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
류쯔제 지음, 허유영 옮김 / 현대문학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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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를 속였지만 사랑하는걸 : 진실 - 류쯔제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서문은 테레사 수녀의 말씀으로 시작한다. 언제나 무슨일이 있어도 친절을 베풀고, 정직하라고. 책의 서문에서 읽는 이 글의 느낌과 책의 말미에 한번 더 나오는 이 글의 느낌은 사뭇 달랐다. 류쯔제라는 작가는 처음 만나보았는데 작가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제목은 <진실>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건 진짜 진실일까? 아니면 또 짜여진 이야기의 한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고, 종내 진실과 가까워지든 아니든 내가 믿고싶은 대로 믿어도 되는 것이 속편한 진실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야기는 크게 3가지 액자의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마추이추이의 연애. 남친이 2명 있는데 첫사랑 첸웨이하오와 갑자기 사라져버린 히피 딩야둥. 그리고 인터넷에서 새롭게 만난 허텐멍이 있다.

두 번째는 작가인 천량잉은 인기작가 중링의 대필작가이다. 중링은 얼굴없는 작가로 천량잉(량량)과는 대리인을 통해 이메일로 소통한다.

세 번째는 로맨스 스캠을 담당하는 리전위들이다. 이들은 음향전문가, 사진전문가, 스토리 전문가 등으로 각자 맡은 역할에 따라 사람들을 꾀어낸다. 아주 은근하게, 때로는 대담하게.

이 세 가지의 이야기는 한가지로 펼쳐졌다가 두 번째 이야기가 되었다가, 다시 세 번째로 흘렀다가. 주인공들의 이름이 차용되고, 급기야 량량도 실제는 맞을까 하는 의심이 들게 만든다. 이야기의 구조가 조금 복잡한 셈이다. 게다가 사랑을 가지고 돈을 보내게 꾀어내는 <로맨스 스캠>을 다루고 있는데다, 량량을 고용한 고용주도 미스테리에 쌓여있다. 대리인을 내세우고 일하는 사람들은 거의다 그런셈이지만. 내가 알고있는 사람 몇 명 정도도 이런 로맨스 스캠을 당한 사람이 있다. 얼굴도 한 번 안본 사람과 어떻게 저러지 싶다가도. 그 사람이 이핑계 저핑계 대면서 만나지를 않게 되면 (그만큼 치밀하게 각본을 짜서 들이댄다고 한다) 시들해질 법도 한데, 꼭 끝에 가서는 급하게 (그것도 아주 다급하게) 돈이 필요하다는 말들을 많이 한다더라. 이미 좋아하는 마음이나 상대방과 약속한 미래들이 있기 때문에 쉽게 돈을 넘겨준다고 한다. 주인공이 나중에 이야기를 넘겨주는 청밍웨이와 대화를 하는 장면의 구성이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으면서도 속마음을 따로 보여주는 기발한 방식이었다. 이미 량량은 맞추이추치가 되었고 청밍웨이도 다른 사람이었지만 말이다.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느낀점이라면, 온라인 채팅은 마음만 주고, 돈은 넘겨주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었고.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사람들은 진짜 악의가 넘친다는 점이다. 사랑하게 만드는 시간마저도 진심과 진실이 아닐거 아닌가. 너를 속였지만 너를 사랑하고 있다니 가당치도 않다. 나를 속였으면 나를 기만한 것이지, 사랑은 무슨.

조금 단조로운 구성과 서사에 흥미가 없으신 분들은 읽는 내내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내꿈을 꾼것인지, 아니면 나비도 아니고, 새가 되어버렸는지 알 수 없는 나를 만나실 수 있는 <진실>을 읽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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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률 - 반핵인권운동가, 영원한 청년 원폭 피해자 2세 김형률의 삶
김옥숙 지음, 정지혜 그림 / 도토리숲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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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폭2세 피해자 인권운동가 : 김형률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원폭2세 피해자 환우회가 있다는 것도, 합천에 원폭 기념관이 있는 줄도 이 책 <김형률>을 접하기 전까지는 전혀 몰랐다. 실제로는 세계대전의 종식으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이 투하된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거기에 한국사람이 그렇게 많이 이주해 있었고, 원폭 피해자로 사망했고, 다시 국내로 돌아와 피해사실로 힘들어 했을 줄도 몰랐다. 자행된 사실이지만, 너무 몰랐다는 점이 마음이 아팠다. 평전 주인공의 이름이자 반핵인권운동가인 김형률 님은 어머니가 히로시마에서 6세에 직접 원폭 피해를 받으셨고, 그 슬하에 태어났다. 원래 쌍둥이였으나, 형제는 일찍 죽고, 그도 몸이 약하게 태어났는데, 약한 몸에 대한 원인을 어느날 병원 차트에서 발견하게 된다. 환자의 희귀병이 발병하게 된 원인은 방사능 때문에 면역체계가 교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방사능유전때문이라니. 이후 김형률님은 원폭2세 피해자 환우회를 만들고 그 대표로서 많은 사람들을 환우회에 가입시키고, 원폭 관련 입안, 피해자 실태조사 촉구 등의 많은 인권운동을 펼치게 된다. 이 중에서 원폭 1세대 피해자들과의 대립적인 부분이 나오는데, 같은 피해자임에도 편을 나누는 모습이 정말 이해가 가질 않았다. 1차 피해자의 자녀로 태어나 강제로 아프게 된 것도 억울한데, 냉담한 반응이라니.

