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딸 이브를 이야기하며 자신의 욕망을 토로할때는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네 애착의 극단과 나에 대한 필요를 확인하고 흔들렸던 것일까? 그 전까지 누구도 내 관심을 끌기 위해 통곡하는 일은 없었으니까. 네가 무방비한 상태로 간절하게 나를 원하는 상황이 아마 폭주를 허락했던 건지, 그림자 인간이 끼어들었어. 그때, 그곳에서, 그림자 인간이 죄악의 문을 부수었던 거야.」p70
「그때 네가 어떤 심정이었을지 처음으로 깨닫게 된 내 마음은 지금 두려움과 후회뿐이다. 그 충격, 그 불신, 극도의 외로움, 추방된 채로, 한때 세상 전부라 여겨지던 너는 단 한 번의 폭력적인 주먹질로 인해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지워져버렸지. 고작 열 살이었던 네가 어떻게 이런 일을 감당했을까? 내가 모두를 너의 적으로 돌려놓은 상황에서 넌 대체 누구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었을까? 모든 기만과 악행의 장본인으로 몰리는 상황에서 어떻게 제정신을 지킬 수 있었을까? 희생양이 되어 오명을 뒤집어쓴 너는, 아버지의 죄악으로 타락한 소녀가 되어버렸다.」p102
너무 오랜시간, 소녀의 싱그러움과 사랑스러움을 모두 잃어버리도록, 삶에 아무런 기대와 희망조차 갖지 못하도록 짓밟은 아버지. 저자의 글을 통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듣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그 어떤 것으로도 그의 악행은 용납될 수도, 용납되어서도 안되기에 저자는 어떤 심정으로 이 책을 썼을까 감히 짐작하는 것도 못할 노릇이다.
결국 아버지에게 온갖 비난과 폭행, 억압을 당했던 소녀는 스스로를 포기하려하는데까지 이른다.
책은 정말 몰입감있게 잘 읽힌다. 사실 책을 잠깐만 살펴볼 요량으로 집어들었는데 손에서 놓칠 못하고 한번에 읽어버렸다.
힘든 여러 상황에서도 이브는 미국 최고의 연극과 석사 과정 중의 한 곳에 입학 허가를 받는다. 이제 삶이 좀 나아지나싶었는데 그의 아버지는 어떤 경제적 지원도 없이 매몰차게 대했고 심지어 딸이 배우자감을 데려왔을때에도 딸의 과거를 들추며 부정적인 언사도 서슴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