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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부모가 된다 - 17년 교직을 포기하고 좋은 아빠가 되고 싶었던 EBS강사의 이야기
정승익 지음 / NEVER GIVE UP(네버기브업)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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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수능영어 강사 정승익 선생님의 자녀교육 에세이입니다.
교육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참 어렵고 민감한 이슈입니다.
저자는 본인의 육아 경험, 강사로서의 경험을 토대로 이 어려운 교육 실타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백하게 풀어놓습니다. 영어 강사이지만 이 책에서 영어를 잘 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전작에서부터 일관성있게 공부의 본질과 부모의 역할에 대해 묻습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교육의 공통분모, 기본기는 - 꼼꼼한 현행, 공부 습관, 규칙 준수, 성공 경험 - 입니다.

아이가 나다움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초등때부터 만연해 있는 선행학습에 대한 이야기, 초등부터 고등까지 각 단계에서 중요한 포인트들 (학습 방법이 아닌), 그리고 입시와 개정교육과정에 대해서도 현실적인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초등 때부터 80%가 넘는 가정이 사교육을 하며 선행에 매달리지만 중학교에 가서는 E등급이 30~70%까지 존재하는 이상한 현실. 현역 고3의 2% 정도만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만큼 극한의 난도까지 치솟은 수능 영어. 상대평가를 해서 변별해야 하는 수능의 특성과 부모 세대의 욕심이 합쳐져 이러 현상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합니다. 한 번 어려워진 시험은 다시 쉬워지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우리 아이는 2%보다는 나머지 98%가 될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더 높습니다.

아이들은 공부의 의미와 목적을 스스로 찾을 수 있어야 하고 부모는 이를 도와야 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따뜻해야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선택권을 주어 자기 진로와 관련된 선택이 낯설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부는 원래 힘든 것이고 그 힘든 걸 다른 도움 없이 스스로 노력해서 성취하는 경험을 해 봐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스마트폰 통제에 대해선 강하게 이야기합니다. 독서는 시종일관 강조합니다.

좋은 아빠가 되고 싶어서 17년 교직을 그만두었다고 썼고, 이 책도 좋은 아빠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생각한 내용들을 정리한 글모음입니다. 개인적인 가정사 이야기도 나와 편안하게 이야기 듣듯 술술 읽히면서도 여러 통계 현실로 본 교육의 단면들에는 마음이 어두워집니다. 그 가운데에서 정작 중요한 공부의 본질은 무엇인지,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묻고 각 학교 단계에서의 구체적인 모습과 무엇에 신경써야 할 지도 보여줍니다. 지금 초중고 자녀를 둔 분들께 유용하면서도 가치있는 책이 될 거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교육 정보의 홍수 속에서 휩쓸리고,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는 분들께는 꼭 일독을 권합니다.

..초등에서부터 독서 습관을 만들고, 계속해서 책을 읽고,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텍스트를 붙잡는 것이 수능 영어를 대비하는 가장 기본적인 대책입니다. (p.193)

..우리 아이는 성적이 아니라 이 격차와 평생을 싸워야 합니다. ..격차와 싸우는 힘이 없다면 대한민국에서 살기 어려울 겁니다.. 결국, 나만의 목적을 찾아야 합니다. (p.385)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공부와 관련이 없어 보일지라도, 그것을 허용해 주는 것은 부모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 좋아하는 것이 공부와 관련이 없을수록, 먹고사는 문제와 무관할수록 그것은 정말로 순수하게 좋아하는 것입니다. .. 자녀의 성적은 부모가 지킬 수 없습니다. 자녀의 꿈은 부모가 지켜줄 수 있습니다.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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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정에 돌직구를 던져라
정성식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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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을 읽은 게 학기 시작 전 2월이었다. 학교를 옮기기 전 마음이 상당히 심란한 상태에서 책을 읽었다. 이전 학교에서 일 년 유예할 수도 있었지만, 혁신학교를 경험해 보고 싶어서 우대 점수를 믿고 지원했다. 업무 경감 시범학교부터 차근차근 혁신 학교 단계를 밟아가고 있는 듯 보였던 학교였고 지원자가 경쟁이 심할 정도로 많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지난번 서평 이벤트에서 <혁신학교 2.0>을 신청해 읽은 것도 같은 맥락이었다. 그 학교 선생님과 연락하며 학교 분위기와 학년 배정을 알아보며 나는 어디에 위치할 것인가를 가늠하고 있었다. 떨어질 거라고는 생각지 않았는데, 막상 인사 발표가 나고 보니 나는 다른 우대자에 밀려 한 학교에 우대자를 한 명만 받는다는 규정에 따라 2지망에 썼던 학교에 발령이 나 있었다. 계획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틀어졌고, 새 학교 발령 뒤 영어 교담을 희망했었지만 나는 1학년 담임 교사에 학년 업무는 학년교육과정이 주어졌다.

