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쓰는 엄마 - 이번 생(生)에 나를 살릴 방법을 발견하다
윤슬 지음 / 담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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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서평을 쓰기 위해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자주 쓸때는 1일 1서평 쓰다가 거의 일주일만에(?) 서평을 쓰려니 뭔가 엄청 어색하다. 바쁜 와중에도 틈틈히 책을 읽었지만 서평을 남기기까지 여유는 없었다. 사실 이번 글도 약간은 의무감으로 책을 읽고 글을 남긴다. 책 한 권을 내려면 얼마나 힘든지 알기에, 나의 이전과 다른 태도로 책을 대해 작가님께 조금 송구스럽긴 하다.

사실 『글 쓰는 엄마』 이 책은 질투심에 서평단 지원을 해서 받아본 책이다. 우선 제목이 나를 사로잡았고, 나도 이런 주제로 글을 쓰고 싶단 생각이 있었기에 어떻게 이 주제로 글을 쓰셨나 궁금했다.

이번 생(生)에 나를 살릴 방법을 발견하다

 

부제목도 맘에 든다. 저자 윤슬님은 도서출판 '담다'의 대표님이시다. 아침에 잠깐 찾아보았는데 '윤슬책방'이라는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계신듯 하다. 독서지도사, 평생교육사, 인생 상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성인과 주니어를 대상으로 독서모임과 글쓰기, 책 쓰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저서로는 『오늘, 또 한걸음』 , 『책장 속의 키워드』 , 『살자, 한번 살아본 것 처럼』 , 『기록을 디자인하다』 , 『글쓰기가 필요한 시간』 , 『시간관리 시크릿』 등을 썼다.

 

목차는 위에서처럼 간단하다. 1부는 글 쓰기에 대해, 2부는 엄마의 삶에 대해 기록한다.

삶을 유지하는 것, 되돌아보는 것, 한 걸음 나아가는 것 모두 용기가 필요했다.

나는 그 용기를 글쓰기로 배웠다.

그뿐만 아니라 순간적인 감정의 변화에 휘청거리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도

함께 배웠다.

오늘도 어디선가 날아온 무법자가 내 안의 어떤 것을

건드리는 느낌에 대한 글을 쓰면서

아침을 열었다.

세상과 보폭(步幅)을 유지하고,

나만의 보법(步法)을 잊지 않게 위해,

뚜렷한 목표와 체계는 없지만

확장하는 삶을 위해, 오늘도 나는 글을 쓴다.

『글 쓰는 엄마』

직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과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의지의 발견은 글을 쓰는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그 특권을 꼭 누렸으면 좋겠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26

리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도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새로운 도구가 아닌 새로운 생각, 새로운 역할, 새로운 인식인지도 모른다. 진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보이지 않는 진짜, 지금 우리에게는 진짜를 가려내는 눈이 필요하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30

 

 

위의 문장을 보면서 '진짜를 가려내는 눈'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을 쓰는 것은 이미 하고 있기에, 글 쓰는 것이 삶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다움에 대해 고민하다.

이렇게, 저렇게라는 의도성보다 오히려 우연을 가장한 행동이 더 근원적일 수 있다. 반복적인 행동이라면 더욱 그렇다. '나다움'에 대한 사적적인 정의를 찾는 것이 아니라면, 지금까지의 흔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긍정이나 부정의 평가가 아닌, 어떤 것을 해왔는지, 무엇을 했었는지, 판단 없이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략) 인생이 우리에게 던진 질문에 대해 '행동'이 '생각'보다 많은 메세지를 담고 있다. 보다 더 진실하고 명쾌하게 묘사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다움'의 해답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나다움'도 행동이나 태도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거기에 평소 어떤 말을 자주 하는 지 살펴보는 것도 좋은 접근 방법일 수 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33-34

 

 

'나다움'에 대한 고민을 가장 많이 할 때가 언제일까? 아무래도 정서적 격변기를 맞이하는 '청소년기'와 아이를 낳고 바뀐 삶을 살아가는 '엄마로서의 시간'이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자면 의도치 않은 사회적, 국가적 격변기인 지금의 '코로나시대'가 아닐까 싶다. '대면, 비대면'이라는 이상한 신조어가 나타나고 사람들과의 교제도 실물영접이 아닌 '영상'으로 하는 이 시대일 것이다. 여기 저기서 코로나 이전 시대로는 우리가 돌아갈 수 없으니 포스트 코로나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나는 비록 워킹맘이고 휴가조차 마음대로 낼 수 없는 시간제 직장인이라 이 사태에도 아이들을 긴급보육으로 어린이집에 맡기고 출근을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남들보다는 비교적 기존의 삶과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는 있다. 뉴스를 봐도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반복적으로 쏟아져 나와 뉴스를 안 본지 오래되었다. 그러다보니 조금 덜 불안하고 덜 우울해하며 일상을 살아낼 수 있었다. 내가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며 사회적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 노력했더니 일상이 어떻게든 살아졌다. 어서 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길 바라지만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기에 앞으로의 나의 삶에 대한 고민을 더욱 깊게 하게 된다. 그런 고민들 속에 '나다움'에 대한 발견도 가능해 질 것이라 생각한다. 그 과정이 난 어렵지만 기대된다.

