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학교 2.0 - 혁신학교를 넘어 학교혁신으로
박일관 지음 / 에듀니티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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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에 대한 궁금증으로 서평 이벤트에 신청해서 책을 받아보았다. 전북 교육청에서 혁신학교 정책을 담당한 분이 쓰신 책이라고 하니, 한 학교의 이야기뿐 아니라 여러 학교의 이야기를, 정책을 추진하는 입장과 잘 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도 함께 들여다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있었다. 이 책은 그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혁신학교의 지정과 추진 과정에서 선생님들이 겪는 어려움, 그 어려움을 극복해 가는 사례, 교육청의 역할, 현실적으로 안타까운 부분에 대해서도 3년 반의 경험을 통해 담담하게, 그리고 치우치지 않게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가장 강조되었다고 느낀 부분은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성과 진정성, 그리고 관계에 대한 부분이었다. 아무리 좋은 철학과 정책이 있어도 위에서부터 강제적으로 내려오고 통제와 지시 일변도라면 그 본래의 의미가 제대로 실현되기가 어렵다. 지금껏 우리 교육 현장의 교육 정책들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구성원들의 자발성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교사들의 학습공동체가 필수적이라는 말에도 적극 동의한다.

복직하여 겪은 1년 동안의 학교의 모습은 이 책에서 묘사된 민주적인 절차와 협의를 통해 모두가 참여하는 학교 운영과는 거리가 한참 멀었다. 많지 않은 학급 수에 연구학교 등 이런저런 정책 사업들이 네 개나 되고 선생님들은 일년 내내 수업 외의 시간은 업무와 행사 준비로 마음의 여유라곤 없이 보내야 했다. 문서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는 있었으나 민주적인 절차는 시대를 거꾸로 거슬러 올라간 듯 보이지 않았다. 문서상으로 많은 실적을 내고, 학교는 2년 연속 학교평가에서 최고등급 평가를 받았다고 하는데 정작 선생님들은 너무 지치고 행복해 보이지 않았고, 나 역시도 그랬다. 목소리도 내기 어렵고 뭘 바꿔 보기는 더더욱 어려워 무기력감마저 느꼈다. 그나마 학교 선생님들과 조금 익숙해질 무렵, 함께 수업과 관련된 책 한 권이라도 꼭 읽어보자는 마음에 후배 선생님들 몇 분과 함께 독서 모임을 만들어 이혁규 교수님의 <수업>을 함께 읽고 이야기했다. 같은 학교에 있으니 함께 만나서 이야기할 시간 만들기가 더 쉬울 줄 알았는데, 늘 학교 일과 행사가 있어 퇴근 시간 전에 다 함께 만나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세 번만 모일 수 있어도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학년말에 총 네 번을 모여서 서로 나눈 부분을 발표하고 생각을 나누었다.

  책의 저자가 지적한 것처럼, 학교가 관료제의 말단 조직으로서 기능하는 현실을 바꾸지 않는 한 교사들이 업무 부담에서 놓여나기는 어렵다는 점, 행정 인력 배치 등에서 겪는 현실적인 어려움 등 구조적인 문제들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수업을 중심에 놓자는 단순하지만 본질을 위해 조금씩 바꿔나가려는 노력은 소중하다. 내가 있는 지역에서는 혁신학교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한 마음에 올해 옮길 학교로 혁신학교 중 한 곳을 신청했다.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어느 학교에 가건, 올해에는 의미 있는 변화에 동참하고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교사로서의 보람을 좀 더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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