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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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여자 아이 델핀 베르톨롱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말로라는 16살짜리 파리에 사는 남학생 아이의 일기 형식으로 진행된다. 말로는 어머니가 다른 동생인 잔이 있고, 새엄마와 아빠가 있다. 음악을 가르치는 아버지와 고가구를 좋아하는 인테리어광인 새엄마와 같이 살고 있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프랑스판 장화홍련의 느낌이라 할 수 있다. 느낌이 팍 오지 않는가. 뭔가 억울한 원혼이 나타나서 자기의 원한을 풀어달라고 호소하는 느낌이. 여기에 기괴한 환영과 환청이 등장한다. 이야기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찝찝한 느낌과 함께 프랑스 파리에서 남부인 님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말로가 이사를 온 곳은 소나무집. 도시의 소음이 익숙한 청소년에게 외딴집이라는 설정, 친한 친구와 헤어져야 한다는 아쉬움, 동생의 이상행동 등 이사를 기점으로 이상하게 느껴지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 말로 설명 못할 기괴함을 기민하게 느끼고, 다른 사람들을 관찰하는 내용이 참 으스스하다. 지나가던 사람이 지명수배 전단에의 사람과 비슷함을 느끼고 나서 계속 그런지 아닌지 헷갈리는 사람의 기분 같은 것으로 잘 묘사되어 있다고 느꼈다. 웹툰으로는 혹시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분위기의 느낌이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다 이상한데 뭐라 설명을 못하겠는 그런 육감이 실제하고, 그 감이 일어나는 일일 경우의 그 살 떨림. 실제로 벽이 부풀어 올라서 사람형체를 취한다고 생각해 보면 집이라는 공간에서 느끼는 공포는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동생은 이사 오고 나서부터 상상속의 친구인 <폴린>을 만났다면서, 샤토에서 보았던 샹들리에의 조각을 가지고 있거나, 영화 <기생충>의 막내 다송이처럼 기괴하고 이상한 그림을 그려서 숨겨두기도 한다. 애착 인형처럼 잘 들고 다니던 인형의 배를 갈라서 수술치료를 해주는 등 내가 알고 있던 동생이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폴린에 대해 눈 하나 깜짝 안하고 이야기 할때의 잔을 상상해보면 정말 무섭다. 무당같은 느낌이랄까. 더 찜찜한 것은 내가 느끼는 이 모든 것을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신경도 안쓴다는 것이다. 말로는 우체부인 릴리와 함께 공조하여 87년도의 실종된 폴린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밝혀낸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버지 덕에 카세트 테이프가 음악을 재생하는 아이템임을 한눈에 알아보는 몇 안되는 10대일 거다. 책에서도 나온다. CD도 사라지는 마당에 카세트 테이프라니. 하고 말이다. 보통 그 정도 오래된 테이프가 정확하게 잘 재생될지조차 의문이었는데, 폴린의 육성과 밝혀지지 않았던 이야기의 전말을 들려준다. 폴린과 이 소나무집에 살았던 사람들과 어떤 관계가 있었던 것일까가 몰입감 있게 펼쳐진다. 거기에 말로가 겪고 있는 다른 사람과 다른 죽음과 가족의 변형이 일어남을 일기장에 고백하고 성장해가는 내용도 이야기의 한 축이다. 이류 배우였던 어머니가 불륜현장에서 사고사 하게 되면서, 어머니의 나쁜 모습을 닮은 게 아닐지. 사랑하는 동생 릴리와 새엄마와의 사이에서 약간씩 엇나가게 비춰지는 자신을 보며 괴로워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결국 가족 간의 사이는 초 자연적인 현상을 제외하고, 폴린의 실종을 재수사하게 되며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분히 자연스럽게 맺어진다. 마지막에 잔의 의미심장한 말로 앞으로의 사건이 계속 이어질지에 대한 생각해보게 되었다. 추리소설과 청소년문학을 좋아하는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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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나이듦 (리커버) - 노화와 질병, 거스를 수 없다면 미리 준비하라
정희원 지음 / 두리반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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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나이듦 정희원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잘 사는데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한 우선순위가 나이듦에 따라 변화한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내지 못했다. 아마도 아직 경제 인구이자 노인으로 사회적 분류되는 65세가 아직 멀었다고 느끼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젊을 때는 질병예방이 장년기에는 질병의 관리(노쇠 예방)이 중요하다. 실제로 노인이 되었을 때는 독립적인 삶의 영위가 목표가 된다. 즉 남들의 돌봄 없이 일상생활을 온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다. 확실히 간병으로 파산한다는 말이 왜 있겠는가. 내가 대소변부터 먹는 행위 하나까지도 남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 그야말로 나 한명을 돌보는데 최소 2~3인의 간호 인력이 들게 되고, 그것에 대한 부담은 내가 져야한다. 그래서 후반부에 등장하는 노인에 대한 연령적 증가와 인구피라미드 그리고, 노인을 부양하는 문제 등의 다각적인 연구는 나 혼자만의 부담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회적으로 어떤 문제까지 야기시키는지 거시적으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저자는 사회적으로 노인으로 책정되는 연령제한을 점진적으로 미루자는 방법을 택해야한다고 하고 있는데, 벌써부터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우리에게 결단이 필요한 선택이 아닌가 한다. 물론 그 간극을 신체적 나이와 노쇠에 대한 보호는 이루어지면서 해야 될 것이다. 당장 올해부터 만나이가 시작되면서 나이에 대한 혼란이 대두되는데, 올해는 노인이 65세였다가. 내년부터는 66세 였다가, 다음해에는 67세라면. 내가 대비해야할 경제력에 대한 플랜도 다시 짜야할 것이고, 의료보호나 돌봄이 꼭 필요한데 연령제한으로 속하지 못한 사람들은 곤궁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기 어렵기에 지하철 무임승차 나이조차 쉽게 바뀌지 않는 게 아닐까 한다. 사회는 다양한 구성원이 살고, 바뀌는 제도에 대해서는 빛과 그림자가 있으니 말이다.