로나가 아니더라도 세상은 변화를 추구한다. 어떻게 보면 변화는 과정이며, 살아있음의 반증이다. 멈춘다는 것이 죽음이며, 이별이다. 코로나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코로나의 역사에 밀려 자신의 역사까지 포기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코로나로 인해 일상의 수레바퀴가 잠시 주춤거리기는 했어도, 그 지점에서 다시 출발하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예상하지 못한 방향, 생각지도 못한 속도였다. 그런 상황이면 세게 한방 맞을 수밖에 없다. 나비처럼 춤추다가 벌떼처럼 달려들면 어떨 수 없는 일이다.

(중략) 무슨 일이든 손에 익으면 익숙해지고, 익숙해지면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코로나였든, 아니었든, 어느 상황에서든 익숙함이 있었고, 지루함이 있엇다. "하지 않을 이유"와 "할 수 없는 이유"는 항상 존재했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44,48

글쓰기는 나를 알아가는 학습의 시간이었다. 나와 화해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며, 복잡한 것 속에서 일련의 구조를 만들어 보는 실험의 장이기도 했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림으로 그려지지 않아도 괜찮았다. 글을 써 내려가면서 느끼는 만족감,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확신은 내게 일어난 문제 앞에서 당당함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왜 그런 선택을 했었는지, 마음 상태나 생각이 어떠한지 머릿속에서 상상으로 끝내는 것이 나니라 종이 위에 펼쳐놓은 것만으로도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들었다. 그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에게 가장 필요한 힘이 무엇인지도 덤으로 배울 수 있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51

한창, 육아로 지쳐 있을 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많은 것을 실험했다. 한 두 번의 글쓰기로는 아무 효과를 기대할 수 없지만 꾸준한 글쓰기는 정말 많은 변화를 가져온다. 그래서 저자의 말에 깊이 공감했다.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

모두 비슷하구나. 노력하니까 힘이 드는 거구나. 노력하지 않으면 힘들 일도 없을텐데 말이야. 모두 노력하면서, 방황하면서 살아가는구나'

『글 쓰는 엄마』 페이지 63

 

요즘 몸도 마음도 지쳐가면서 나도 '뭔가를 하려고 노력하니까 힘이 들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일을 벌이지 않고 단순하게 주어진 일만 해도 이렇게 힘들진 않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힘들다고 멈추긴 싫다. 아직 시작인데, 이렇게 포기하기엔 너무 이른 듯하다. 얼마동안 방황할지, 얼마동안 헤맬지 모르겠지만 이런 과정속에 분명 깨달음이 있을테니 멈추지 말고 계속 노력해야겠다.

...그렇게 하얀 종이는 나의 선택을 받아주었다. 모든 순간, 모든 감정에 대해 판단 없이 받아주었다. 큰 호흡이 나올 때까지, 큰 울음이 나올 때까지, 가슴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모든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하얀 종이는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엄마가 된 나에게, 엄마가 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주었다. 편견 없이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주었다. 내 이름을 잃어버린 것 같은 절망감에 빠졌을 때도 그랬다. 속상한 마음에 가슴 무너져 내린 날에도, 나라는 존재의 쓰임을 확인받지 못한 날에도 하얀 종이의 위로는 계속되었다.

『글 쓰는 엄마』 페이지 113

글쓰기는 참 이상하다. 어느 때는 즐거우면서도 어느 때는 무척 힘이 든다. 내 삶속에서 뺄래야 뺄 수 없는 친구 였다가도 갑자기 등을 돌리고 싶은 친구가 되기도 한다. '하얀 종이는 모든 순간, 모든 감정에 대해 판단 없이 받아주었다. 큰 호흡이 나올 때까지, 큰 울음이 나올 때까지, 가슴이 말랑말랑해질 때까지 모든 시간을 허락해 주었다' 이 문장에 가슴에 와닿는다. 난 아무래도 평생을 무언가 끄적이고 살아야 할 듯하다. 아직은 말보다 글이 편하다. 내 안의 내가 너무도 많다는 걸 알기에 하얀 종이에라도 조심스레 끄집어 내어 살펴봐주고 보듬어줘야 할 것 같다.

이번에 만난 책, 『글 쓰는 엄마』 는 나처럼 책 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춰볼 책이다. 책도 가볍고 글밥도 많지 않아 편하게 읽을 수 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 속지가 두꺼워 책장이 자꾸만 넘어가서 꼭 붙들고 읽지 않으면 놓쳐버린다.

"글 쓰는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문구로 위로를 받으며 책장을 덮는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솔직한 글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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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사랑하는 연습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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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요즘 날 스스로 지치게 한 것 같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시간을 분단위로 쪼개 살려고 하고 아이들과 있는 시간에도 다음 할 일들을 머릿속으로 상기시키기에 바빴다. 그런 나를 좀 쉬게 하고 여유를 가지라고 말해주는 것 같은 따뜻한 책을 만났다. 전에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라는 제목의 에세이로 만나 그 때도 숨가쁘게 지내느라 힘들었을때 심심치 않게 위로를 받았는데 이번에 만난 책도 참 좋았다.

