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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여자는 살아남는다 ㅣ 걷는사람 소설집 6
최은 지음 / 걷는사람 / 2022년 11월
평점 :

젊은 여자는 살아 남는다 - 최은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시작부터 스포일러 없이는 이 책의 줄거리를 말하기 힘들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다. 주인공인 채유리는 평범하지는 않은 직장인이다. 직장인이 되고 싶어 하는 취준생 시절부터 나오니까 취준생이라고 해야할까. 다만 그 면접을 보는 곳이 특이한 역삼동의 이실장이라는 것만 빼면 말이다. 성인인증만 하면 간단하게 면접을 볼 수 있는 이야기부터 바로 화류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처음 일하는 사람들은 가게보다 카페에서 면접보는걸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그렇고. 실제로 보도방이라는 말은 들었는데 책에서 말한 의미가 맞다면 그것을 처음 안 나도 충격이었다. 실제로 뭔가 사실을 보도하기 위한 보도는 아닐 거 아닌가. 책은 역삼과 디지털미디어시티 등 유리가 생활하는 반경에 따라 다른 삶을 사는 것을 보여준다. 유리가 실제로 좋아하는 자인은 여자고, 음악을 한다. 당장 미국에 가있고, 유리를 좋아하는 현재를 데려가 자리를 엉망으로 만들기도 한다. 왜 이렇게 주인공이 자인을 원하는지에 대한 것은 의문이었다. 왜냐면 자인이 원하고 있다 라는 마음 이외에 자인의 피드백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드디어 취업에 성공한 팍팍한 연봉 1800의 세계에 입문한다. 다들 그저 그런 사람들만 있는 문화부 산하의 협회다. 겉보기엔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도 다 고만고만한 이슈를 가지고 있다. 생각보다 자주 등장하는 역삼동의 서연은 나비약(디에타민)에 취한 아가씨인데, 차라리 이 인물이 감정과 욕망에 훨씬 더 솔직해 보인다. 자꾸 손 끊은 사람한테 여기 와서 일 할래 하고 말하는 것도, 이어줘서 잘되면 고가의 핸드백을 사달라는 것도 서연에게는 기승전 ‘돈’이다.
자기가 원해서 한 매춘은 한번이었다고 말하는 주인공. 그 매춘의 주인공과 낮에 일하는 서로의 직장에서 마주쳐서 그걸로 약점을 잡혀서 이야기가 스릴있게 흘러가나 했는데, 서로의 이해관계를 위해서 입을 닫아준다는 생각보다 현실적인 결말로 마무리 되었다.
유리는 계속적으로 사람들을 만난다. 거기에는 꿈을 향해 매진하는 친구도 있고, 미래를 위해 편입을 준비하는 친구도 있다. 그런데, 주인공은 그 사람들에 대한 노력은 아주 약하게 표현한다. 거의 까내린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대신 자기에게는 아주 관대한데, 본인이 별스런 생활을 하면서 팔자를 꼬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 뭐, 성인인데 본인이 하고 싶은 거 해야지 하면서도 씁쓸한 기분.
계속 새로운 인물들이 추가되면서 유리에게 계속적으로 영향을 주는 게 신기한 줄거리라면 줄거리였다. 갑자기 협회를 나와서 지독하게 편집증 있어 보이는 마변호사한테 시달릴 때는 내가 왜 다 부들거렸는지. 그 전까지의 회사가 고만고만한 짱돌들의 괴롭힘이었다면, 마변은 돌아이 같은 괴롭힘이었다. 나라면 시키는 때까지 계속해서 커피를 탔을 것인가 아니면, 유리처럼 카펫에 커피를 엎었을 것인가 여러 번 생각했다. 소설의 충격은 이 이후 400쪽이 넘어갔을 때쯤 갑자기 본인이 시체가 되었다고 한 것이었다. 비슷하지는 않지만 전에 읽었던 <수정의 인사>가 떠올랐다. 비슷하지 않지만 사고에 의한 희생자가 생겼다는 점도 그렇고. 물론 내 의지가 그랬든 그렇지 않든 죽은 사람에 대해서 떠들어 댈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면에서도 그랬다. 같이 읽어보시기를 추천한다.
거의 마지막 쯤에 유리는 이야기 한다. 자기가 당한 사건보다도 이런 시대를 아무렇지 않게 살아오게 한 이게 더 거지같다고. 유리는 살아남지 못했지만, 다른 젊은 우리들은 살아남기를 조금 나이든 여자가 응원한다. 유리가 살아남았다면 권태와 물욕과 여러가지 들을 다 이겨내고 교수님과 백년해로 했을까? 과거가 드러나지 않는 삶이라는 건 없는 것 같다. 어떻게든 향기가 스며들듯이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