불로장생까지는 아니더라도 99세까지 88하게 살고 2~3일 앓다가 죽는 게 소원이라는 우스개 말처럼(줄여서 9988234) 돌봄노동이 들어가지 않게 자유의지대로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것은 모든 사람의 소망일 것이다.

저자는 국내에서 노년내과라는 다소 들어보지 못한 과목의 의사선생님이시다. 최근 읽은 책 중에 <미국의 상위 1% 부자들의 7가지 건강습관>이라는 책을 읽으며 미국에서 노년기에 돈이 많은 사람들은 어떤 대비를 하는 지 알 수 있었다. 거기에서도 노년기의 근감소증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꼭 근력운동이 필요함을 이번 책을 읽으면서는 국내의 환경과 비교해보기 좋았다. 특히 운동부분에서는 몸의 중심근육인 코어근육을 사용하는 운동을 추천하고 있다. 바로 의자에 발을 올리고 허리부분을 일으키는 브릿지 동작. 그리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방법을 통한 스쿼트이다. 전에 유튜브에서 앞치마와 전형적인 파마머리를 한 남자 운동강사가 스쿼트를 할 때 무릎이 아픈 사람들은 처음에 의자에 엉덩이가 닿게끔만 시작해보라고 하던데, 이번에 추천되는 동작이어서 웃음을 주기위해 만든 영상이 아닌가 오해했었는데 그에 대한 해답이 되었다.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복용하는 모든 약들의 기전이 전방위적이기에 처방연쇄가 늘어나는 점에 대해 지적해주어 좋았다. 파킨슨에 듣는 약의 부작용이 구토로 이어지고, 이를 막기 위해 반대급부의 약을 처방받으면서 뫼비우스의 띠처럼 금세 노쇠해지는 노년 환자의 이야기였다. 확실히 노년기에 접어들면 감기처럼 약한 질환에도 며칠 이상 몸져 눕다가 일상생활이 불가능해지는 경우도 생긴다. 거기에 기저질환 그리고 다양한 약물에 대한 부작용은 처방하는 사람도 그리고 처방받는 사람도 매우 신경써야 한다고 느꼈다. 이를 위해서는 그 사람이 먹는 약에 대한 전체적인 관리시스템도 필요하다고 느껴졌다. 의학적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의 경우에는 처방약을 복용하는 것만도 버겁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나이듦에는 잠이나 변동성 관리가 중요하며, 절식을 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내 몸에 대한 리스크를 나이들어서 유지하려고 할 때는 이미 루틴화 시키기 어렵기에 지금부터라도 훨씬 더 신경 써야겠다는 다짐이 되는 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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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입 흰 귀 백조 소설선 1
유응오 지음 / 백조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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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입 흰 귀 - 유응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에는 많은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몸을 파는 여자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불교 관련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작가가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제일 마지막에 실려 있는 <하나인가? 둘인가?>는 자신의 아내와 교접한 친구, 그 두 사람을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를 유곽에서 만나서 하루를 보내게 되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어릴 적 길에서 만난 사람과 일주일의 인연으로 다방에 팔아넘겨졌다. 그 뒤로 그녀의 말에 따르면 뭍에서 바닷가로, 바닷가에서 섬으로 개구리밥처럼 떠돌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무당이었고, 그 신기를 가지고 있다. 내가 밖으로 나가서 내가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과거나 미래가 보이기도 한다. 따로 만난 사람들의 접점과 다시 교집합 될 수 없는 미래가 그려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현실적이면서 당찬 느낌이 들었던 <신 반장의 쿠데타 진압 사건>도 흥미로웠다. 어느 세계든지 간에 완장을 차는 사람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나의 어머니는 60넘어서 조경회사 잔디를 심으러 가는 일원들의 반장이다. 어릴 적 부터 조경일이 익어서 남들보다 급여도 조금 더 받고, 나름의 파워가 있는 그런 신분인 것이다. 노가다도 그렇지 않은가 반장이 있고, 기술공이 있고. 보조가 있고. 그런 어머니가 수술을 한 사이 사람들 사이에 반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물밑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런 그들을 손수 만나러 가서 너는 이래서 안되고, 너는 저래서 안된다는 말을 차분하고도 대차게 말하는 나의 어머니. 나이가 들어서 변변한 직업을 구하는 게 힘들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호시틈틈 노리는 하이에나들을 눌러주면서 때로는 구워삶아가면서 일하는 삶은 얼마나 녹록치 않은 것이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역시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살기는 더 수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타이틀인 <검은 입 흰 귀> 검은 입이라는 벙어리 소년과 흰 귀라는 귀머거리 소녀가 있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둘은 거리로 나오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길의 삶을 택한 다음 각자의 수순대로 범죄의 길에 올라서게 된 둘. 육손이, 빠른 손 등 범죄를 가르쳐주는 캐릭터들이 인상에 남는다. 특히 육손이가 없으면 없는대로 죄수복들을 그어가며 소매치기의 기술을 설명하거나, 주위를 산만하게 해서 사람이 맥을 못 추는 상태에서 털어가는 고급 기술을 선보인다. 손대지 말아야 할 돈을 손대서 힘들어 지지만 결국 둘은 만난다. 네피림 노인이 가르쳐주는 금고따기의 기술. 특히 진짜 뭔가 열리기 전에는 미세한 소리가 다른걸까 궁금해졌다. 결국 만능열쇠의 기본은 어디에든 맞게 되는거고 주문받은 금고는 결국 잠금이라는 것도 훼이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데, 실제로 금고라는 사물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그냥 놓여있어도 될 물건을 금고에 넣고, 금고에 넣어져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표현이 시적인 부분이 많고, 종교관과 연관된 부분이 있어서 다소 진지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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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힙합
정재환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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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죽어도 힙합 - 정재환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오래간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게 책장이 휙휙 넘어가는 책을 만났다. 스릴러이기도 하고, 다양한 환경에 놓여있는 세계관들이 모여 있는 정재환 작가의 단편집이다. 책을 안 썼으면 어쩔 뻔 했나 하게 생각되는 작가였다. 딸에게 좋아하는 일을 하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서 다시 펜을 들었다는데 확실히 영화교육원 출신이라서 그런지 메인스토리 만큼 배경이나 단서들을 시각화하는데 재능이 있어 보인다. 제목만으로도 끌리는 <맥아더보살님의 특별한 하루>도 다음에 읽어볼 생각이다.

