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DNA
유응준 지음 / 모티브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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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DNA – 유응준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유응준 전 엔비디아 코리아 대표가 집필한 <엔비디아 DNA>는 단순한 기업 성공기가 아니다. 한 조직이 어떻게 위기를 돌파하며 기술 패러다임의 중심에 서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이다. 엔비디아 외부에서 평가하는 책들은 많지만 내부에서 이미 십여년간 같이 소통했던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흔치 않다.

나는 창업자 젠슨 황의 리더십에 주목했다. 그는 실패를 미화하지 않는다. 시장의 판단이 냉혹하게 내려졌을 때 현실을 외면하기보다 빠르게 인정하고 전략을 수정한다. 실제로 초창기 그래픽 칩 경쟁에서의 시행착오, 모바일 사업에서의 고전 등 굵직한 위기 속에서도 방향 전환을 지체하지 않았기에 회사는 생존을 넘어 도약할 수 있었다. 실패를 인정하는 속도가 곧 혁신의 속도라는 점이 인상 깊다. 30일 있으면 파산한다는 재정발표를 하는 것이 옳은일인가에 대한 평가보다 그 솔직함이 두려웠달까.

또 하나 흥미로웠던 개념은 <5 Things>다. 조직이 반드시 집중해야 할 다섯 가지 핵심 과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전사적으로 공유하며 함께 고민하는 구조다. 이는 단순한 경영 구호가 아니라 실행 체계에 가깝다. 수많은 프로젝트와 가능성 속에서 무엇을 하지 않을지 결정하는 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다섯 가지에 집단 지성을 모으는 방식은 빠르게 변화하는 반도체 산업에서 엔비디아가 민첩성을 유지하는 비결로 보였다.

사업의 흐름을 살펴보면 엔비디아는 원래 PC 그래픽카드 기업으로 출발했다. 그러나 GPU를 단순한 그래픽 처리 장치가 아닌 ‘병렬 연산 플랫폼’으로 재정의하며 전환점을 맞는다. CUDA 생태계를 구축해 개발자들을 끌어들였고, 이후 인공지능과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GPU는 AI 학습과 추론의 핵심 인프라가 되었다. 자율주행, 로보틱스, 고성능 컴퓨팅으로 영역을 확장한 흐름 역시 일관된 전략의 연장선이다.

이 책은 결국 한 기업의 성공을 말하지만, 본질은 선택과 집중, 그리고 실패를 대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다. 기술 기업을 넘어 하나의 조직이 어떻게 사고하고 움직여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을 주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미 앞서나간 미국과 후발주자인 중국과 다르게 얼마나 더 민첩한 한국이 될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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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깨달음
박유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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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깨달음 – 박유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인의 노년의 삶이 잘 묻어나는 시집이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뒤늦은 깨달음이라고 하지만 나의 경우 <사랑>이라고 읽혔다. 그래서 읽는 내내 제일 좋았던 파트다. 2부는 산촌에서의 삶이다. 버스가 하루에 두 대 밖에 오지않는 산간 오지인 것 같다. 농사도 짓고, 대대로 내려오는 땅에 꽃나무도 가꾼다. 마지막은 떠나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달픔을 노래했다. 결국 영원한 삶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그리움은 보편적인 정서로 마음 깊이 들어온다. 어머니와 자주 들른 식당에서, 혼자 온 시인을 만난 주인장의 그 질문하지 못함과 눈빛과 공기가 느껴졌다. 다시 추억으로 들른 그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밝힐 때 정말 얕은 연대지만 사람이기에 다들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산촌 생활에서는 읍내 터미널을 나가며 굉장하게 내달린 버스기사를 담은 시가 얼마나 인구소멸 도시가 많은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20분 안에 당도하게끔 애써주는 것도 좋으나, 그 동안 손님이 하나도 타지 않았다니! 생각해보면 정말 시골에서는 면허를 반납하고 나면 극한으로 이동권이 제한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이런 버스 활극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이것도 산골살이의 묘미겠지.

원래 제목으로 선정된 시보다 다른 보석같은 작품을 찾아내는 취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는 <뒤늦은 깨달음>이 제일 좋았다. 중학생 때 처음 만난 법구경(Dhammapada)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처음 봤을 때부터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역시 고개를 끄덕였다가, 아니었다가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인도 자신의 필터로 재해석했다. 그래도 애욕이든 애착이든 사랑이라 불리든 사랑만은 꼭 붙잡아야겠다고 말이다. 사랑이 살아가는 이유고, 나를 버릴지언정 사랑만은 꼭 붙들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맴돈다. 물론 내 의견을 보태자면 <나를 버릴지언정>은 해당이 안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말은 더 주고, 희생하고, 인내하는 큰 의미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도 사랑이라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을 전제로 하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를 버린다는 것을 빼면 인생에 어떤 것이 남을까.

