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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아버지
장은아 지음 / 문이당 / 2021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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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혜와 수애의 이야기 : 성북동 아버지 - 장은아
*본 도서는 출판사로 부터 제공받았습니다.*
수애는 다리를 저는 어머니와 둘이 살다가 6살에 고모의 집으로 맡겨진다. 엄마와 사는 동안데도 엄마가 여차하면 너를 떠날꺼라고 얘기해서 마음속에 사람에 대한 갈증이 있는 상태다. 생전 처음 만난 아버지를 이후 ‘성북동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다. 아버지는 새로 결혼한 어머니와의 사이에 정혜라는 딸이 있어서 이름을 돌림자로 “수혜”로 바꿔버린다. 아버지는 같이 살아야 한다며 성북동 어머니와 동생 정혜가 있는 성북동 집에 가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성북동 어머니의 자살 시도로 다시 고모네 집으로 돌아오고 만다. 성북동 어머니의 입장에서 보면 남편이 총각시절 낳아온 혼외자가 어느날 갑자기 같이 살자고 하면 산후우울증이 아니더라도 기함할 터이다.
이후 현재 수혜는 고모집에서 자라면서 동네의 무실댁에게는 엄청 험한말을 들으며 소심하게 자라게 된다. 최대한 대학은 현재 집에서 독립하기를 꿈꾸면서 말이다. 무실댁의 아들인 태완과는 기저에 깔린 가족에의 슬픔을 공유하며 가까워진다. 태완과는 연결된 끈이 있어서 언제까지나 함께 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이 무실댁이라는 사람이 수혜에게 많은 압박을 일삼음으로써 트라우마를 심어주게 되는데, 성장기에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은 정말 지대함을 알 수 있다. 그다지 자기랑 상관도 없는 일인데, 자신의 처지와 투사시켜서, 혼외자에 대한 적대감을 그다지도 드러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다 천차만별이니까.
대학은 서울로 진학하게 된 수혜는 바로 태완과 애인사이가 되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 세아와 셋이 잘 어울리게 된다. 태완과는 사귀는 사이지만, 왠지 세아에게 밝히지 못하고 만다. 수혜의 마음속에서는 사랑하는 것들을 잃지 않기 위한 방어기제가 숨기기 였던 것이다. 내것으로 소중하게 여기기만 하면 삶에서 한번도 허락되지 않고 다 사라져버렸다고 생각하는 그녀가 측은했다. 하지만, 이것또한 잘못된 만남으로 이어진다. 친절하고 부잣집 딸인 세아와 태완이 어울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둘 사이의 기류가 변화하게 된다. 그 사이 무실댁이 올라와 수혜와 드잡이를 하고나서부터 태완과는 멀어지게 되고, 무실댁도 자살시도를 하며 태완도 수혜와의 사이를 정리하게 된다.
그사이 고학생으로 고군분투하던 수혜에게 아르바이트 하던 출판사의 홍대리가 고백을 해온다. 만나는 사람이 있었기에 거절하려던 그녀에게는 소나무 같은 소중한 사람이다. 태완과 헤어지고 나서 그 사이에 임신사실을 알았던 수혜는 이것도 다 보듬어줄 홍대리와 결혼하고 미국으로 간다.
20년 후 아버지의 위독사실을 알고 한국으로 돌아왔는데, 아버지에게서 출생의 비밀을 듣게되고, 마음속에 응어리진 사실들을 다시 고쳐서 생각해볼 계기를 갖게 된다. 나를 낳아놓고 왜 버렸을까 생각했던 어머니, 같이 살자고 해놓고 또 멀리했던 아버지, 그리고 냉담한 새어머니, 등등이다. 늘 사람에게 상처받았다고 생각한 그녀가 실은 사람들의 따스함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을 말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모질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전혀 상관없는 사람을 평생 돌보기도 하고, 피가 섞인 사이도 반평생을 안보고 살기도 한다.
수애로 태어나 수혜로 살았지만, 성북동 아버지의 딸이었던 수혜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