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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컨시어지
쓰무라 기쿠코 지음, 이정민 옮김 / 리드비 / 2026년 2월
평점 :

거짓말 컨시어지 - 쓰무라 기쿠코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쓰무라 기쿠코 작가의 소설은 처음 만났다. <거짓말 컨시어지>와 <속거짓말 컨시어지 - 거짓말의 수요와 공급의 고뇌편>이 제일 책의 많은 분량을 차지한다. 그래서 빼놓을 수 없는데 누구나 하얀 거짓말을 해본 사람들이 있다면 그 주도면밀한 계획을 따라가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등장하는 주인공은 미노리다. 직물전시회에서 만난 인연과 적당히 멀어질만한 거짓말을 행하게 된다. 그나저나 나와의 약속 때문에 최애의 촬영장에 못 간다고 징징대는 (아이자와씨)글을 떡하니 남들 다 보게 써놓으면 내가 약속을 취소해 달라는 뜻인가 곡해하게 되는 건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서로를 위해 조카가 아프다는 거짓말을 통해 그 상황을 벗어난다. 이후 조카인 사키는 나오고 싶은 동아리에서 나오지도 못하고, 계획된 여행에서 빠지지도 못하고 있다는 고민을 털어놓는다. 조카를 위해서 거짓말을 하기 위해서 머리를 짜낸다. 남자친구와 헤어진 이모와 시간을 보내줘야 한다는 이유로 일단 여행을 빠지는 건 성공한다. 계속해서 이모와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핑계로 동아리 사람들과의 불편한 관계에서도 해방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을 피해 혼밥을 하는데 다니오카를 만나고 또 한 가지 절대절명의 거짓말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거짓말이 거짓말을 낳는다지만, 그래도 다니오카의 할머니에게 하는 거짓말은 어떻게 마무리가 될지 궁금해진다.
이후 회사에서 고지마 부장의 핑계를 하나 계획해주고 거짓말의 달인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미노리. 계속해서 몰려드는 고민을 해결하기 바쁘다. 굉장히 나쁜 거짓말들도 아니고 서로서로 원만하게 해결하려는 사회생활의 스킬로 보여서 재미있게 읽었다. 누구나 야근이나 상가집 핑계로 약속 파기해 본 경험 정도는 있지 않은가.
의외로 완전 한 두 쪽 되는 초단편도 있어서 그런 짧은 이야기들도 좋았다. 답답하면 전철 역 벤치에 앉아서 숨고르기를 한다. 출근하는데 혹은 퇴근하는데 어디론개 새버리고 싶다 이런 생각은 많이 하니까.
의외로 첫 번째 등장한 작품인 <세 번째 고약한 짓>에서 시어머니 집에서 접시를 훔쳐와 회사에서 오후 3시에 깨버리는 나카야마 씨가 마음에 들었다. 일단 훔친다라는 카타르시스와 깨버린다는 도파민까지 다 충족되는 행위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예전에 뉴스에서 일본과 한국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접시 깨부수는 가게가 생겼었다고 들었는데 그런 일을 셀프로 하는 것이 아닌가. 같이 접시를 깨부수게 되는 나는 휴대폰에 아바타(이름은 튀김 소바)에게 못된 습관을 하면 연타해서 데미지를 주는 행동을 하고 있다. 온라인에서 나를 단도리 하나 오프라인에서 하나 그 차이랄까.
굉장히 다양한 작품들에서 복잡하지만 미묘하게 거슬리는 일들을 해소하는 방법들을 만날 수 있었다.
거짓말을 들키지 않는 첫 번째 비결은, 자신이 한 거짓말을 기억하는 것이다. 두 번째는 충분히 있을 법한 내용의 거짓말을 할 것. 그리고 거짓말을 했다는 증거를 그 거짓말이 끝날 때까지는 모든 공적인 매체에 남기지 않을 것. 가능하면 거짓말의 목적이 완료된 후에도 남들 눈에 띄는 곳에서는 입 밖에 내지 않을 것. 대체로 그렇게만 하면 내가 할 만한 거짓말은 성립된다.
◾ P87, 거짓말 컨시어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