단연 처음 실린 단편인 <네 이웃을 사랑하라>가 제일 재미있었다. 역시 사람은 확증편향의 동물이라는 것을 엄청나게 느끼게 해준 이야기였다. 거기에 다단계 좋게 말하면 네트워크 마케팅에 확실히 젖어있는 주인공 지선. 이제 이혼을 하고 레드다이아 승급까지 한 단계 밖에 안남은 다단계의 중역급인 그녀는 새로 이사 온 아파트에서 자신의 판매의 왕국을 열 생각에 부풀어 있다. 그런데 자꾸만 사람이 죽어나가기 시작하고. 옆집 여자가 의심스럽기 시작한다. 누가봐도 옆집여자가 연쇄살인범 같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게 된다. 그러는 동안 역시 다단계를 팔려면 이게 진짜 좋은 물건이어서 남들에게 소개하고 싶어야한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지선은 그 면모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나도 아이조아와 맨파워 그리고 결정적으로 가벼운 후라이팬이 무척 사고 싶어졌다. 이정도 호기로운 말빨과 긍정이라 블루다이아까지 오를 수 있나보다. 이런 사람들이 우리 아파트에도 물론 살고있겠지? 하는 생각을 하니 피식 웃음이 지어졌다.

두 번째는 <창고>다 대머리 박부장에게 미스터리한 과거가 있다는 걸 알게된 나는 회사의 창고를 치우라는 얼토당토 않은 업무지시를 받게된다. 사람들은 박부장이 일본에서 야쿠자와 연관이 있었다는 둥 믿지못할 이야기를 풀어내게 되는데 나도 왠지모르게 박부장이 의심스럽다. 그리고 가까이 가지말라는 곳으로는 자꾸 발길이 닿게된단 말이다. 푸른수염처럼 열쇠를 주고 저방만큼은 가지말라고 하면, 결국은 그 문을 안열어볼 사람이 있겠느냐 말이다. 박 부장과 나의 대화가 이 편의 백미다. 그래 인마 내가 욕심 한번 부릴게. 완전 내 마음과 일치하는 대화였다. 박 부장 임마 사람을 쪼잔하게 괴롭히고 그래. 임마 내가 니 마음 다 알아! 그런데, 진짜 다 아는 건 누구일까? 나일까 박 부장일까.

마지막으로는 중국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44번버스>와 비슷했던 <하정 01>이다. 다 자기만의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그걸 복수하는 사람이 있다. 전에 봤던 신하균 주연의 뇌를 바꾸는 영화의 느낌과도 묘하게 닮았다. 늘 누구나 이기는 게임만을 할 수는 없다. 앙갚음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누군가 업보로 되돌아 올테니 손에 흙묻히지 말라고들 하지 않는가. 스산한 분위기가 짧은 분량이지만 스릴러의 맛을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기회가 되면 만나보고 싶고, 장편도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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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에이미 벤더 지음, 황근하 옮김 / 멜라이트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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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 케이크의 특별한 슬픔 - 에이미 벤더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주인공인 로즈는 9살 봄의 어느 날 음식을 먹으면 그것을 만든 사람의 기분을 알 수 있는 재능이 발현 된다. 