지금은 돌아가신지 10주기가 훨씬 넘은 분이지만, 이 분의 뜻대로 35의 생을 불꽃처럼 자신의 문제와 남을 위해 헌신하셨다고 생각한다. 국내 원폭 피해자들의 치료문제만이라도 시급하게 처리되어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길 바란다. 그리고, 핵의 보유나 사용에 관해 많은 국가들과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서 반핵운동에 대한 인식을 높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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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나에게 공황이 찾아왔습니다
정예안 지음 / 유노북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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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들이 많이 가지고 있는 불안장애 : 예민한 나에게 공황이 찾아왔습니다 - 정예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목부터가 작가가 공황장애를 가지고 있었던 이야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공황장애 하면 나는 <김구라>가 생각나는데, 거침없이 독설을 내뿜던 그가 라디오스타에서 당당하게 공황장애가 있다고 밝혔던 것이 생각나서이다. 물론 20년전 스타들을 막 네거티브 하게 하면서 유명세를 얻은 그가 지금은 거의 메이저가 되어버렸지만, 암튼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사는 이미지의 캐릭터도 발병하는 것이 공황장애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는 중간 내가 최근에 불안감을 느끼는 부분과 잘 맞아떨어져서 메모한 부분이 있는데 이를 인용하고자 한다. 책에서는 <약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라는 챕터이다.

 

의사 : 공황장애는 불편한 경험이 뇌에 각인된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죠. ‘ 여기 있으면 또 힘들 거야. 도망가야 해라고 말이예요 그럼, 생각 을 바꾸는 게 빠를까요, 행동을 바꾸는 게 빠를 까요?

: 행동이요...?

의사 : 맞아요. 불편한 상황에 노출되고 아무렇지 않다는 걸 경험하면서 회 피하던 곳과 증상을 소거해야 해요. 인지 행동 치료라고 해요.

: , 들어본 적 있어요. 그럼 약은 왜 먹는 거예요?

의사 : 맨땅에 헤딩하는 건 힘드니까요. 약의 도움을 받고 안정된 상태에서 경험하는 거죠. ‘괜찮구나, 힘든 곳이 아니었구나하면서 말이죠.

행동을 바꾸면 생각도 바꿀 수 있어요.

예민한 나에게 공황이 찾아왔습니다 <약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할 때> p.145

 

불안감이 미치는 영향이 과도할 때는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서 트라우마가 생기는 경험을 조금씩 이겨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많이 도움이 되었다.

작가는 미대생으로 원래도 조금 예민한 기질이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소화가 안된다던지, 역류성 식도염이라던지 하는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질병이다. 이후 세월호 이후 공황과 불안장애가 심해졌지만 지금은 1년 반 정도 치료를 받았고, 지금은 비상약만 가지고 다니는 완치의 단계에 이르렀다고 한다.

나도 최근 교통사고를 여러 번 겪었더니 횡단보도를 건너거나, 운전을 할 때면 너무나도 두근거림이 생겼다. 대형사고도 아니었지만 내가 정말 조심해도 길에는 너무 다양한 운전자와 보행자가 있기에 비슷한 마음이 들었다. 이러다 또 사고가 생기면 어떻하지 하는 불안감과 초조함. 계속적으로 이겨낼려고 해도 쉽지는 않았지만, 지금도 노력하고 있다. 언제쯤 나도 이 상황을 괜찮다고 느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진솔한 내용과 함께 내 경험도 털어놓는다.

