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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아버지의 죽음이 남긴 것들
사과집 지음 / 상상출판 / 2021년 4월
평점 :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 - 사과집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딸은 애도하지 않는다는 다소 반어법적인 제목으로 시작하는 이책은 실제로는 아주 뜨겁게 애도하는 이야기이다. 저자가 말미에, 아버지의 죽음이 아직 얼마 되지 않았고 자신의 감정은 아직 용광로의 쇳물처럼 뜨겁다고 말했는데,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최근 (10년정도도 최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직계가족의 장례를 연이어 치른 적이 있다. 그 기간동안 4번 정도였으니까 꽤 잦은 빈도수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저자가 처음에 맞닥뜨린 딸이라서 상주가 되지 못하고, 왕래도 잘 없는 사촌오빠가 상주가 되었다고 말했을 때, 그가 느꼈을 당혹감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중간중간 이야기 하는 새로운 장례문화와 다른 나라의 사례 등이 앞으로의 장례식을 바꾸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았다. 간소한 하루장례 (하루장) 라던지, 빈소를 차리지 않고 입관식만 진행하는 ‘무빈소 화장식’ 같은 것이다. 나의 경우에도 결혼을 안한다면 장례식을 치러줄 가족이 거의 남아있지 않을 것이기에 무빈소 화장식을 치러달라고 생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부탁을 해야하는 걸까 하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다. 조카에게 큰 짐을 지워주고 싶지 않아서다. 초고령사회와 1인가구 확산에 따라 앞으로 바뀔 것인데, 나의 장례를 설계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디지털 장례식(기록삭제) 문제도 생각해 볼 일이었다. 일드로도 나와 있고, 소설로도 언급된 디지털 장의사라고 할까, 웹이나 컴퓨터상의 고인의 기록을 삭제해주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페북에 50만명 이상의 고인 계정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는 이쪽의 일도 많이 수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장례가 끝나고 나서 생활 터전이 함께인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께서 마지막으로 담그신 ‘산초 짱아지’를 볼 때의 작가의 감정은 나도 뜨거운 것이 울컥 올라올 정도였다. 그리고, 아빠가 끓인 소울푸드인 산초 된장찌개 (이것은 흔한게 아니라 한번도 비슷한것도 먹어보질 못했지만), 고인의 추억이 담긴 음식, 물건, 옷 등을 정리하는 것도 유족들에게는 힘든 일이다. 그리고, 혼자서 아빠의 산재를 입증해야 하는 서류작업에 매달리고, 수많은 법적 절차를 밟는 고단한 업무를 계속한다. 수많은 서류작업에서 어떤말로 운을 떼야 그나마 나을지를 고민하는 저자의 마음이 이해가 되었다. 이후 모녀가 같이 등산을 하며 건강도 마음도 같이 치유하는 그림은 고된 산행헤 한줄기 산들바람처럼 다가오더라. 작가가 그리는 본인의 죽음과 디지털 유서 관련해서는 나도 미리 생각해봐야 할 소재가 되었고, 앞으로 다가올 주변인들의 떠남에 대해서도 조금 더 내일처럼 위로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남과 헤어짐은 인생에 반복되는 일이라지만, 영원한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