주식회사 부크럼의 대표이자 SNS 구독자 20만의 스타 에세이스트, 많은 젊은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그의 책을 보고 있노라면 '나를 사랑한다'는 것이 거창한 것이 아니구나를 새삼 깨닫는다.

이번 책은 특히나 '성립'작가의 개성있는 드로잉이 책 곳곳에 담겨서 책 속의 문장과 잘 어우러진다.

 

책은 총 3챕터로 이루어져있다.

Chapter 1 주변에서의 연습

Chapter 2 애정에서의 연습

Chapter 1 인생에서의 연습 이다.


Chapter 1 주변에서의 연습


페이지 14

모두가 복잡한 관계 속에서 더럽혀지며 살고 있다. 당신이 살아갈 삶 동안 끊이지 않고 일어날 관계의 문제에 있어, 대부분은 '싫어하는 것'의 요점을 파악하면 쉽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

지금 옆에 있는 연인과 잘 지내려면 그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발견해 그것을 하지 않으면 된다는 말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편안한 관계가 되면 그게 쉽지 않은 듯 하다. 신경을 좀 덜 쓰게 되기 때문일까.

페이지 17

상대에게서 "너라면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어." 이런 식의 말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정확히 알려 주어야 합니다. 앞으론 우리의 사이보다, 그 말과 행동의 수위를 먼저 생각하자고 말이죠. 서로가 함께 한 시간과 기억을 방패처럼 앞세워 두고 정작 서로의 감정은 존중해 주지 않는 모순되는 행동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지 21

착한 사람이라는 프레임에 갇혀 살다 보면, 사람들은 당신을 쉽게 볼 것이고, 나는 쉽게 용서하는 사람이 된다. 남에게 착한 사람보단, 적당히 이해해주면서 나에게 좋은 사람으로 세상을 살아가자.

++

너무나 공감한다. 예전엔 그래도 '착하게 살아야 돼'라고 생각했다면, 너무 착해도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기 십상이니 가볍게 보이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을 한다. 세상은 점점 그렇게 변해간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다른 사람도 나를 쉽게 지나치고 신경써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해를 거듭할 수록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첫 인상보다

마지막 모습이 더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앞을 보고도 지나칠 사람 말고,

뒤를 보고도 찾아가

알아봐 줄 만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 P25

++

전에 알던 친구가 저자의 뒷모습만 보고도 반가워 아는척을 했단다. 아는 척을 하는 사람이 보기에 반가웠던 모양이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러지 못한다. 성격상 조금 알던 사람도 못 본척 지나가는 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를 보고도 피하는 것 보다 내 뒷모습만 보고도 반가워서 뛰어 온다면 그 사람에게는 좋은 사람으로 인정받은 기분이 들어 좋을 것 같다.

다음은 적당한 거리를 말하는 듯한 문장들이다.

"설령 나의 간섭이 그 사람을 위할 수 있는 일이더라도 가끔씩은 적당히 내버려두고 살아갑시다. 그것이 당신의 소중한 관계를 해치지 않는, 어렵지만 쉬운 방법이 될 것입니다. 서로가 들키지 않고 싶은 마음, 혼자만이 알고 싶은 비밀, 혼자만의 시간, 각자만의 취향. 분명히 존재합니다. 아무리 친하더라도 긴밀하더라도 공유 할 수 없고, 공유하기 싫은 것들.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것을 존중하며 적당히 간섭하고 살아가길 바랍니다." P33

"나를 불편하게 만드는 관계는 이제 그만 접어둘 것. 내가 끌려 다닌다는 느낌이 든다면 주체를 나로 바꾸고, 편하게 생각할 것. 누구에게도 나를 구겨서 맞춰가지 말 것." P35

"문장에도 띄어쓰기가 있어야 온전한 문장이듯, 사람에게도 다 각자만의 사이가 있어야 온전한 삶이 됩니다. 띄어쓰기를 놓치지 않고 읽어 주어야 상대에게 온전한 삶을 선물할 수 있습니다." P38

나는 '전소영작가'의 '적당한 거리'라는 책을 좋아한다. 인간관계를 잘하는 법 중의 하나가 각 자의 고유한 영역을 침범하지 않은 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물론 이것은 가까운 가족간에도 필요하다 생각한다.

 

 
「나를 사랑하는 연습」 P43

++

아이를 낳고 육아를 하면서 힘들었던 부분 중 하나가 '사람들에게 잊혀진다'는 것이었다. 전에 있었던 그룹에 속하지 못하고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 특히나 회사에서 동료이자 친구로 친밀하게 지냈던 친구와 멀어지면서 나와 상황이 다르므로 당연히 나를 이해하지 못하겠지 하면서도 만남이 틀어지고 대화가 줄어들면서 그 친구를 향한 마음이 나의 일방적인 기대인가 싶어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해한다. 또 소원해지는 인연이 있다면 새롭게 다가올 인연도 있을거라고 생각하며 지내기로 했다.

 

책을 참 여기 저기 많이도 들고다녔나보다. 이 책은 작고 가벼워서 가방속에 넣고 다니며 조금씩 아껴가며 읽어도 좋은 것 같다.