작가는 혼자 살면서 층간소음에도 시달리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갑질도 당하고, 흔하게는 버스나 지하철을 타기도 힘들 때가 있었으며, 남들은 즐기러 가는 공연시설이나 극장도 힘들었다고 말한다. 아마 불안함이라는 증세가 있지 않은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 보았던 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임미숙씨가 차를 오래 타는 것도 공황장애로 못했어서 30년동안 여행조차 떠나보지 못했고, 친구가 집으로 와서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정도로 심한 경우는 상상조차 되지 않더라. 누구나 공황장애를 들어봤지만 쉽사리 내가 공황장애를 겪고있다라고 밝히기는 어렵다.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작가에게 큰 용기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예민해서 공황이 찾아왔다기 보다는 한번씩 힘든일이 생긴 것이라고, 작가님의 예민함은 아무 상관이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전시회를 무탈하게 끝내신 것도 그리고, 약을 안먹어도 괜찮은 시간이 앞으로도 계속 영원하시기를 바란다. (독자인 내가 완치판정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더불어 나도 생긴 도로와의 불안감을 얼른 해소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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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픈 밤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6
정인 지음 / 호밀밭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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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치매, 층간소음 친숙한 이슈 : 누군가 아픈 밤 - 정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정인 작가의 <누군가 아픈 밤 >을 읽었다. 6가지 단편으로 된 소설이고, 책 소개를 읽었을 때는 제목으로 선정된 요양보호사 하선생님의 이야기가 제일 관심을 끌었는데 읽고 나서는 <소리의 함정> 하고 <아무 곳에도 없는> 그리고 <꽃중에 꽃> 이 더 기억에 남았다.

첫 편인 <화마>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늘 조심해야 하는 화재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잔잔하게 그냥 아파트에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일으킨 집으로 낙인찍히는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그냥 생각했다가 점점 스릴러의 방향으로 흘러서 나중에는 의심이 꽤 짙어졌다 나의 경우에는. 갑자기 5억이라고? 그렇다면 이건 합리적 의심을 해볼만 한데 싶은 느낌이었다. 뭔가 내가 집에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괜시리 집안의 소화기를 한번더 체크해보게 되었다. 화재가 난 다음 현관문이 없는 채로 지내는 동안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연민과 비난을 동시에 하는 그 부분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그들은 약간의 안쓰러움 과 의아함, 말없는 질책, 가벼운 동정이 깃든 눈길을 하고 현관문이 기우듬히 붙어있는 집안을 기웃거렸다. 어떤 이는 어째 그리도 몰랐냐고, 자칫 아파트가 날아갈 뻔했다며 은근히 나를 힐난했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말마따나 자칫 아파트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뻔한 죄 때문이었다.

<누군가 아픈밤 > 화마 p.19

 

<소리의 함정>편에서는 최근 우리집 아래층인지 위층인지 과격한 이웃께서 매번 오후에 드릴을 정말 매일 쓰는 통에 귀가 틔여서 환장할 것 같은 찰나에 읽었더니 나를 극으로 몰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화자는 층간소음을 내지 않는 탑층 거주자인데 아래층에서 계속적으로 층간소음을 일으킨다고 찾아온다. 문을 두드리고, 편지를 붙여놓고, 만나서 내가 아니라고 아무리 하소연을 해봐도 아래층 남자는 약간 미쳐가지고 나를 계속 타겟팅 한다. 내가 내지도 않은 소리인데, 점점 나 자신이 예민해지고(원치 않는데도), 쉬는 공간인 집에서조차 점점 속박이 된다. 그리고, 소리가 잠깐만 발생하더라도 또 아래층에서 난리 나겠구나 생각에 그냥 넘겨지지가 않는다.

최근 공동주택에 살다보면 정말 소리가 빈번하게 넘어온다. 조심을 한다고 시켜도 애들 때문에 심한사람도 있고, 귀가 예민해서 나는 조심하는데, 발망치를 찍고 다니는 무신경한 이웃 때문에 정말 두근거리기도 한다. 매일 드릴소리를 집에서 들어보시라. 들리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일상의 사소한 서사를 공포스럽게 잘 표현하는 장점이 있는 작가 같다.

그리고, <꽃중에 꽃>은 원래 인생의 서사에서 먼저인 사람이 있었다가, 시류가 잘못되어 나중이 되어버리고, 그것이 정말이지 사회적으로도 큰 그런 문제였을 때 하나의 직계 가족에서 보는 시선과 당사자의 시선, 남편을 빼앗긴 부인의 마음, 할아버지의 마음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전쟁과 위안부 문제, 가족간의 갈등 등을 손녀인 나의 시선에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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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행관들
조완선 지음 / 다산책방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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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심장을 가진자들의 복수극 : 집행관들 - 조완선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책의 표지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피카소의 아비뇽의 처녀들이나 토끼와 오리 그림처럼 검은 음영으로 남성이 표현되어 있다. 정면에서 보면 옆모습인데, 또 어떻게 보면 밝은 부분으로 보면 정면의 남성이기도 하다. 인간이라면 무릇 양면성이 있고 그 부분을 드러내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 모두가 가슴 안에 빌런들을 처치해보고 싶은 불화산 같은 심장이 자리잡고 있지만, 그래도 인간이고 법치국가이기에 그러지 못하는 그런 마음을 대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숫자가 에폭시로 여러 가지가 써있다. 그리고 뭔가의 다잉 메시지처럼 모서리의 얼룩진 에폭시까지.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어떤 심오한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것일까가 궁금해지는 표지이다.

