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양장)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12년 1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통해 나는 내가 갖고 있던 많은 생각에 대해 바꿀 수 있었다.
먼저 일본 문학은 재미없다는 편견이 없어졌다.
더 나아가 히가시노 게이고에게 빠졌다.
이 사람은 자동차 회사 엔지니어 출신이었다. 공모한 소설에서 입상한 뒤 칼같이 회사를 관둔다.
몇 년 동안 배고픈 예술가 시절을 보내다가 결국 아내와 이혼도 한다.
뭐 지금은 책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올리고 계심.
오사카 출신 공대생 출신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만세!!!

기계 공학은 매우 섬세한 감각을 타고나야 한다.
만약 몇 미리만 맞지 않는다면 기계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런 그 전공의 특성이 그대로 책에 들어가 있다.
많은 책 속의 인물들이 관련되지 않은 듯 갑자기 나타난 것 같았다.
그러다 마지막에 이르면 이들이 모두 인연이 있던 사람들로 퍼즐이 다 맞춰지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완성된다.
동화 같은 이 소설도 그렇다.
이 소설에 가장 중요한 장소는 두 곳이다.
책의 제목인 나미야 잡화점과 고아들을 키웠던 환광원이다.
나미야와 환광원 설립자 마나즈키 아키코는 한 때 서로 눈이 맞아 도망가려고 했다가 마음을 접은 인연이 있었다.
환광원에서 만난 세 친구 쇼타와 고헤이 아쓰야는 나미야 잡화점이라는 지금은 운영하지 않는 듯한 가게에 들어간다.
이곳은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것 같다.
우유통을 통해 고민 편지가 들어오고 장난으로 보낸 편지는 다시 답장으로 돌아온다.
이들과 편지를 나눈 사람은 두 여자와 한 남자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남자친구를 가진 시즈코와 그 사촌동생이자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호스티스 일을 하고 있는 하루미다.
또 다른 남자는 유명한 뮤지션을 꿈꾸지만 현실 때문에 생선가게를 물려받아야 하는 마스오카 가쓰로.
이 삼총사들은 미래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과거의 세 사람에 대한 고민을 현재 상황에 맞게 이야기해 준다.
시즈코가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현재 시즈코란 여자가 이름난 메달리스트가 아니기 때문에 남자친구에 집중하라는 조언을 할 수 있었다.
하루미가 돈을 벌고 싶다는 얘기에 과거부터 지금까지 일본의 경제상황을 알기에 경제 흐름에 대한 예언 같은 조언이 가능했다.
마쓰오카 가쓰로가 만든 노래는 지금 유명한 가수가 부르는 노래로 그에게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알려줄 수 있었다.
후에 마쓰오카 가쓰로는 불이 난 환광원에서 세리의 동생 다쓰를 구하고 목숨을 잃는다.
마쓰오카에 대한 감사함에 세리는 가수가 되어 그의 노래를 부른다.
새리의 매니저를 맡고 있는 가와베 미도리의 딸 또한 나이먀 잡화점과 인연이 있다.
가와베 미도리양이 결혼한 남자와 사이에 아이를 임신해서 나오미 잡화점에 고민을 써서 보냈던 것이다.
나미야씨는 아마 미도리양이 답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가 원하는 답에 확신을 주지만 후에 그녀가 자살한 것을 알고 상실감에 빠진다. 하지만 미래에서 온 답장을 보며 자신이 했던 일이 의미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세리의 매니저인 미도리 딸이 자신의 엄마는 자살한 것이 아닐 것이라며 내게 삶을 선물해준 엄마와 나미야씨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미래에서 온 편지가 올 수 있었던 이유가 30년 후에 자신의 자손이 블로그에 낸 공지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나오미는 아들 다카유키에게 자신이 죽은 30년 뒤 내게 고민을 얘기했던 사람들이 답장을 달라는 언지를 올려달라고 부탁한다.
다카유키의 손자가 블로그에 그 공지를 올리게 된다.
와쿠 고스케라는 부잣집 아이는 졸지에 부모님의 사업 실패로 빚독촉을 피해 도망간다.
도망 가는 중에 너무 저렴하게 판 비틀스 lp 판에 대해 아버지께 혼이 나 홧김에 부모님으로부터 도망쳐 나온다.
새로운 이름으로 살게 된 고스케는 환광원에서 나무 공예를 하는 예술가가 된다.
우연히 자신의 lp판을 갖고 있는 친구가 차린 술집에 들어가게 되면서 자신의 부모님이 자살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고스케는 잠시 환광원에 맡겨졌던 하루미에게 다람쥐 나무 공예품을 선물한 인연이 있었다.
하루미는 이모할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해 할머니의 집을 샀고 자신이 가진 부로 지금 문 닫을 위기에 있는 환광원을 구하고자 고향으로 돌아왔다.
일본의 불경기 때문에 벌이가 없는 삼총사 쇼타, 고헤이, 아쓰야는 돈이 많아 보이는 하루미가 소유한 건물에 들어가 도둑질로 한 탕하려고 하지만 돈이 될만한 것이 없다. 하루미와의 대화를 통해 하루미가 자신들과 편지로 대화했던 호스티스 출신 여자임을 알게 된다. 다시 나미야잡화점에 돌아가 무심결에 넣었던 아쓰야의 백지에 대한 나미야씨의 답장을 받으면서 책이 끝난다.
이 복잡하지만 모두 연결되어 있는 인간관계 안에서 나의 모습들이 보인다.
그리고 고민을 얘기해주는 나미야의 입을 통해, 혹은 삼총사의 짓궂은 답장을 통해 위로를 받게 된다.
전에 읽었던 `공중 그네`와 비슷한 느낌도 받았다.
가벼우면서도 나를 위로하는 책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시한부 남자친구를 둔 올림픽 대표를 준비하는 펜싱 선수 달 토끼와의 글을 보면서 의외의 결론에 의아했다.
삼총사들은 그저 단순하고 명료하게 자신의 입장에서 글을 썼을 뿐이다.
모든 일이 끝났을 때 달토끼는 자신에 대해 간단히 정리하고 있다.
이 내면에 대한 정리는 결코 이 세 친구들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이제야 말씀드리지만 맨 처음 상담 편지를 드렸을 때, 내 마음은 올림픽을 단념하는 쪽으로 기울어 있었어요. 물론 사랑하는 사람의 곁을 지키면서 마지막까지 돌봐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지만, 실은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니었어요.
그즈음 저는 훈련을 받으면서 막다른 벽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능력의 한계를 절실히 느끼는 하루하루였어요. 라이벌들과의 경쟁에도 지쳤고 반드시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저를 짓눌렀어요. 그래서 도망치고 싶었던 거예요.
그가 암 선고를 받은 게 바로 그런 때였어요.(77)