Chapter 2 애정에서의 연습


 

아픈 사랑에 지지 않는

당신이 되기를

아픔에 무너지지 않는

당신이 되기를

그것으로부터 배워갈 수 있는 넓은 사람이 되기를

나쁜 사람으로 인해

더이상 상처받는 사람이 되지 않기를

「나를 사랑하는 연습」 p111

 

 

페이지 115

신경 써주면, 고맙다 생각하며 진심으로 좋아해 주는 사람과의 사랑이 꽉 찬 느낌을 받는다. 내 마음을 뭉텅이 떼어내 주었을 때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아닌, 특별하게 여기고 행복한 얼굴로 하는 상대에게서 주는 사랑의 풍만함을 누린다. 서로가 소중함의 가치를 확인한다

++

위의 문장을 보니 동갑내기 남자친구를 만났을때가 생각난다. 그가 딱 저런 마인드를 갖고 있었다. 어느 순간이 되면 나의 사랑에 대해 당연하게 여길까봐 늘 조심스러워했다. 지나고 보니 참 세심하고 따뜻한 사람이였구나 싶다.


Chapter 3 인생에서의 연습


 

페이지 156

당신은 당신 생각만큼 강한 사람이 아니다. 한계를 떠안고 언제까지나 나아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그렇게 상한 마음을 떠안고, 바라던 곳에 성히 도착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의 목표와 꿈을 위해서라도 조금의 쉼을 허락하도록 하자. 쉬는 것도 나아가는 것의 과정일 뿐이기에. 내가 잠시 숨을 고른다 해서 무언가 무너지는 것이 아니기에.

이 책은 늘 우리가 평소 생각했던 것들이지만 다시금 나를 사랑하는 법에 대해 생각해보게끔 하는 책이다. 사랑에서든 인간관계에서든 지금 좀 지쳐있다면 이 책이 심심한 위로를 줄 것이다.

++ 위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무료로 책을 제공받아 솔직하게 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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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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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반가움 마음에 서평단 신청을 하고 「심판」을 받아보았다.

파란색 표지의 '신전'의 그림과 가운데 정의의 여신으로 보이는 '디케'가 왼쪽 손에 '저울'을 들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심판」은 베르베르가 「인간」에 이어 다시 한번 시도한 희곡으로

천국에 있는 법정을 배경으로 판사,검사,변호사,피고인이 펼치는 설전을 그렸다.

주인공이자 피고인은 폐암 수술 중 사망한 아나톨.

그는 자신이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이자 가장, 좋은 직업인이었다고 주장하지만

검사는 생각지도 못한 죄를 들추어낸다. 프랑스에서만 4만 부 이상 판매된 「심판」은 희곡이면서도

마치 소설처럼 읽히며, 베르베르 특유의 상상력과 유머가 빛나는 작품이다.

「심판」 프로필 중

제1막 ㅣ 천국 도착

제2막 ㅣ 지난 생의 대차 대조표

제3막 ㅣ 다음 생을 위한 준비

책의 구성은 위와 같고, 네 명의 주요 등장인물이 나온다. 맨 위에 적어놓은 문장을 보면 책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피고인 아나톨 피숑

피고인 측 변호사 카롤린

검사 베르트랑

재판장 가브리엘

「남자 외과 의사 핀셋. 하나 더. 그리고 여기 좀 닦아 줘요. 간호사! (꾸르륵거리는 소리) 여기 부글부글하는 거 보이죠. 닦아 달라고 했잖아요. 내 이마도 좀, 땀이 떨어지잖아요. 이거야 원, 일요일에 먹고 남은 카술레도 아니고, 속이 메슥거리네. 됐어요, 그건 내가 할게요.

비프음이 느려진다.

여자 외과 의사 안 된다니까. 될 턱이 없어. 다 망친 거야.

남자 외과 의사 입 좀 다물어, 모니크, 입 좀!

여자 외과 의사 오케이, 하지만 내 말이 맞을 테니 두고 봐. 난 분명히 경고했어, 조르주. 여길 절제부터 해야 한다고 말이야. 이거 사방에서 줄줄 흐르네. 네 <폐암>이 떠나는 모양이야.」-「심판」P14-15

 

아나톨의 수술실 상황이다. 뭔가 잘못된다는 것을 감지할 수 있는 의사들의 대화.

희곡을 책으로 본적은 없는데 장면 장면이 머릿속으로 그려지면서 대화들이 생생하게 들리는 듯하다.

 

 

아나톨 그런데 당신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새로 왔어요?

카롤린 제가 새로 온 게 아니라, 당신이 <새로운> 체계에 온 거예요.

아나톨 여전히 아제미앙 교수의 암 병동인 건 맞죠?

카롤린 일종의 <별관> 같은 것이라고 해두죠. 」 - 「심판」P22

 

 

내용을 알고 보니 아나톨과 카롤린의 대화에서 실소가 터져나왔다. 내용이 어떻게 전개 될지도 궁금했다.