이 책의 1, 교육과정의 현실에 묘사된 현실이 그대로 나의 현실이 되었다. 8년만에 맡는 담임, 그 새 많이 바뀐 1학년 교육과정,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새 학교, 적응해야 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막 입학해서 가뜩이나 긴장한 아이들만큼이나 나 역시 긴장 상태로 보낸 첫 2, 아이들이 가고 나면 오후에는 몰아치는 각종 제출과 서류 업무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학년 교육과정 작업이 시작되었다. 교육과정 작업을 맡아서 해 보는 건 처음이었다. 각 학년 교육과정 담당자들이 모여 전체 교육과정 담당교사의 설명과 반드시 맞춰 넣어야 하는 각종 시수와 가이드라인이 적힌 종이와 작년 교육과정 파일을 받았다. 다들 한 번쯤은 해 본 선생님들인지 별다른 질문도 없었다. 몇 장의 종이를 보며 막막했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뭘 어떻게 시작을 해야 하는 것인지다른 선생님들은 아는 당연한 것을 묻는 것 같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것조차 어려웠다.

작년 파일에서 교과 내용은 거의 그대로 두고 날짜와 시수를 맞추는데도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작업하면서 계속 이 책이 생각났다. 이런 거였군.. 교육과정이란 게  한 학년 교육과정이 거의 100페이지에 달한다. 가뜩이나 바쁜 3, 2주 정도의 기간에 다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다. 앞부분의 시수가 중요하지 일 년 동안 잘 보지도 않는다고 한다. 3월에 하는 행사란다. 당연히 속에서 이런 질문이 올라온다. 책에서 제기한 같은 물음. 보지도 않을 걸 이 시간을 들여서 이렇게나 길게 왜 해야 하는가? 이 시수를 맞추고 창체 영역에 교육청 지침에 따른 OO교육을 몇 시간 맞추어 넣고, 비고란에 무슨 내용인지 전체 차시와 해당 차시를 표시하는 작업에서 진을 뺐다. 뭐가 이렇게나 많은지. 이걸 다 이 서류에 넣으면 다 한 게 되나? 우리 학교는 이 내용을 포함시켜 했다는 서류 증거를 남기기 위한 것 아닌가? 정작 그 내용들을 무엇을 가지고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빠진 채, 담당 교사만 며칠간을 죽어라 숫자 맞추기에 급급하여 만드는 문서가 들인 시간과 노력만큼의 의미가 있는 것인가? 이건 뭔가 문제가 있다.

그렇게 몇 날 며칠 잠 못 자며 했어도 시수와 지침대로 다 제대로 넣은 것인지 자신이 없었다. 결국 또 2주 정도의 시간이 걸려 수정하고 또 수정해야 했다. 주로 창체에 들어가야 한다는 그 수많은 OO교육 부분에서.. 그러다 결재 라인에서 교감샘의 반려로 또 수정을 해야 했다. 그렇게 하고 나서 내 입술엔 물집이 잡혔다. 그렇게 하고 나서도 내가 1학년 교육과정에 대해 잘 알게 되었느냐 그것도 아니다. 실제 교육과정 내용보다는 꼭 들어가야 한다는 OO교육이 시수에 맞게 들어갔는지, 주로 시수 맞추는 데 대부분의 시간이 쓰였다.

10년쯤 됐을까, 그 때도 시수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은 나는데, 새삼 교육과정에 이렇게 많은 내용이 들어갔었던가 의아해졌다. 오랜만에 담임을 맡고, 또 학교 교육과정을 받아들고 보니 매우 촘촘하다. 틈이라곤 없어 보인다. 일 년 동안 끊임없이 이어지는 행사며 OO교육이며를 보다보니 숨이 막혀온다. 이게 솔직한 느낌이었다. 업무도 그렇고 교육과정도 그렇고 담임 교사가 재량껏 할 수 있는 여지는 아주 적어 보였다. 정해진 것을 따라가며 하기에도 벅차겠다.