그래서 <내 것>이라는 시도 내 것인 것과 아닐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향유가 느껴졌다. 세상에 구름과 냇물과 바람 같은 것은 내 것이 없더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은 결국 자신을 좀먹는 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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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지웅배(우주먼지) 지음 / 쌤앤파커스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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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의 쓸모없음에 관하여 - 지웅배(우주먼지)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오늘도 해가 뜨며 하루가 시작되고 달이 뜨며 하루가 진다. 꿀 맛 같은 연휴가 지나고 굉장히 힘든 하루를 보낸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별들은 물론 이 먼지 같은 인간들에게 관심이 없다.

책을 읽으며 왜 작가의 닉네임을 우주먼지로 지었는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오늘 고군분투해서 살았지만 저 하늘 멀리에 있는 별은 그대로인 것 같다. 광년이라는 거리로 따져도 멀고, 지금도 날아가고 있는 보이저1호를 생각하면 얼마나 외로울까 하는 생각도 든다.

1977년 9월 5일 발사되었다. 지금은 태양계를 벗어나 더 멀리멀리 날아가고 있다. 책에서 등장한 보이저 1호가 1990년 지구를 찍은 <창백한 푸른 점>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다.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얼마나 작은 존재인가 하는 점이다. 60억 킬로미터라니. 천문학자가 이야기하는 세대 구분은 처음 들어봤다. 대부분의 MZ 세대가 속할 창백한 푸른 점이 찍힌 이후 태어난 세대들을 <포스트 보이저 세대>라고 한단다.

이 책에서 등장한 결국 심폐소생을 시켜버린 보이저 1호에 대한 에피소드도 눈물겹다. 50년전 구닥다리 탐사선을 어디까지 써먹을 생각인가 라는 보통 사람인 나와 달랐다. 유의미한 임무를 띄고 지구를 떠난 기계를 오류 난 섹션을 돌아가게 재 프로그래밍 해서 살려냈다. 이렇게 지구와 멀리 떨어진 보이저와 아직도 관계의 끈이 이어져있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다.

새로 알게 된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가 70억년 이후에 진짜 합쳐진 타원은하가 되어서 밀키웨이(우리 은하)와 안드로메다(안드로메다 은하)가 아닌 <밀코메다>가 될 지 궁금해진다. 물론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70억년 뒤의 일을 어떻게 알겠는가. 이런 생각들을 매일 하고 살면 훨씬 더 인간사에 초연해질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과 기술 사이의 간극이 굉장히 멀다고 작가가 부르짖었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 차이를 잘 모른다. 별과 나의 사이가 얼마나 먼지 가늠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까.

천문학자들은 계속 별과 사람사이의 낭만을 계산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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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무엇이 우리를 인간으로 살아가게 하는가
박상진 지음 / 문예출판사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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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신곡 인문학 - 박상진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단테의 신곡 제목은 많이 들어봤지만 굉장한 난이도의 책이라고 익히 들었다. 읽고 있지만 이해를 못하는 책이라는 평판이 자자하다. <단테 신곡 인문학>은 신곡의 원문과 작가의 설명 그리고 삽화를 통해 이해를 높인다. 전에 이런 해설서로 군주론을 읽었을 때도 도움을 많이 받았다. 신곡 역시 눈높이에 맞는 설명을 통해 왜 이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먼저 작가의 이름이자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단테 알리기에리의 이름의 뜻을 살펴보자. 단테라는 이름에는 <견디다>라는 뜻이 들어있고 알리기에리라는 성에는 <날개>라는 뜻이 숨어있다. 견디며 날아오르는 자라는 뜻이다. 신곡을 관통하는 하나의 의미라 할 수 있다.

신곡을 이루는 3 파트는 <지옥>, <연옥>, <천국>이다. 지옥은 죄인들이 처벌받는 9개의 원을 지나며 인간의 죄와 벌을 보여준다. 연옥에서는 정화와 인내를, 천국에서는 사랑으로 마무리 된다. 인간의 삶을 요약한 것 같기도 하고, 죽은 이후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역으로 현실을 더 잘 살아내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설 연휴에 엄청 많이 먹으면서 이 책을 읽어서 그런가 그렇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테가 지옥의 두 번째 만난 대식의 죄가 기억난다. 지옥의 셋째 고리에 내려가서 비, 우박, 구정물 등을 받아먹으며 그 모든 것이 뒤섞인 곳에서 뒹구는 대식가들을 발견한다. 다른 지옥의 죄들에 비해 좀 약소한 것으로 벌을 받는 것이 아닌가 싶지만, 단테가 말하고자 하는 이렇다. 개인 차원의 탐욕이나 부절제가 아니라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해 필요한 시민적 참여와 책임 의식의 결여라고 말이다.