처음은 엄마가 만들어준 레몬 초콜릿 케이크였고 엄마는 부재, 소용돌이, 텅빔 등의 맛이었다. 그 이후로 엄마가 만든 음식을 먹으면 갈망이 느껴지는 듯 소설이 끝나갈 때까지 로즈의 맛에서 감정을 느끼는 능력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능력은 비슷하게 할아버지로부터 대물림 되어 온 것인데, 할아버지는 냄새를, 아빠는 확실치 않지만 병원과 관계된 것을, 조지프는 사물과 관계된 특별한 능력들을 가지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 집에서 제일 놀라야 할 것은 엄마가 아닐까. 남편도, 아들도, 딸도 다 초능력자니까.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집에 나 혼자라니 그게 다르게 생각하면 반전이다.

아무튼 로즈가 이 특별한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이야기 한다고 해서 뭔가 세상이 바뀔만한 에피소드는 일어나지 않는다. 어느 날 생긴 나만의 능력이 있다고 해도 그저 묵묵히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도 있다는 그런 축복아닌 재능처럼 묘사되고 있다. 나라면 감정뿐만이 아니라 어느 곳에서 실려와서 수확될 때 어떤 느낌과 상태였는지까지 각각 알게 된다면 소믈리에나 음식 평론가로 큰 돈을 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정말 신의 물방울에서처럼 이야기하는 예상율 100% 적중의 도멘과 시기까지 알 수 있는 신의 미각의 탄생인 거니까. 로즈가 결국은 자기의 능력을 계속 가지고 가야한다는 것을 알고 요리에 관심을 갖게 되긴 한다. 그리고, 배틀까지는 아니지만 평론가들과 맛의 한판 승부를 그리는 것도 나오고. 이렇게 좋은 능력을 가지고도 로즈는 공장에서 무미건조하게 잘려서 튀겨진 감자칩을 주로 먹는다. 사람들의 무기력함이나 슬픔을 계속해서 먹어치워야만 하는 운명은 소녀에게 가혹함으로 다가온다.

그렇지만, 이 책의 주요 인물과 서사는 가족이다. 그리고 로즈가 성장하는 가운데 겪는 친구와 첫사랑과 첫사랑을 떠나보내는 것이다. 새로 전학온 친구는 우울함에서 벗어나 인싸력을 충전한 부캐를 가지고 왔지만 로즈에게 딱 걸려버리고 만다. 그 뒤로 좀 나쁘게 말하면 자기 감정을 알기 위한 바로미터로 로즈를 사용하다 사이가 틀어지고 만다. 조지프와 조지와 같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실험했던 맛 테스트에서도 조지가 믿어주는 장면이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동네 청년을 좋아하는 마음에 싸준 샌드위치가 내뱉는 나를 사랑해줘라는 느낌은 어떤 걸까 한 참을 생각해 보았다. 나를 봐주고, 나에게 신경을 써주고, 이 사람이 배고프지 않고 맛있게 먹어주기를 바란 그런 마음이었을까. 아마도 오랜 시간을 보낸 조지프 남매와 조지는 가족들처럼 끈끈하다. 로즈가 고향에서 조지프를 기다리는 동안, 평범한 조지는 본인의 궤도를 더 넓히는 것처럼 보였다.

원치 않게 엄마의 내밀함을 눈치채버린 소녀가 특별한 가족 안에서 흔들리며 성장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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