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날의 노래
나카하라 주야 지음, 엄인경 옮김 / 필요한책 / 2021년 4월
평점 :
품절




처음 만나는 일본 시인 : 지난날의 노래 - 나카하라 주야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일문학 중에 소설이나 에세이 등은 제법 일찍부터 많이 읽었다고 생각한다. 고전이라고 생각하는 작품도 여럿 되는데 거의가 다 산문이었다. 일본 시인으로는 처음 만나는 나카하라 주야의 <지난날의 노래>를 읽어보았다.

처음에는 작가가 30세에 요절한 시인이며, 생전 발매한 시집이 1(염소의 노래) , 유작을 엮어 만든 시집이 1권 딱 2권으로 존재한 작가라는 것만을 알고 읽었다. 서문에 아들 후미야에게 받친다는 것으로 보아 나도 모르게 작가가 여성인가 하는 생각을 가졌다. 의례히 모성일거라고 짐작한 것이다. 그리고, 시를 읽기 전 그의 연보가 나와 있는 시집의 부록을 먼저 읽었다. 사실 나카하라 주야의 성별은 남성이다. 그리고, 나카하라 주야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검색을 해보니 배우였던 하세가와 야스코와 유작을 펴내주고, 주야가 문학적으로 성공하게끔 도와준 고바야시 히데오와 연적이었다. 그런 예전의 문학사의 삼각관계로 유명했다고 한다. 심지어 야스코의 아들 이름을 주야가 지어줬다고 한다.(세상 쿨함을 넘어선 기분) 예나 지금이나 스캔들은 여전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는 것 같다.

주야는 대학을 중퇴하고, 불어를 공부해 랭보의 시집을 번역해 성공을 거둔다. 이후 본인의 시집을 요새 생각하는 펀드형식으로 출간하려고 후원자를 모았으나 10명 정도밖에 모이지 않았다고 한다.

어떤 문학작품이든 간에 번역을 하면 원문의 맛이 사라지긴 한다. 특히나, 시의 경우에는 읽으면서 전해지는 운율이란 것도 있기에 더욱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시집을 읽는 동안 일어는 거의 모르지만 원문은 어떤 발음이 나는걸까 궁금하기도 했다. (가을소식의 삼베는 아침 이라는 구절에서 아마도 아사노 아사 이렇게 시작되지 않을까 연상해보았다. 아는 조사가 <> 밖에 없어서 그렇게...) 시집의 내용은 전체적으로 차분하며, 조금 쌀쌀한 기운이 들었다. 그 중에서도 내 마음을 사로잡은 시들은 운율을 살려 반복된 행이 들어간 시가 많았다. 뭔가 다른 듯 변주되는 부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겨울밤

-나카하라 주야

 

 

여러분 오늘 밤은 조용하네요

주전자 소리가 나고 있어요

나는 여자를 생각해요

나에게는 여자가 없거든요

 

 

그래서 고생도 없거든요.

말로 할 수 없는 탄력의

공기 같은 공상에

여자를 그려 보고 있거든요

 

 

말로 할 수 없는 탄력의

맑게 갠 밤의 침묵

주전자 소리를 들으며

여자를 꿈꾸고 있거든요

 

이렇게 밤은 늦어지고 밤은 깊어져

개만 깨어 있는 겨울밤은

그림자와 담배와 나와 개

말로 다 할 수 없는 칵테일이에요

 

 

공기보다 좋은게 없거든요

그것도 추운 밤 실내 공기보다도 좋은 게 없거든요

연기보다 좋은 게 없거든요

연기보다 유쾌한 것도 없거든요

이윽고 그걸 아실 거에요

동감하실 때가 올 거에요

 

 

공기보다 좋은 게 없거든요

추운 밤 야윈 중년 여자의 손 같은

그 손의 탄력같은 부드럽고 또 단단한

단단한 듯한 그 손의 탄력 같은

연기 같은 그 여자의 정열 같은

타오르는 듯한 꺼질듯한

 

 

겨울밤 실내의 공기보다 좋은 게 없거든요

 

 

이 시에서 추운 밤 난로위에 주전자를 올려놓고 담배를 피우여

중년 여자를 (없는) 생각하고, 자기 처지를 생각하고,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그렇지만 결과적으로는 겨울밤의 차가운 공기가 제일 좋다고 하는 것을 보면

무언가가 없지만, 없어도 어쩌랴, 지금을 즐기면 되지 하는 마음이 들었달까.

다 일고 나니, 저자의 다른 시집인 <염소의 노래>도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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