"마치 환한 빛이 끌어당기는 것 같고, 한 마리 새처럼 공간 속을 날았고 투명한 존재들이 주위에 있었으며 다함께 날다가 거대한 소용돌이가 있는 은하의 중심에 도착했어요. 그 소용돌이는 푸른빛을 띠고 가장자리에는 별 가루가 뿌려져 있고, 모두 산이 하나 솟아 있는 하얀 들판이 나올 때까지 빛을 향해 날아갔어요. 들판에 강줄기가 흐르고, 강가에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어요."

위의 내용은 카롤린과 아나톨의 대화내용을 다시 정리한 것인데, 천상의 모습을 표현한 듯 하다. 천상의 모습을 보진 못했지만 아름답고 신비스럽게 잘 묘사했다.

 


 

 

「(꿈꾸는 듯한 표정이 되어) 1922년에서 1957년까지..... 삶이란 건 나란히 놓인 숫자 두 개로 요약되는 게 아닐까요. 입구와 출구. 그 사이를 우리가 채우는 거죠. 태어나서, 울고, 웃고, 먹고, 싸고, 움직이고, 자고, 사랑을 나누고, 싸우고, 얘기하고, 듣고, 걷고, 앉고, 눕고, 그러다.... 죽는 거예요. 각자 자신이 특별하고 유일무이하다고 믿지만 실은 누구나 정확히 똑같죠.」 -「심판」P54

카롤린과의 대화 중인 '가브리엘'의 말을 옮겨왔다. 우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정의가 신선하다.


 

 

사후 세계인 <새로운 세계>에 가면 이런 상황이 정말 생길까?

다음의 장면은 피고인의 법정 모습이다. 화면을 통해 '아나톨'의 진술'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장면이 참 재밌다.

가브리엘 자, 영혼 번호 103-683에 대한 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그의 마지막 육신, 그러니까 1947년 프랑스에서 출생해 2007년 프랑스에서 사망한 아나톨 피숑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아나톨을 똑바로 쳐다보면서) 피숑 씨, 가장 최근에 지상에 다녀온 소회가 어떤가요?

아나톨 제 삶이요? 음........저는 꽤 좋은 사람이었어요. 좋은 학생, 좋은 시민, 좋은 남편, 아내에게 충실했죠, 그리고 좋은 가장이었어요. 사람들한테 지갑도 잘 열었고요. 일요일마다 미사에 가는 가톨릭 신자였고, 윗사람과 동료에게 인정받는 좋은 직업인이었죠. 」 -「심판」P106-107


 

 

「베르트랑 (단호하게 잘라 말하며) 성경에 나오는 달란트의 비유대로 이렇게 물어보겠습니다. <최후의 심판에서 너는 단 하나의 질문을 받게 될 것이다. 너는 너의 재능을 어떻게 썼느냐?> (손가락으로 아나톨을 가리키며) 당신은 당신의 재능을 어떻게 썼죠? 전혀 쓰지 않았어요. 그래서 사형......다시 말해 삶의 형을 구형합니다.」 - 「심판」P133

이어서 진행되는 재판과정도 참 흥미진진하다. 변호인인 '카롤린'은 아나톨 피숑을 변호하기 위해 5,281개의 선업에 대해서 말한다.

결국, 그는 '환생'을 하게 되고 다음 아래의 내용은 다른 태아로 태어날 때 선택할 수 있는 강점과 핸디캡이다.

「심판」P188

 

마지막으로 옮긴이의 해석을 조금 옮겨와 본다.

「심판」의 주인공 아나톨은 우리의 자화상 아닌가.

「심판」의 재미는 전형성에서 벗어난 등장인물의 캐릭터와 역할 설정에도 있다.

피고인 아나톨이 죽기 전 가졌던 직업은 아이러니하게도 판사였다.

전생에 부부였던 카롤린과 베르트랑은 이혼의 앙금 탓인지 천상에서도 서로를 원망하면서

역할이 뒤바뀐 듯한 장면을 연출한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뭐니뭐니 해도 재판장 가브리엘.

영혼의 환생 여부를 판단하고 지상의 태아와 짝짓는 중차대한 임무를 맡은 그녀는

어딘지 모르게 전문가답지 못한 허술한 인물로 그려져 있다.

(중략)

지상과는 다른 가치체계와 도덕 규범이 작동하는 천상 법정의 떠들썩한 「심판」을 구경하다 보면

희곡 한 편이 단숨에 읽힌다.

「심판」 옮긴이의 말 중에서

 

 

이 책은 몰입감 있고 생동감있어서 금방 읽힌다. 특유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과 재치를 보자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잠시동안 나의 죽음후의 모습도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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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가 알아야 할 문제해결의 모든것 아마존에서 배워라 - 세계의 기업들이 두려워하는 아마존만의 9가지 문제해결법 CEO의 서재 25
사토 마사유키 지음, 황혜숙 옮김 / 센시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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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전 센시오출판사에서 출간한 '일을 잘 맡긴다는 것'이란 책을 봤다. 리더자가 읽으면 도움이 될 팁들이 많았다. 물론 나도 업무를 하면서 지금의 사장님이 어떤 방식으로 나를 대하는지 알 수 있었고 만약 미래에 내가 리더가 된다면 피해야할 태도와 고수해야할 태도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책의 좋은 점은 보기좋게 정리가 잘 정리가 되어있다는 점이다.