이는 분명 아들러가 주장한 `용기의 심리학`에 적용되는 결론이다.

가수 지망생 가쓰로의 이야기를 읽었을 때는 내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다시 이 부분을 읽었더니 `인사이드 르윈`에서 나온 시카고의 사장에게 들은 그 얘기와 많이 겹치는 느낌이다.

음악 평론가를 소개해준 손님이 가쓰로를 대신해서 물어봐 주었다. ˝프로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가쓰로는 바짝 긴장했다. 음악 평론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볼 수 없었다.
잠깐 뜸을 들인 뒤에 흐흠 하고 음악 평론가는 신음을 냈다.
˝그쪽으로는 생각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고개를 들었다. 어째서입니까,라고 물어보았다.
˝자네만 한 수준으로 노래하는 사람은 여기저기 널려 있어. 목소리에 개성이 있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그것도 없고.˝
딱 잘라 말하는 바람에 가쓰로는 대꾸조차 하지 못 했다. 스스로도 잘 알고 있는 일이었다.
˝곡은 어떻습니까? 제가 듣기에는 괜찮은 것 같은데요.˝동석했던 마스터가 물었다.
˝아주 좋아. 아마추어가 만든 곡 치고는.˝음악 평론가는 밋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딱 그 정도 수준이야. 아무래도 기존의 곡이 떠올라버린단 말이야. 한마디로 신선한 맛이 없어.˝(100)

미래에서 온 감사의 답장을 보면서 나미야씨가 말한 부분 또한 인상 깊다. 아무래도 이 소설은 일본에서 `미움받을 용기`라는 책의 영향을 아주 많이 받은 듯하다. 이 책이 우나라처럼 일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었나?

