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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 2021 한경신춘문예 당선작
허남훈 지음 / 은행나무 / 2021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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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한경신춘문예 장편소설 당선작 : 우리가 거절을 거절하는 방식 - 허남훈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제일스포츠>라는 신문사 공채 입사한 연예기자직을 때려치우고, 재무설계사(CFP)를 꿈꾸며 거쳐 가는 직업으로 보험의 세계에 입사한 주인공 허수영. 재무설계사를 공부해서 일하기 위해 관련 업무경력이 필요했는데, 그 징검다리 직업으로 보험왕이 되는 루트를 택한 것이다. 아무리 진입장벽이 낮은 특별고용직인 설계사라지만, <삼진생명> 오팀장은 901호에서 남자들로만 꾸려진 봄봄 지점에서 엄청난 열을 올리며 신입사원들의 사기를 북돋운다. 라떼는 말이야, 건물에 들어가서 하루에 계약 3개씩을 따왔다는 도전정신, 헝그리정신을 주입시키면서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뭔가 장강명 작가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장작가도 기자출신이라 그런 것도 있고, 소설의 제일스포츠에서 이루어지는 취재의 내용이나
자료조사의 질이 실감나서 그런 것 같다. 게다가 원래 작가는 단편으로 써낼려던 이 소설의 줄거리를 장편으로 개척해나가서 한경 신춘문예 당선을 거머쥐었다. 실제로 세계일보문학상은 관심작가가 배출된 뒤로 꾸준히 찾아보고 있는 중이었는데, 시와 수필, 소설까지 전부 뽑는 문학상은 한경이 유일하다고 한다. 기존의 다른 한경 신춘문예 당선작도 읽어보려고 한다. 작가가 시를 전공해서 그런지 중간중간 시구절이나, 시집에 관한 작은 설정들이 눈에 띄었다. 나도 시를 사랑하려고 하는데, 세상엔 너무 많은 시가 있다. 그리고, 취재와 보험관련 은어들을 매우 여러 가지 알게 되어서 재미있는 동시에, 뭔가 내가 내부인이 된 듯한 생각도 들었다.
MDRT (밀리언 달러 라운드 테이블) : 생명보험 업계에서 고소득 설계사만이 가입할 수 있는 단체
야리끼리 : 공사현장 은어로 단축공정을 일컫는 단어
사쓰마와리 : 기자가 사건의 정보 등을 얻기 위해 경찰서를 순회하는 말을 일컫는 말
야마 : (기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 가장 핵심적인 부분을 뜻하는 은어
이외에도 우라까이한 기사, 보험관련해서 장미고객, 그려넣기, 자폭 등의 말들도 의미를 확실히 이해하게 되었다.
수영은 영화를 좋아했고, 영화 관련 기사를 쓰기 위해 기자가 되었다. 그렇지만 영화관련 기사는 쓰지 못했고, 배우의 폭력사건이나, 자신을 믿고 인터뷰한 아나운서가 곤란해질만큼 악플이 달릴 기사를 양산해내기도 한다. 인터뷰 당사자는 이겨내 보겠다고 했지만, 뭔가 기레기 1명의 문제가 아니라 클릭을 유도하는, 판매를 유도하는 자극적인 헤드라인과 시스템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수영의 친구 사카이는 9급 공시생인데, 공부는 좋아하지만 합격은 못한 장수생이다. 돈을 위해 단기 노가다꾼으로 시작했다가, 노가다꾼이 되어버린다. 뭔가 다들 좋아하거나 하고 싶은 일은 하지 못한채로 30대가 흘러가는 중이다.
결말에 와서도 찬란한 성공을 이루었다거나, 대단히 사이다라거나, 잭팟을 터트렸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10년의 흐름까지를 놓고보면, 충분히 있을법한 그래서 더 적합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한다. 결국 수영은 보험회사 조차 때려치우게 되지만, 다음에 택한 직업도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온라인 판매는 판매대로 고충이 있는 것.
작가는 이 소설이 경계에 서있는 외로운 마음들에게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청년들에게 그래서 기로에 선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더 바랄게 없겠다고 했다. 솔직히는 보험설계사가 되려는 사람들이 생태계 확인을 위해서라도 한 번 읽어봤으면 한다. 여러 젊은이들의 고분군투를 생생하게 그려서 작가의 차기작도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