이번에는 센시오에서 「아마존의 경영법」에 대한 책을 펴냈다. 마침 내가 일하는 쪽도 '물류'이기도 해서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아마존 시스템이 궁금해서 서평단 신청을 통해 받아보게 되었다.

이 책은 아마존 재팬의 창립 멤버이자 경영 컨설턴트인 '사토 마사유키'가 쓴 책이다. 그는 2005년부터 오퍼레이션 부문 디랙터로 일본 최대 물류 네트워크의 발전에 기여했고 아마존에서 15년 넘게 근무하며 급성장한 아마존만의 문제해결법에 매료되었다. 그래서 퇴사이후에도 아마존만의 견고한 시스템과 조직관리법을 활용해 기업성장 어드바이저로 활약하고 있다고 한다.

총 9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책 제목이 「경영자가 알아야 할 문제해결의 모든것 아마존에서 배워라」로 엄청 길다.

책의 특성상 장별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만 뽑아서 간단히 정리해 봤다.

1장 Ⅰ 아마존은 제일 먼저 직원의 업무방식을 개혁했다

2장 Ⅰ 아마존은 직원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3장 Ⅰ 아마존이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 방식

4장 Ⅰ 아마존만의 인재 성장 시스템

5장 Ⅰ 아마존은 회사의 모든 문제를 이 한가지로 집중시킨다

6장 Ⅰ 아마존은 조직의 노화 문제를 이렇게 해결한다

7장 Ⅰ 아마존만 하고 있는 직원 불만 해결 시스템

8장 Ⅰ 아마존만의 업무 보고 프로세스

9장 Ⅰ 아마존이 새로운 트렌드를 찾는 법

 

1장 Ⅰ 아마존은 제일 먼저 직원의 업무방식을 개혁했다

 

페이지 22

지금까지 방대한 시간을 들였던 업무를 과감히 없애 보자.

① 각자가 진행하고 있는 업무내용을 파악한다.

② 업무내용을 재분배한다.

③ 누가 어떻게 대처할지 정해둔다.

2장 Ⅰ 아마존은 직원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야 하는지 해결책을 제시했다

인재를 고르려말고 성장하는 환경을 만들자.

 

지금 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직원들이 모른다면?

업무 목표를 수치화해서 점검하는 법

 
 
 

P43

똑같은 실수가 되풀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비결은?

업무가 개선되지 않을 때 해결법

 

50

① 수치목표를 어느 현장에서든 정한다(P)

② 행동하고, 수치목표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인식한다.(D,C)

③ 목표와 현재 상태의 차이를 메우는 개선책을 생각하고, 실행한다(A)

 

 

아마존에서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PDCA 사이클

특히, 아마존에서는 목표를 수치화해서 달성정도를 수시로 파악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그리고 위의 도표에서 처럼 PDCA방식을 중요하게 생각하며 '최상의 고객 서비스'를 최우선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책에서 다루는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 그 점을 적용해 해결하려는 것이 보인다.

 

3장 아마존이 문제를 해결하는 회의 방식

 

업계 1등을 위해 경쟁업체를 침몰시켜야 할까?

경쟁자, 하청업자와 동료가 되는 법

페이지 83

아마존은 거래처, 셀러, 직원 등에게 친절할까? 대답은 '아니오'다. 굉장히 엄격하다. 왜냐하면, 고객들에게 우리와 함께 늘 최상의 것을 제공하자는 태도 때문이다. 아마존은 모든 관계자를 '동료'로 인식하고,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 수준을 요구한다. (중략)

거래처나 셀러 선정이나 교류에서도 같은 사고방식을 고수한다. 만일 창고에서 큰 사고가 일어나면 상품 출하를 기다리는 고객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중략)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의 안심과 안전을 확보할 수 없는 상태는 허락할 수 없다.

 
 

4장 아마존만의 인재 성장 시스템

 

비싼 직원 연수를 진행해도 성과가 없다면?

직원 연수의 성과를 개관적으로 분석하는 법

 

페이지 97

'연수의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고민하는 직장에서는 우선 '연수의 성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혹은 아예 나오지 않았는지' 파악해야 한다.

외부에서 기업연수강사를 초빙해서 연수할 경우, 대책안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연수 후 성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습니까? 있다고 한다면 어떤 방법으로 측정하고 있습니까?"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만일 "효과를 측정하는 방법이 있다"라고 한다면 그것도 포함해서 계약하면 된다. (중략) 사내 교육시스템으로 직원 연수를 할 때도 교육 후의 트래킹을 포함한 프로그램을 써야 한다.

 

 

 

5장 아마존은 회사의 모든 문제를 이 한 가지로 집중시킨다  

 

 

우리 업계가 사양산업이라고 한탄만 하고 있다면?

사내 무기력증 해소법

페이지 109-110

아마존의 창업자이자 CEO인 제프 베조스는 매사에 "고객은 늘 아마존이 앞으로 나아갈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 기대에 보답하지 못하고 같은 자리에 머물러 있을 시간이 없다"라고 말했다.

(중략)

고객만족도 향상에는 한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하는데 있어서 영원한 동기부여가 된다.