조완선 작가는 처음 만나본 작가였는데, <집행관들>을 읽는 내내 주변 묘사부분이 영화를 보는 것처럼 또렷한 느낌을 주어서 좋았다. 심지어 하도 집행관들의 아지트인 팔당이 계속 언급되어서 나도 팔당댐을 한번 다녀왔지 뭐인가. 뭔가 나도 운전을 해가는 동안 여기 어디엔가 집행관들의 아지트인 <테라피 홀> 이 있지 않을까 상상력을 발휘해 보았다.

주인공인 역사학 교수인 최주호는 오래간만에 고교 동창생인 허동식의 연락을 받는다. 보험이나 옥장판 나부랭이나 팔아달라고 할거라는 생각등을 하면서, 그냥 적선한셈 몇 십만원으로 떼워야지 생각한다. 보통 오래간만에 연락 오는 사람들은 경조사 아니면, 영업 아니면 돈 빌려달라고 하려는 사람들이 대다수이지 않은가. 그런데 웬걸, 평소 기고하는 칼럼을 잘 보고 있다면서, 본인이 감독하는 다큐멘터리 자료로 사용하려하니, 친일 내력의 고등계 형사 노창룡의 자료를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이 전화를 계기로 오래간만에 연락 온 사람들을 좀 경계해야 삶이 평탄하려나 그런 부질없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런데 며칠 후 노창룡은 자신이 건네준 자료의 수법으로 살해당하게 된다.

개인적으로 웹툰 <모범택시>라던가, 미드 <덱스터>등을 통해서 사적으로 원한을 처단하는 작품들을 본 적이 있다. 누구나 법이라는 것이 있지만 내가 법의 심판을 원할 때 가해자는 말도 안되는 법의 수호로 살아남고 죄값을 치르지 않는 것을 많이 보게 된다. 최근 뒤숭숭한 배임이나 횡령, 기밀정보를 통한 재산증식 등 이세상에 나쁜일 하나 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것의 경중은 법이 정하는 것이며, 처벌도 법이 하는 것이라는 법치국가의 대전제를 엎고자 하는 것은 아니지만 속이 갑갑할 때가 많다. 국내의 법률은 미국처럼 엄벌주의도 아니라 기껏 재판장에 세워도 빵빵한 로펌의 전관예우를 통해 빠져나가는 것들을 얼마나 많이 봐왔는가. <집행관들>은 이런 악질적인 자들을 직접 살해한다. A팀과 B팀으로 나뉘어 10여명의 전문가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주호 교수는 허동식과 노창룡의 살해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알아보게 되다가 결국 집행관들이 되어버린다. 본인이 원해서 들어간게 아니라 나름 헤드헌팅 당했다고나 해야할까. 내가 최주호 교수였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내 인생 잘 살고 있었는데, 나쁜놈들을 혼내주고 싶은 마음은 늘 글로써 표명해 왔지만, 그 것을 실천할 기회가 주어져 버린다면. 주인공은 미국에 있는 가족들에 관해서도 집행관들이 소재를 알고있다는 것에 부담을 느껴 결국 가담한다. 자의반 타의반이라고 해도 얼마나 마음이 혼란했겠는가. 그리고, 이어지는 집행관들의 처단 건수는 점점 많아지게 된다. 그렇다고, 법치주의 국가에서 살인을 저지르고 있는 집단을 수사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우검사와 집행관들의 서로 다른 입장차이와 수사들을 보면서 양쪽 다의 입장을 생각해 볼 수가 있었다.

<집행관들>은 언제까지 이 위험천만한 일을 진행할 수 있을까, 언제 잡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조마조마 하면서 읽었다. 사실 책의 앞머리에, 등장인물 관계도가 친절하게 드러나 있어서 검찰의 수사파일을 읽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나 법의 질서아래 악행을 다스려야 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이번만큼은 집행관들이 인간 쓰레기들을 다 쓸어줬으면 하고 생각해보기도 했다.

요새 답답한 시국에 사이다같은 소설이 읽고 싶다면 추천한다.

더불어, 사람이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처벌할 수 있을지, 법이 있지만 폭력과 협박이 더 먼저인 시대에 머물러 있다 보니 여러 가지 감정이 들었다. 최근에 나도 정말 처벌하고 싶은 무뢰한을 만나서(결국은 다 잊었지만) 대신 내 복수를 해준 것 같은 기분으로 읽었다. 죽음을 맞이한 그 사람들도 정말 나쁜선택들로 인생을 점철한건 맞지만, 남들에게 죽임을 당해야 할 정도일까. 아니면 그것이 당연한 걸까 계속 생각해볼 꺼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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