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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의 생애 ㅣ 에버그린북스 10
로맹 롤랑 지음, 이휘영 옮김 / 문예출판사 / 2005년 11월
평점 :
「베토벤의 생애」를 쓴 로맹 롤랑은 독일 태생 천재 음악가의 생을 다룬 대하 소설 「장 크리스토프」의 작가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열렬한 숭배자였던 롤랑에게 장 크리스토프에 대한 모티브를 주었음은 자명하다. 그는 영웅을 숭배했고 그러한 열정은 베토벤 뿐만 아니라 미켈란젤로와 톨스토이의 전기를 쓰는 것으로도 이어졌다. 음악에도 깊은 관심이 있었던 그에게 베토벤은 최대의 정신적 스승이었다고 한다. 그는 "위기 속을 헤메던 청년 시절에 가슴속에 영원한 삶의 불을 붙여준 것은 베토벤의 음악이었다."라고 말하였다.
베토벤은 1770년 12월 16일 쾰른 지방, 본 시의 어느 가난한 집의 보잘것없는 다락방에서 태어났다. 베토벤은 그다지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지는 못했다. 술주정뱅이 테너 가수였던 아버지는 베토벤의 음악적 자질을 이용하여 신동이란 간판을 붙여 그를 구경거리로 만들려고 했고 1787년에는 사랑하는 어머니를 여의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무거운 책임을 걸며져야 했고 소년 시절은 슬프기만 했다.
이 전기는 베토벤과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들, 남겨진 기록과 증언들, 초상화들로 이루어져 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났고, 이 혁명은 베토벤의 마음 역시 사로잡았다. 베토벤은 꿋꿋하고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였지만 이미 그 때부터 귓병은 그를 괴롭혔다. 베토벤 역시 영웅에 심취했었고, 이는 보나파르트 (나폴레옹)을 위해 쓴 「영웅 교향곡」에도 드러난다. 베토벤의 친구들이자 지지자였던 베겔러 부부와의 서신, 또 사랑했지만 결국 파혼하게 된 테레제 폰 브룬스비크 (열정 소나타는 테레제의 오빠 프란츠에게 헌사되었다), 괴테와의 만남, 자연에 대한 그의 사랑, 조카 카를에 대한 사랑 (그러난 그에 정비례하여 엇나갓던 카를), 「환희의 송가에 의하여 합창을 종곡으로 한 교향곡」(일명 합창 교향곡) 에 대한 설명과 초연 당시 압도된 빈의 청중들에 관한 이야기가 베토벤에 대해 무한한 애정을 감추지 않는 로맹 롤랑의 목소리로 펼쳐진다.
그 뒤에는 베토벤이 지인들과 주고 받았던 편지, 유서, 그의 사상단편을 엿볼 수 있는 메모들, 그리고 1927년에 롤랑이 베토벤 1백 주면 기념제를 위해서 낭독했던 원고와 작품에 대한 베토벤의 수기도 덧붙여져 있다.
짧은 책이지만, 고난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았던 음악가로서의 베토벤의 인간적인 면을 들여다보기에 충분하다.
내 개인적으로 베토벤의 음악을 진정으로 만났을 때는 몇 년 전 빌헬름 켐프가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아마 23번 열정이었을 것이다)를 들었을 때였다. 그 음악 테이프를 이미 오래 전부터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게 몰입해서 듣고, 그 에너지를 깊게 느낀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다 듣고 나니 베토벤과 대화를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음악 속에 담긴 엄청난 힘과 고뇌도 얼마간 느낄 수 있었다. 모차르트보다는 베토벤에 더 공감하는 편이다. 그 후로 그의 음악을 찬찬히 들어보고 싶은 마음에 베토벤 전집을 구입하기도 했지만, 시간에 쫓긴다는 핑계로 들어보지 못하고 쌓여 있는 것이 더 많다. 이 책도 그러한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보게 된 책이다. 그의 음악을 더 많이 알았더라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들에 대한 롤랑의 이야기를 더 이해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롤랑이 머리말에서 썼던 한 단락을 발췌해 본다.
이 영웅적 대열의 선두에 맨 먼저 장하고 깨끗한 베토벤을 세우자. 그 자신 고난 속에 있으면서 바라던 바는, 그 자신의 실례가 불행한 사람들에게 의지가 되며, 또 "모든 불행한 사람들은 한낱 자기와 같은 불행한 사람이 자연의 갖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인간이란 이름에 값닿는 사람이 되고자 전력을 다했다는 것을 알고 위로를 얻으라"는 것이었다. 오랜 세월의 초인적 분투와 노력으로 마침내 고난을 극복하고, 천직을- 그 천직이란 그 자신의 말에 의하면 가련한 인류에게 조금이라도 용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이었다 - 완수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이 승리자 프로메테우스는 신에게 애원하고 있던 어느 친구에게 "인간이여, 그대 자신을 도우라!"고 대답했다.
그의 이 자랑스러운 말에서 가르침을 받자. 그를 본받아 인생과 인간에 대한 인간적 신앙을 다시 일으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