☞ 우리 업계를 사양산업이라고 한탄하기 전에

꼭 아마존처럼 유통업체가 아니더라도 작은 사업장에서도 유용하게 쓸 경영 방식이 잘 담겨있다. 이 책을 보니 아마존이 업계 최고의 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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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사과 편지 -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 작가 이브 엔슬러의 마지막 고발
이브 엔슬러 지음, 김은령 옮김 / 심심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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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할 수 없는 상처는 없다

기억의 감옥에서 한 발짝 나아가는 데 영감을 주는 귀한 독본

은유 작가

 

'성폭력 생존자이자 <<버자이너 모놀로그>>작가인 이브 앤슬러의 마지막 고발'이라는 출판사의 책 소개 문구를 보고 호기심이 일었다. 사실 이런 책을 호기심이 일어 읽었다고 표현하기가 조심스럽다. 저자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깊숙히 딱지 앉은 상처를 후벼 파는 심정으로 아파하며 글을 썼을 것이라는 걸 짐작하기에 그렇다.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글쓰기수업을 진행한 '은유 작가'가 '기록할 수 없는 상처는 없다'고 했는데 책 속에 너무도 자세하게 상황과 심리를 묘사한 것을 보고 있자니 내면 깊은 곳에서 분노와 짜증이 솟구쳐 올라왔다. 그만큼 상상했던 것보다 피해자 아버지의 행태가 너무도 추악스럽고 악마의 모습 같았다. 세상 최고의 더럽고 추악한 악마가 있다면 딱 그 사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였다. 하물며 그녀와 관계가 전혀 없는 타인이 봐도 그 정돈데 피해 당사자인 그녀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세상이 얼마나 원망스럽고 분통했을까 싶었다. 가능하다면 그녀의 어린시절로 들어가 그녀를 어떻게해서든 구출해 내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위의 짧은 문구가 가슴을 아리게 한다.

죄와 사과의 미스터리 뒤에는 한 단어가 더 있다. '변화'. 모든 '가해-피해' 이야기에서 중요한 부분은 '죄와 사과와 변화의 미스터리' 를 푸는 것이다.

모든 피해자가 하는 말,

" 다른 사람은 나처럼 당하지 않기를 원해요"의

핵심은 변화다.

이브 앤슬리는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나게 해봄으로써

여성의 삶이 지금과는 다르게 펼쳐질 미래를 만들기 위한 수많은 실천과 변화를 '상상' 하게 했다.

그는 가해자를 증오의 대상이 아닌,

자신을 둘러싼 억압 중 어떤 것에서 벗어났어야 했는지 고뇌하는 인간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폭력으로 가득 찬

우리의 세상에 폭력 없는 세상을

꿈꾸게 하는 이야기 하나를 들려주었다.

정혜윤, CBD라디오 PD의 추천하는 말

 

 

「나의 내면은 밋밋하고 무감했으며 공허했다. 어머니가 나를 이상화한 반면, 아버지는 나를 게으르고 제멋대로에, 목표 의식도 초점도 없이 타성에 젖은 패배자로 여겼다.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도 아버지의 시각과 비슷했던 것 같아. 이것이 끝없는 나의 분노에 대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싶구나.」p41

「나라는 존재는 사실 가짜고 이제 곧 모든 게 발각될 것이라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더구나. 거칠고 장난스러운 본능을 지니고 백일몽을 꾸며 짓궂은 즐거움을 누리는 평범한 어린 소년이 되지 못했지. (중략) 초인적인 자질을 지닌 사람인 척하느라 이겨내기 힘든 압박과 가식 속에서 살면서 불확실성과 혼란과 인간적인 욕구로 괴로워했어.」 p42

「유일한 접촉이 있었다면 나보다 열한 살 많았던 형 밀턴뿐이었어. 한동안 형과 나는 방을 함께 썼단다. 형은 극도로 우울했고 자신의 분노와 질투를 동생인 내게 쏟아냈어. 나를 심하게 경멸한 데다 기학적인 즐거움을 추구해 끊임없이 이상한 고문과 공포를 가해 왔지. 내 눈에 알코올을 몇 방울 떨어뜨려 잠을 깨우는가 하면 속옷에 불개미를 잡아 넣고, 내 성기의 모양과 크기에 문제가 있다고 세뇌시키듯 이야기했어. 몇 시간이나 붙박이 옷장에 나를 가두기도 했고 손목 살갗이 벗겨질 때까지 침대 기둥에 묶어놓기도 했다.」p43


위의 문장들은 아버지의 어린시절의 배경과 처한 상황에 대한 서술이다. 마치 그 가학적인 행동에 대한 이유를 찾으려 하는 듯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난 영화를 보러 갔단다. 그리고 이런 남자들을 연구했어. 그들의 모든 움직임과 미소, 옷을 입는 방식, 자신감, 방 안으로 들어서는 방식, 여성을 유혹하는 방식을 빨아들였지. (중략) 아주 어린 나이에 나는 미국 문화가 이미지, 즉 환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성공하려면 이런 것을 만들어내야 했어.」p47

「내 안에 자리한 고통받고 분노에 찬 젊은이는 그렇게 단단히 위장을 하고 자신감과 우아함으로 스스로를 휘감아, 순간적이나마 멋진 스타일과 매력으로 적을 무장해제했지.」p49

아버지 자신은 자신이 무시하고 살펴보지 않았던 슬픔과 고통이 실체로 옮겨와 가장 공포스러운 악령의 모습으로 돌아왔다고 말한다. 그것이 '그림자인간'이라고. 그리고 이브의 엄마와 자신을 '완벽한 고안물이자 정교한 창작물이라 칭했다. 자신들의 삶은 연기였다고.....

