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검은 입 흰 귀 ㅣ 백조 소설선 1
유응오 지음 / 백조 / 2023년 1월
평점 :

검은 입 흰 귀 - 유응오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에는 많은 단편들이 실려있는데, 몸을 파는 여자들에 대한 에피소드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리고 불교 관련한 내용들이 많이 있다. 아마도 작가가 불교계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제일 마지막에 실려 있는 <하나인가? 둘인가?>는 자신의 아내와 교접한 친구, 그 두 사람을 무참히 살해한 살인자가 등장한다. 그리고 그를 유곽에서 만나서 하루를 보내게 되는 여자가 있다. 여자는 어릴 적 길에서 만난 사람과 일주일의 인연으로 다방에 팔아넘겨졌다. 그 뒤로 그녀의 말에 따르면 뭍에서 바닷가로, 바닷가에서 섬으로 개구리밥처럼 떠돌았다고 한다. 어머니는 무당이었고, 그 신기를 가지고 있다. 내가 밖으로 나가서 내가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의 과거나 미래가 보이기도 한다. 따로 만난 사람들의 접점과 다시 교집합 될 수 없는 미래가 그려졌다.
내가 생각하기에 제일 현실적이면서 당찬 느낌이 들었던 <신 반장의 쿠데타 진압 사건>도 흥미로웠다. 어느 세계든지 간에 완장을 차는 사람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나의 어머니는 60넘어서 조경회사 잔디를 심으러 가는 일원들의 반장이다. 어릴 적 부터 조경일이 익어서 남들보다 급여도 조금 더 받고, 나름의 파워가 있는 그런 신분인 것이다. 노가다도 그렇지 않은가 반장이 있고, 기술공이 있고. 보조가 있고. 그런 어머니가 수술을 한 사이 사람들 사이에 반장이 되고 싶은 사람들의 물밑작업이 시작되었다. 그런 그들을 손수 만나러 가서 너는 이래서 안되고, 너는 저래서 안된다는 말을 차분하고도 대차게 말하는 나의 어머니. 나이가 들어서 변변한 직업을 구하는 게 힘들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서 호시틈틈 노리는 하이에나들을 눌러주면서 때로는 구워삶아가면서 일하는 삶은 얼마나 녹록치 않은 것이었을까를 생각해본다. 역시 용의 꼬리보다는 뱀의 머리가 살기는 더 수월한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타이틀인 <검은 입 흰 귀> 검은 입이라는 벙어리 소년과 흰 귀라는 귀머거리 소녀가 있다. 보육원에서 함께 자란 둘은 거리로 나오게 된다. 어쩔 수 없이 길의 삶을 택한 다음 각자의 수순대로 범죄의 길에 올라서게 된 둘. 육손이, 빠른 손 등 범죄를 가르쳐주는 캐릭터들이 인상에 남는다. 특히 육손이가 없으면 없는대로 죄수복들을 그어가며 소매치기의 기술을 설명하거나, 주위를 산만하게 해서 사람이 맥을 못 추는 상태에서 털어가는 고급 기술을 선보인다. 손대지 말아야 할 돈을 손대서 힘들어 지지만 결국 둘은 만난다. 네피림 노인이 가르쳐주는 금고따기의 기술. 특히 진짜 뭔가 열리기 전에는 미세한 소리가 다른걸까 궁금해졌다. 결국 만능열쇠의 기본은 어디에든 맞게 되는거고 주문받은 금고는 결국 잠금이라는 것도 훼이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이야기해 주는데, 실제로 금고라는 사물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다. 그냥 놓여있어도 될 물건을 금고에 넣고, 금고에 넣어져있다는 사실만으로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고.
표현이 시적인 부분이 많고, 종교관과 연관된 부분이 있어서 다소 진지했던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