그러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집어들었다. 저자인 정성식 선생님이 대단하다고 여겨진 부분은, 학교에서 담당자라면 누구나 다 어려움을 토로하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대안 제시도 하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공식적으로 하고, 학교 선생님들과 관리자들을 설득해 실제로 교육과정을 실제 이루어지는 교육을 실천으로 옮기셨다는 것이다. 대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책에는 생략하셨을지 모르나 준비 시간이나 기간도 많았을 것이다. 그냥 관행처럼 해 오던 교육과정 작업은 담당자만 며칠 (혹은 몇 달) 고생하는 일이니 다른 선생님들 입장에서는 괜히 일 하나를 더 만드는 것으로 보였을 수도 있었을 텐데, 한 분 한 분 만나 대화와 소통을 시도하셨다는 것 자체가 진정성과 용기가 없으면 할 수 없는 일이다.

공장의 분업 공정처럼 세분화된 학교 업무와 일정 속에서, 그리고 그걸 당연하게 여기는 분위기 속에서는 ?’라는 질문 자체가 불편할 때가 많다. ‘위에서 내려오는 것 하라는 것 하기에도 피곤한데 무슨?’ 이런 분위기랄까. 이제 새 학교에 막 와서, 이런 분위기도 겨우 파악하고 있는 처지에서 교육과정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이 책을 함께 읽어보자고 다른 선생님들께 제안하는 것 이 지금으로서는 멀게만 느껴진다.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소통. 학교 실정에 맞는, 구성원들의 바람과 의견이 반영된 학교 교육과정은 이러한 소통의 기반 없이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일이다. 좀 더 이 곳에 익숙해지게 되면 그런 질문과 제안을 던져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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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 2.0 -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혁신으로
박일관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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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대한 궁금증으로 서평 이벤트에 신청해서 책을 받아보았다. 전북 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정책을 담당한 분이 쓰신 책이라고 하니, 한 학교의 이야기뿐 아니라 여러 학교의 이야기를,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과 잘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이 책은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혁신학교의 지정과 추진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겪는 어려움, 그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사례, 교육청의 역할,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에 대해서도 3년 반의 경험을 통해 담담하게, 그리고 치우치지 않게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강조되었다고 느낀 부분은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진정성, 그리고 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정책이 있어도 위에서부터 강제적으로 내려오고 통제와 지시 일변도라면 그 본래의 의미가 제대로 실현되기가 어렵다. 지금껏 우리 교육 현장의 교육 정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학습공동체가 필수적이라는 말에도 적극 동의한다.

복직하여 겪은 1년 동안의 학교의 모습은 이 책에서 묘사된 민주적인 절차와 협의를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학교 운영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많지 않은 학급 수에 연구학교 등 이런저런 정책 사업들이 네 개나 되고 선생님들은 일년 내내 수업 외의 시간은 업무와 행사 준비로 마음의 여유라곤 없이 보내야 했다. 문서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는 있었으나 민주적인 절차는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듯 보이지 않았다. 문서상으로 많은 실적을 내고, 학교는 2년 연속 학교평가에서 최고등급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선생님들은 너무 지치고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나 역시도 그랬다. 목소리도 내기 어렵고 뭘 바꿔 보기는 더더욱 어려워 무기력감마저 느꼈다. 그나마 학교 선생님들과 조금 익숙해질 무렵, 함께 수업과 관련된 책 한 권이라도 꼭 읽어보자는 마음에 후배 선생님들 몇 분과 함께 독서 모임을 만들어 이혁규 교수님의 <수업>을 함께 읽고 이야기했다. 같은 학교에 있으니 함께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 만들기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늘 학교 일과 행사가 있어 퇴근 시간 전에 다 함께 만나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세 번만 모일 수 있어도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학년말에 총 네 번을 모여서 서로 나눈 부분을 발표하고 생각을 나누었다.