아버지가 딸 이브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욕망을 토로할때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네 애착의 극단과 나에 대한 필요를 확인하고 흔들렸던 것일까? 그 전까지 누구도 내 관심을 끌기 위해 통곡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네가 무방비한 상태로 간절하게 나를 원하는 상황이 아마 폭주를 허락했던 건지, 그림자 인간이 끼어들었어. 그때, 그곳에서, 그림자 인간이 죄악의 문을 부수었던 거야.」p70

「그때 네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처음으로 깨닫게 된 내 마음은 지금 두려움과 후회뿐이다. 그 충격, 그 불신, 극도의 외로움, 추방된 채로, 한때 세상 전부라 여겨지던 너는 단 한 번의 폭력적인 주먹질로 인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지워져버렸지. 고작 열 살이었던 네가 어떻게 이런 일을 감당했을까? 내가 모두를 너의 적으로 돌려놓은 상황에서 넌 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을까? 모든 기만과 악행의 장본인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정신을 지킬 수 있었을까? 희생양이 되어 오명을 뒤집어쓴 너는, 아버지의 죄악으로 타락한 소녀가 되어버렸다.」p102

너무 오랜시간, 소녀의 싱그러움과 사랑스러움을 모두 잃어버리도록, 삶에 아무런 기대와 희망조차 갖지 못하도록 짓밟은 아버지. 저자의 글을 통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그 어떤 것으로도 그의 악행은 용납될 수도, 용납되어서도 안되기에 저자는 어떤 심정으로 이 책을 썼을까 감히 짐작하는 것도 못할 노릇이다.

결국 아버지에게 온갖 비난과 폭행, 억압을 당했던 소녀는 스스로를 포기하려하는데까지 이른다.

책은 정말 몰입감있게 잘 읽힌다. 사실 책을 잠깐만 살펴볼 요량으로 집어들었는데 손에서 놓칠 못하고 한번에 읽어버렸다.

힘든 여러 상황에서도 이브는 미국 최고의 연극과 석사 과정 중의 한 곳에 입학 허가를 받는다. 이제 삶이 좀 나아지나싶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어떤 경제적 지원도 없이 매몰차게 대했고 심지어 딸이 배우자감을 데려왔을때에도 딸의 과거를 들추며 부정적인 언사도 서슴치 않는다.

딸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

남편이 딸에게 저지른 일을 알면서도

방관하는 어머니,

그저 조용히 지나가기만 바라는 나머지 가족들,

폭력에 노출되어 있는 아이를 보호하지 못하는

학교와 이웃, 어쩐지 기시감이 드는 것은 시간과 공간만

바꿔서 비슷한 일이 계속해 벌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성폭력 범죄에 이 세상은 다른 모든 범죄와

다른 방식으로 반응한다.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가 수치심을 느끼도록

만든다. 가해자는 힘과 돈과 권력을 내세워

피해자의 이야기를 지워버리고

범죄를 조사하기 판결해야 하는 사람들은

피해자가 행실이 바르지 않았다거나 충분히 반항하지 않았다며 2차 가해를 한다.

목소리 높여 화를 내야 할 피해자는 침묵에 합의할 것을 강요받는데

이를 거부하면 "문제를 크게 만든다" 며

냉대와 질시가 쏟아진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이브 앤슬리는 아프가니스탄과 콩고민주공화국, 케냐와 이라크 등에서 폭력으로부터 여성들을 보호하는 사회운동인 브이데이를 시작했으마 여성 인권을 위해 책을 쓰고, 연극을 무대에 올리고, 강연을 하고,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성폭력은 나만의 비극이 아니라는 사실을 자각한 그가 폭력을 당한 여성과 여자아이에 관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는 절박함으로 만든 작품이 <버자이너 모놀로그>라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미투운동이 활발하지만 피해자에 대한 비난과 냉대를 여전하다. 요즘 주변에서 '김지은입니다'라는 책을 읽고 있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본다. 사실 「아버지의 사과 편지」도 보는 내내 거북스럽고 불편했는데 위의 책은 실제 우리 남성우월주의와 정치적 권력구조 속에 약자인 여성의 피해자가 목소리르리맨 것이기에 더 읽으면서 피가 거꾸로 솟을 것 같다. 그래도 함께 읽고 생각을 공유하고 연대하는 작은 움직임이라도 보이고 싶다. 권력과 사회적 위치로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는 파렴치한 사람들이 이 땅에서 자유로이 활개치지 못하도록 법적 제도적 장치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며 더 이상 여성피해자가 제 2차, 3차 피해를 받지 않도록 안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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