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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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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심장을 가진자들의 복수극 : 집행관들 - 조완선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표지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토끼와 오리 그림처럼 검은 음영으로 남성이 표현되어 있다. 정면에서 보면 옆모습인데, 또 어떻게 보면 밝은 부분으로 보면 정면의 남성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무릇 양면성이 있고 그 부분을 드러내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가 가슴 안에 빌런들을 처치해보고 싶은 불화산 같은 심장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이고 법치국가이기에 그러지 못하는 그런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숫자가 에폭시로 여러 가지가 써있다. 그리고 뭔가의 다잉 메시지처럼 모서리의 얼룩진 에폭시까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어떤 심오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일까가 궁금해지는 표지이다.
조완선 작가는 처음 만나본 작가였는데, <집행관들>을 읽는 내내 주변 묘사부분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또렷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심지어 하도 집행관들의 아지트인 팔당이 계속 언급되어서 나도 팔당댐을 한번 다녀왔지 뭐인가. 뭔가 나도 운전을 해가는 동안 여기 어디엔가 집행관들의 아지트인 <테라피 홀> 이 있지 않을까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주인공인 역사학 교수인 최주호는 오래간만에 고교 동창생인 허동식의 연락을 받는다. 보험이나 옥장판 나부랭이나 팔아달라고 할거라는 생각등을 하면서, 그냥 적선한셈 몇 십만원으로 떼워야지 생각한다. 보통 오래간만에 연락 오는 사람들은 경조사 아니면, 영업 아니면 돈 빌려달라고 하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 않은가. 그런데 웬걸, 평소 기고하는 칼럼을 잘 보고 있다면서, 본인이 감독하는 다큐멘터리 자료로 사용하려하니, 친일 내력의 고등계 형사 노창룡의 자료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이 전화를 계기로 오래간만에 연락 온 사람들을 좀 경계해야 삶이 평탄하려나 그런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며칠 후 노창룡은 자신이 건네준 자료의 수법으로 살해당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웹툰 <모범택시>라던가, 미드 <덱스터>등을 통해서 사적으로 원한을 처단하는 작품들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법이라는 것이 있지만 내가 법의 심판을 원할 때 가해자는 말도 안되는 법의 수호로 살아남고 죄값을 치르지 않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최근 뒤숭숭한 배임이나 횡령, 기밀정보를 통한 재산증식 등 이세상에 나쁜일 하나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의 경중은 법이 정하는 것이며, 처벌도 법이 하는 것이라는 법치국가의 대전제를 엎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속이 갑갑할 때가 많다. 국내의 법률은 미국처럼 엄벌주의도 아니라 기껏 재판장에 세워도 빵빵한 로펌의 전관예우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는가. <집행관들>은 이런 악질적인 자들을 직접 살해한다.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10여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주호 교수는 허동식과 노창룡의 살해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알아보게 되다가 결국 집행관들이 되어버린다. 본인이 원해서 들어간게 아니라 나름 헤드헌팅 당했다고나 해야할까. 내가 최주호 교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내 인생 잘 살고 있었는데, 나쁜놈들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은 늘 글로써 표명해 왔지만, 그 것을 실천할 기회가 주어져 버린다면. 주인공은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 관해서도 집행관들이 소재를 알고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결국 가담한다. 자의반 타의반이라고 해도 얼마나 마음이 혼란했겠는가. 그리고, 이어지는 집행관들의 처단 건수는 점점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집단을 수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우검사와 집행관들의 서로 다른 입장차이와 수사들을 보면서 양쪽 다의 입장을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집행관들>은 언제까지 이 위험천만한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 언제 잡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 하면서 읽었다. 사실 책의 앞머리에, 등장인물 관계도가 친절하게 드러나 있어서 검찰의 수사파일을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법의 질서아래 악행을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번만큼은 집행관들이 인간 쓰레기들을 다 쓸어줬으면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요새 답답한 시국에 사이다같은 소설이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더불어, 사람이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법이 있지만 폭력과 협박이 더 먼저인 시대에 머물러 있다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최근에 나도 정말 처벌하고 싶은 무뢰한을 만나서(결국은 다 잊었지만) 대신 내 복수를 해준 것 같은 기분으로 읽었다. 죽음을 맞이한 그 사람들도 정말 나쁜선택들로 인생을 점철한건 맞지만, 남들에게 죽임을 당해야 할 정도일까. 아니면 그것이 당연한 걸까 계속 생각해볼 꺼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