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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늦은 깨달음
박유인 지음 / 바른북스 / 2025년 3월
평점 :

뒤늦은 깨달음 – 박유인
*본 도서는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인의 노년의 삶이 잘 묻어나는 시집이다. 총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뒤늦은 깨달음이라고 하지만 나의 경우 <사랑>이라고 읽혔다. 그래서 읽는 내내 제일 좋았던 파트다. 2부는 산촌에서의 삶이다. 버스가 하루에 두 대 밖에 오지않는 산간 오지인 것 같다. 농사도 짓고, 대대로 내려오는 땅에 꽃나무도 가꾼다. 마지막은 떠나가신 어머니에 대한 애달픔을 노래했다. 결국 영원한 삶은 없다는 것은 알지만 쉽게 잊히지 않는 그리움은 보편적인 정서로 마음 깊이 들어온다. 어머니와 자주 들른 식당에서, 혼자 온 시인을 만난 주인장의 그 질문하지 못함과 눈빛과 공기가 느껴졌다. 다시 추억으로 들른 그 곳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밝힐 때 정말 얕은 연대지만 사람이기에 다들 그 마음을 이해할 것이라 생각한다.
산촌 생활에서는 읍내 터미널을 나가며 굉장하게 내달린 버스기사를 담은 시가 얼마나 인구소멸 도시가 많은지를 느끼게 해주었다. 물론 20분 안에 당도하게끔 애써주는 것도 좋으나, 그 동안 손님이 하나도 타지 않았다니! 생각해보면 정말 시골에서는 면허를 반납하고 나면 극한으로 이동권이 제한된다는 생각이다. 그래도 이런 버스 활극을 어디서 해보겠는가 이것도 산골살이의 묘미겠지.
원래 제목으로 선정된 시보다 다른 보석같은 작품을 찾아내는 취미가 있다. 그러나 이번 시집에서는 <뒤늦은 깨달음>이 제일 좋았다. 중학생 때 처음 만난 법구경(Dhammapada)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 말을 처음 봤을 때부터 몇십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역시 고개를 끄덕였다가, 아니었다가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시인도 자신의 필터로 재해석했다. 그래도 애욕이든 애착이든 사랑이라 불리든 사랑만은 꼭 붙잡아야겠다고 말이다. 사랑이 살아가는 이유고, 나를 버릴지언정 사랑만은 꼭 붙들어야 한다는 말이 계속 맴돈다. 물론 내 의견을 보태자면 <나를 버릴지언정>은 해당이 안 되긴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말은 더 주고, 희생하고, 인내하는 큰 의미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그래도 사랑이라는 것은 자신을 버리는 것을 전제로 하면 안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를 버린다는 것을 빼면 인생에 어떤 것이 남을까.
그래서 <내 것>이라는 시도 내 것인 것과 아닐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향유가 느껴졌다. 세상에 구름과 냇물과 바람 같은 것은 내 것이 없더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갈망은 결국 자신을 좀먹는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