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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아픈 밤 ㅣ 호밀밭 소설선 소설의 바다 6
정인 지음 / 호밀밭 / 2021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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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 치매, 층간소음 친숙한 이슈 : 누군가 아픈 밤 - 정인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정인 작가의 <누군가 아픈 밤 >을 읽었다. 6가지 단편으로 된 소설이고, 책 소개를 읽었을 때는 제목으로 선정된 요양보호사 하선생님의 이야기가 제일 관심을 끌었는데 읽고 나서는 <소리의 함정> 하고 <아무 곳에도 없는> 그리고 <꽃중에 꽃> 이 더 기억에 남았다.
첫 편인 <화마>에서는 우리 주변에서 늘 조심해야 하는 화재에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다. 잔잔하게 그냥 아파트에서 누전으로 인한 화재 일으킨 집으로 낙인찍히는 이야기인가 보다 하고 그냥 생각했다가 점점 스릴러의 방향으로 흘러서 나중에는 의심이 꽤 짙어졌다 나의 경우에는. 갑자기 5억이라고? 그렇다면 이건 합리적 의심을 해볼만 한데 싶은 느낌이었다. 뭔가 내가 집에 있으면서도 알게 모르게 그런 일이 생긴다면 정말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괜시리 집안의 소화기를 한번더 체크해보게 되었다. 화재가 난 다음 현관문이 없는 채로 지내는 동안 사람들이 흘끔거리며 연민과 비난을 동시에 하는 그 부분의 묘사가 마음에 들었다.
『 그들은 약간의 안쓰러움 과 의아함, 말없는 질책, 가벼운 동정이 깃든 눈길을 하고 현관문이 기우듬히 붙어있는 집안을 기웃거렸다. 어떤 이는 어째 그리도 몰랐냐고, 자칫 아파트가 날아갈 뻔했다며 은근히 나를 힐난했다. 나는 잠자코 있었다. 말마따나 자칫 아파트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뻔한 죄 때문이었다.
<누군가 아픈밤 > 中 화마 p.19 』
<소리의 함정>편에서는 최근 우리집 아래층인지 위층인지 과격한 이웃께서 매번 오후에 드릴을 정말 매일 쓰는 통에 귀가 틔여서 환장할 것 같은 찰나에 읽었더니 나를 극으로 몰고 가는 기분이 들었다. 화자는 층간소음을 내지 않는 탑층 거주자인데 아래층에서 계속적으로 층간소음을 일으킨다고 찾아온다. 문을 두드리고, 편지를 붙여놓고, 만나서 내가 아니라고 아무리 하소연을 해봐도 아래층 남자는 약간 미쳐가지고 나를 계속 타겟팅 한다. 내가 내지도 않은 소리인데, 점점 나 자신이 예민해지고(원치 않는데도), 쉬는 공간인 집에서조차 점점 속박이 된다. 그리고, 소리가 잠깐만 발생하더라도 또 아래층에서 난리 나겠구나 생각에 그냥 넘겨지지가 않는다.
최근 공동주택에 살다보면 정말 소리가 빈번하게 넘어온다. 조심을 한다고 시켜도 애들 때문에 심한사람도 있고, 귀가 예민해서 나는 조심하는데, 발망치를 찍고 다니는 무신경한 이웃 때문에 정말 두근거리기도 한다. 매일 드릴소리를 집에서 들어보시라. 들리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일상의 사소한 서사를 공포스럽게 잘 표현하는 장점이 있는 작가 같다.
그리고, <꽃중에 꽃>은 원래 인생의 서사에서 먼저인 사람이 있었다가, 시류가 잘못되어 나중이 되어버리고, 그것이 정말이지 사회적으로도 큰 그런 문제였을 때 하나의 직계 가족에서 보는 시선과 당사자의 시선, 남편을 빼앗긴 부인의 마음, 할아버지의 마음 등등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전쟁과 위안부 문제, 가족간의 갈등 등을 손녀인 나의 시선에서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