또한 <위조>파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단테는 사기를 <사람만이 행하는 죄악>이라고 불렀다. 인간의 고유 능력인 이성을 이용해서 적극적으로 저지르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 대식이나 탐욕처럼 절제를 하지 못해 일어나는 죄가 아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기망하고 절제를 통해 더 큰 악의 씨앗을 심는 일이다. 자신을 믿는 사람에게 치는 사기는 <배신>이라 말하고 배신자들을 코키투스라 불리는 지옥의 맨 밑바닥에 몰아넣는다. 최근 일어나는 사람들을 속이는 행위는 정말 다양해졌다. 금전, 애정, 신용, 값으로 치환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어떻게든 사기를 친다. 이 사기라는 죄의 중함은 사람을 믿음으로 부터 붕괴시키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개인 간의 불신과 사회까지 병들게 한다.

마지막은 <사랑>으로 결국 인간의 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나 연민과 사랑으로 함께하라는 것이다. 자애와 사랑으로 나타나는 종교의 큰 뜻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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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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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 쓰무라 기쿠코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작가의 소설은 처음 만났다. <거짓말 컨시어지>와 <속거짓말 컨시어지 - 거짓말의 수요와 공급의 고뇌편>이 제일 책의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그래서 빼놓을 수 없는데 누구나 하얀 거짓말을 해본 사람들이 있다면 그 주도면밀한 계획을 따라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미노리다. 직물전시회에서 만난 인연과 적당히 멀어질만한 거짓말을 행하게 된다. 그나저나 나와의 약속 때문에 최애의 촬영장에 못 간다고 징징대는 (아이자와씨)글을 떡하니 남들 다 보게 써놓으면 내가 약속을 취소해 달라는 뜻인가 곡해하게 되는 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서로를 위해 조카가 아프다는 거짓말을 통해 그 상황을 벗어난다. 이후 조카인 사키는 나오고 싶은 동아리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계획된 여행에서 빠지지도 못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조카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머리를 짜낸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모와 시간을 보내줘야 한다는 이유로 일단 여행을 빠지는 건 성공한다. 계속해서 이모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핑계로 동아리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에서도 해방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을 피해 혼밥을 하는데 다니오카를 만나고 또 한 가지 절대절명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지만, 그래도 다니오카의 할머니에게 하는 거짓말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궁금해진다.

이후 회사에서 고지마 부장의 핑계를 하나 계획해주고 거짓말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미노리. 계속해서 몰려드는 고민을 해결하기 바쁘다. 굉장히 나쁜 거짓말들도 아니고 서로서로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사회생활의 스킬로 보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누구나 야근이나 상가집 핑계로 약속 파기해 본 경험 정도는 있지 않은가.

의외로 완전 한 두 쪽 되는 초단편도 있어서 그런 짧은 이야기들도 좋았다. 답답하면 전철 역 벤치에 앉아서 숨고르기를 한다. 출근하는데 혹은 퇴근하는데 어디론개 새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은 많이 하니까.

의외로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인 <세 번째 고약한 짓>에서 시어머니 집에서 접시를 훔쳐와 회사에서 오후 3시에 깨버리는 나카야마 씨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 훔친다라는 카타르시스와 깨버린다는 도파민까지 다 충족되는 행위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뉴스에서 일본과 한국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접시 깨부수는 가게가 생겼었다고 들었는데 그런 일을 셀프로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이 접시를 깨부수게 되는 나는 휴대폰에 아바타(이름은 튀김 소바)에게 못된 습관을 하면 연타해서 데미지를 주는 행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나를 단도리 하나 오프라인에서 하나 그 차이랄까.

굉장히 다양한 작품들에서 복잡하지만 미묘하게 거슬리는 일들을 해소하는 방법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첫 번째 비결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기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의 거짓말을 할 것.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를 그 거짓말이 끝날 때까지는 모든 공적인 매체에 남기지 않을 것. 가능하면 거짓말의 목적이 완료된 후에도 남들 눈에 띄는 곳에서는 입 밖에 내지 않을 것. 대체로 그렇게만 하면 내가 할 만한 거짓말은 성립된다.

◾ P87, 거짓말 컨시어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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