 싶다.(140)
차가운 세상을 따뜻하게 바라보기
사람 간 어려운 사정을 해결하는 판결하는 입장에서 더 나아가 시야를 넓게 본 내용을 적었다. 사회에서 일어났던 큰 사건들인 세월호 사건, 국제 테러 행위, 그리고 사회 계층 간 불화에 대한 내용들을 다뤘다. 가장 기억에 남는 내용은 저자가 일 년 동안 하버드 로스쿨에 유학하며 겪었던 미국에 대한 풍경이었다. 미국은 빈부 격차가 정말 크다. 사실 가장 선진국이지만 가난한 사람들은 교육수준과 삶의 질이 정말 낮다. 저자는 그들이 배우지도 않고 그저 국가가 주는 돈에 의지하며 사는 모습을 보며 공화당 부자들이 세금을 내기 아까워하는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했다. 다른 편에서 보면 선진국에 이르기까지 노동자 계급이 열심히 일하지 않았다면 그 수준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시대가 변하며 토사구팽 당한 그들이다. 이 사실을 보며 안타까워한다.
인간 사회는 참 묘해서 교과서처럼 정의가 늘 승리하지도 않고, 거기 앞서 무엇이 정의인지도 정의하기 어렵고, 분명히 선의에서 비롯한 정책이 오히려 사람들의 고통만 심화하기도 하고, 인간의 능력과 노력에는 슬프지만 많은 격차가 있고, 빈곤과 불평등에는 사회가 책임질 부분도 있지만, 개인이 책임져야 할 부분도 분명히 있다. (239)
사실 이 부분을 보고 `판례를 많이 보면 이렇게 만연체가 되는구나..`를 여실히 깨달은 부분이었다.(살짝 위로받았습니다. 판사님.)
부정을 긍정으로
저자 본인은 자신을 `개인 주의자`라고 칭했다. 그게 나쁜 말일까? 내 스스로에 집중하는 삶 말이다.
책은 내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을 향하고 사회를 향하고 있다. 어쩌면 내 자신을 정확히 알기 위한 노력 중 하나가 아닐까 한다. 보통 우린 나 자체도 모른 채 타인을 보고 세상을 마음대로 생각한다. 그렇기에 내가 아니고 세상이 잘못되고 타인이 나쁜 것이라고 쉽게 단정하고 평가한다.
저자는 판사다. 타인을 평가하고 단정하고 벌을 내리는 사람이다. 그런 분이 `나 밖에 모르는 사람`이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그렇지 않은 분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우리에게 저자는 이렇게 말하는 듯하다.
˝타인을 평가하고 싶어요? 먼저 나를 알고 나 스스로에게 떳떳해지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글을 써 봐요. 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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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6-03-25 18: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토다케는 행복하기 위한 삶의 방식을 많이 강조하던데 너무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만 살았던 것 같아요. 육체적 쾌락 또한 개인의 행복을 충족시키는 행위입니다. 그런데 쾌락이 주는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바람에 불명예스러운 일이 발각되고 말았어요. 그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인가 봅니다.

책한엄마 2016-03-25 18:09   좋아요 0 | URL
오-어쩌면 그도 지독한 개인주의자였군요.하지만 판사님이 주장하는 `합리성`, 즉 타인에게 상처주지 않는 예의는 없었나봅니다.아내와 그가 쓴 책으로 용기를 얻었던 사람들을 우롱했어요.사회에서 떳떳한 개인주의자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조건이 충족해야 한단 생각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