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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골동한 나날 - 젊은 수집가의 골동품 수집기
박영빈 지음 / 문학수첩 / 2024년 9월
평점 :
골동골동한 나날 – 박영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어느 정도는 수집벽이 있다고 생각한다. 작가의 이야기도 그렇다. 그는 한복도 즐겨 입고, 불교미술을 전공했으며, 생활 속에서 쓸 수 있는 골동품들을 사입하고 실사용하는 찐 골동 덕후이다. 다른 것보다 진열에 머무르지 않고 생활 속에 녹이는 골동골동한 나날을 보내는 삶이라는 것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나의 경우에는 무조건 신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보니 골동을 좋아하는 이유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긴 하다. 유명한 당* 중고마켓에서도 팔거나 나눔은 하지만 중고물품을 데려오진 않는다. 거의 새 물건을 조금 저렴하게 사오는 루트로 이용할 뿐이다. 그런데 또 박물관이나 미술관에 가는 것은 아주 좋아해서 오래된 물건에 대한 DNA가 없는 것 같지는 않다. 내가 그나마 수집하고 있는 것은 책과 화장품과 향수인데 특히 여기에서 향수의 경우 성인이 되고 나서부터 돈을 얼마나 쏟아 부었는지 모르겠다. 그만큼 사용도 많이 하고, 지금은 단종 되어버린 전설의 향수들은 그냥 바라만 보고 변향이 왔더라도 혼자 킁킁거리며 좋아한다. 최대한 해를 보지 않게 하려고 애쓰고 있고 말이다.
책을 읽으며 청화백자나 탱화 갓과 탕건 등 이 책을 통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물건들의 많은 이름을 알았다. 내가 지금 아세테이트로 만들어진 좋아한 얼룩무늬가 <대모(玳瑁)>였다니 하는 것에서는 트렌드는 돌고 도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귀하고 좋은 소재와 무늬는 예나 지금이나 사랑 받는가에 대한 생각이기도 했고 말이다. 대모란 지금은 수렵이 금지된 매부리바다거북의 등딱지를 말한다. 은은한 호피무늬 같다고 생각하면 좋다. 갓끈으로 사용된 대모는 얼마나 멋지던지!
작가가 이야기하는 골동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골동업계의 일반적인 기준에서 100년 이상 된 물건은 <골동>으로, 50년 이상은 <빈티지>, 그 이하는 모두 <신작>으로 분류된단다. 그 중에서도 시간의 흐름을 차곡차곡 쌓아놓은 골동을 특히나 좋아하고 찾아다닌다고 말이다.
젊은 그것도 90년대 생이 골동품을 좋아한다는 면에서 특이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골동업계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보면 엄청난 내공이 느껴졌다. 잘 안가는 샵들을 가게 되면 손님 취급을 안 한다거나, 테스트해보는 경우도 왕왕 있다고. 아마 내가 책에서 소개되는 샵들을 가도 까막눈에다 전혀 모르는 맑은 눈을 하고 있으면 바가지를 쓸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상상도 해보았다. 그렇지만 그 와중에 관심 갖는 기물 분야를 한 돈 천 만원 어치만 샀다가 팔아보면 감이 온다는 말을 들으니, 역시나 관심과 애정과 돈을 들이면 어느 분야나 내공이 쌓이게 되나 보다.
책을 통해서 젊은 작가가 도난당한 탱화를 찾아 모신 절에 되돌려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깨진 도자기도 킨츠기 기법을 통해서 수리해서 쓴다는 것도 말이다. 왜 원래 잔보다 금칠이 들어가서 수리된 백자가 더 예뻐 보이는지는 모르겠다. 나라면 깨진 다구는 사지도 않을 사람이면서 말이다. 회중시계의 경우 6개월이 걸려서 수리 받은 사진을 보고 탄성을 질렀다. 저걸 꺼내면 정말 구한말의 멋쟁이일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지금은 거의 계시지 않는 앤틱 시계 수리 장인이 계셔서 다행이란 생각과 함께 말이다. 그 중에서도 제일 감동 받은 건 <대나무 발> 이야기였다. 정말 영화에서 보면 남녀가 유별하다며 맨날 양반집에서 걸어놓은 것을 보았다. 저게 얼굴을 가려줄 만 한건가 의심 했달까. 책에 실린 은은한 손을 비추는 사진을 보고 매혹 당했다. 더 감동 받은 건 이 발을 보여주러 갔던 대나무발(대발) 장인(무형문화재23호 죽렴장)을 만난 것이었다. 이제 무형문화재가 팔리지 않는 대발 대신 김밥발을 만드신다는 이야기에 슬펐다. 그렇지만 이를 인터넷으로 판다고 소문내는 순기능 덕분에 김발이 테이블 매트로도 전용되게 되었단다. 계승자가 없었는데 드디어 생겼다는 다행스런 소식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지금이라도 옛것을 사랑하고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이 기술의 명맥이 이어지겠구나 했다. 새것만 좋아하는 나도 골동품에 눈을 돌릴 시기가 올지 모르겠다. 아직도 방 한켠에 가지고 있는 카세트 테이프를 바라보면 이 정도면 입문이 멀지 않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