˝조금 전에도 말했잖아. 중요한 건 본인의 마음가짐이야. 내가 보낸 답장이 누군가를 불행하게 만들었을까 봐 마음이 괴로웠는데, 가만 생각해보니 우스운 얘기다. 나처럼 평범한 영감의 답장이 남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힘 따위, 있을 리 없어. 그건 완전히 기우였어.˝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아버지의 얼굴은 흐뭇해 보였다.(208)

하루아침에 빚 때문에 야반도주했던 고스케 이야기. 이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이 잘 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주위의 많은 도움과 희생으로 인해 현재의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야반도주 직전에 어머니가 했던 말이 되살아났다.
나도 그렇지만 네 아빠도 너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있어. 네가 행복해지기만 한다면 무슨 짓이라도 할 거야. 목숨까지도 걸기로 했어.
그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지금의 자신이 존재하는 것은 부모님 덕분이었다.
고스케는 머리를 저으며 위스키를 꿀꺽 들이켰다.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 부모 때문에 나는 하지 않아도 될 고생을 했다. 이름까지 버려야 했다. 현재의 풍족함을 거머쥘 수 있었던 것은 온전히 나 혼자만의 노력 덕분이었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313-314)

세상의 모든 존재는 양면을 갖고 있다. 아무리 좋아 보이는 면도 나쁜 점이 있다. 나쁘기만 하다고 생각한 일들이 어쩌면 다시 내 인생에 있어 꼭 필요한 깨우침을 준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존재에 대해 존중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생각을 고스케의 이야기를 통해 깨닫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나미야씨 흉내를 내며 미래 사람으로서 과거 사람들에게 조언을 주었던 삼총사에게 나미야씨는 편기를 보내온다. 이 삼총사들은 세상에 대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젊은이들이다. 일본과 우리나라의 현재는 참 비슷한가 보다. 알고 보면 우리나라도 북한이 대륙을 가로막고 있어 일본과 같은 섬나라와 다름없다. 그래서인지 현재의 사람들의 심리가 서로 이어진 면이 많은 것 같다. 취업은 되지 않고 물가는 계속 오른다. 하루 종일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집값은 무심한 듯 저만치 올라가있다. 그래서 청년들은 희망을 잃어버린다. 삼총사들처럼 법을 어기는 편법을 써서라도 사회 구성원에 편입되기 원한다. 이렇게 지쳐있는 청춘에게 백지를 본 나미야씨는 이에 맞는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어쩌면 이 소설은 소설을 가장한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 우울한 등장인물들 사정을 보면서 내 힘든 일에 대입하여 공감을 얻고 진심을 담은 나미야와 도둑 청년 삼총사의 편지를 통해 위로를 얻는다. 각자 인연을 통해 사람들 간의 관계에 대한 소중함까지 느낄 수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능수능란한 필력이 독자의 눈을 사로잡는다. 한 인물에 대해 빠졌다가 또 다른 일을 통해 다른 인물을 알게 되고 또 다른 사람과 관계를 갖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는 나를 발견한다.
마지막 나미야씨의 편지를 끝으로 글을 끝맺을까 한다.
요즘 사는 게 지치고 힘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힘을 낼 수 있게 하는 책으로 조심스럽게 추천한다.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마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446-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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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1-27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1-27 21:33   좋아요 1 | URL
오-정말요?그럼 이 책 대단한 책이에요.

2016-01-27 21: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한엄마 2016-01-27 21:36   좋아요 0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서니데이 2016-01-28 18: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꿀꿀이님 , 좋은 저녁시간 되세요.^^

책한엄마 2016-01-28 18:31   좋아요 1 | URL
네!서니데이님 덕분에 저녁이 기다려져요.^^

커피소년 2016-02-05 22: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러 서재에서 많이 소개된 책이네요. ㅎㅎ 히가시노 게이고 책 꽤 읽은 편이지만 이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 했습니다. 재미있을 것 같네요.

책한엄마 2016-02-05 22:39   좋아요 1 | URL
전 이 책이 처음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었어요.
일본 작가들은 정말 저랑 안 맞는단 생각을 하던 중 제 편견을 깨 주었던 반가운 작품이었어요.^^

이수인 2017-08-11 14: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에도 나미야 할아버지가 있었어요!
책을 읽는 내내, 나에게도 ‘나미야 할아버지‘와 같은 존재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페이스북에 ‘나미야 잡화점을 현실로‘라고 검색하니 실제로 누군가가 익명 편지 상담을 운영하고 있더라구요.
namiya114@daum.net 여기로 편지를 받고 있고, 광주광역시 동구 궁동 52-2, 3층 나미야할아버지 로 손편지를 보내면 손편지 답장도 받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마 이 책을 읽으신 분들이라면 대부분 저같은 생각을 한번쯤 해보셨을 거라 생각돼 이곳에 공유합니다.

책한엄마 2017-08-11 15:01   좋아요 0 | URL
와!!신기하네요.
이런 꿀같은 정보 감사합니다.^^
하나 하나 읽고 답해주는 건 꽤나 귀찮고 까다로운 작업이죠.그걸 진짜로 해준다니-정말 감사하고 고마운 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