  책의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학교가 관료제의 말단 조직으로서 기능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교사들이 업무 부담에서 놓여나기는 어렵다는 점, 행정 인력 배치 등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수업을 중심에 놓자는 단순하지만 본질을 위해 조금씩 바꿔나가려는 노력은 소중하다.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혁신학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올해 옮길 학교로 혁신학교 중 한 곳을 신청했다.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어느 학교에 가건, 올해에는 의미 있는 변화에 동참하고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교사로서의 보람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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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허쌤의 공책레시피 - 공부가 좋아지는 공책필기 시작하기! 허쌤의 공책레시피
허승환 지음, 허예은 그림 / 테크빌교육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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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환 선생님의 공책 레시피는 학생들이 공책 필기를 통해 자기주도적 학습을 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바로 기술(technique)적인 면으로 들어간 것이 아니라 왜 공부를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으로 동기를 유발하고 있는 점이 신선하다. 나는 지금 영어 교담교사이기 때문에 허승환 선생님이 제시하신 방법들을 바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르지만, 다른 과목(특히 주지교과인 국어, 사회 등 내용 정리할 것들이 많은 과목)에서는 꽤 체계적으로 아이들에게 공책 정리하는 방법을 알려줄 수 있는 길잡이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요즘 아이들은 예전만큼 공책 정리를 많이 하지는 않는 것 같고, 수업 내용을 요약 정리하는 모습도 보기 드문 것 같다. 학원 학습에 의존하는 것이 아닌 자기주도적 학습을 위해 스스로 손으로 써 보며 공책정리를 하고 정리를 하는 것은 추후 공부량이 많아질 때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의 고학년 아이들에게 활용도가 높을 내용인데, 이미 공부를 잘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에게는 활용도가 높을 것 같으나, 그런 동기가 이미 떨어져 버린 아이들한테는 어떻게 공책 정리를 시작하도록 해야 할 지에 대한 사례나 허승환 선생님의 노하우가 좀 더 제시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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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쓰리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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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쓰리'가 무엇인가 했다. 일본 소설이니 영어 three는 설마 아닐테고. 표지의 그림이 '쓰리'가 무엇인지 말해주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작가의 말처럼 '반사회적'인 소매치기이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지 않은 내게 나카무라 후미노리는 낯선 이름이고, 이 소설가의 책도 처음이었다. 그리 길지 않은 분량에 흡인력이 있어 쉽게 읽힌다. 무엇보다 소매치기 장면의 생생한 묘사,인물 행동들의 묘사가 영화를 보는 듯 눈 앞에 그려진다.

주인공들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하지는 않는다. 일어난 사건들, 그들간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지 각 인물들에 대한 부연 설명은 거의 없다.  

'나(니시무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맨 마지막 그를 죽이기 직전에 기자키가 "너 참 너저분하게 살았더군."이라고 한 것과 지난 날을 회상하는 아주 잠깐의 몇 몇 장면에서 '나'에 대해 유추해 볼 뿐이다.  

신처럼 이 세상을 휘두르는 기자키 외에 (아니 그 역시 마찬가지일지 모른다) 모두들 삶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이리저리 부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안정되고 지속적인 관계는 없다. 니시무라와 관계를 맺었던 유부녀 사에코는 헤어진 후 한달 뒤 자살했고, 신미도 살해당했다. 편의점에서 발견한 꼬마 소녀치기와 창녀인 그 젊은 어머니의 관계, 생활도 매우 불안하다. '내'가 그들을 도와줌으로써 그들은 나에게 조금씩 의미있는 존재가 되어가지만 그것이 오히려 기자키에게 약점으로 이용당하고 만다.  

기자키는 소름끼치는 존재다.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국가나 권력자보다도 더 큰 권력을 뒤에서 휘두르고 사람의 운명을 마음대로 정하는 것에서 희열을 느끼는 자다. 기자키가 니시무라에게 들려준 '운명의 노트' 이야기는 기자키가 생각하는 최고의 쾌락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준다. (사실 그가 예로 든 이야기는 끔찍하다)

기자키는 몇 가지 임무를 니시무라에게 맡긴다. 꼬마 소매치기와 그 어머니의 목숨을 담보로. 임무 수행 전 꼬마 소매치기에게 상자를 주고 함께 공던지기를 한다. 작별인사를 하며 '시시한 인간이 되지 말라'고 말한다. 이 세상과 어울려 살 수 없으니 소매치기도 되지 말라고. 니시무라가 그 임무를 수행해 내는 과정은 이 소설에서 극적인 재미를 가장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그는 기자키의 칼(그가 명령한)에 찔린다. 애초부터 그렇게 되기로 되어 있었다면서. 그러나 소설은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남으리는 암시를 남기며 끝난다. 기대할 것 없는 세상이지만 그래도 희망이 있다라는 걸까. 혹시 속편이 나온다면 살아남은 내가 기자키에게 어떻게 복수를 하며, 그 꼬마 소매치기가 어떻게 성장해서 또 그들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려지지 않을까. 

파편화된 인간관계가 일본 소설에서는 주로 많이 다루어지지 않나 싶다. 소설은 현실의 반영이라고 실제 우리 삶이 많은 부분 그렇게 되어가고 있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런데 일본 소설을 읽고 나면 금속성의 차가운 기운이 더 많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야기 중간중간 등장하는 '탑'. 실제 작가의 경험과 의식에서 나온 이 '탑'은 어떤 지향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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