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디플롯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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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면서 사람은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일단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거짓말을 한 번 했다. 평소라면 열 번 이상 했겠지만 오늘은 의도치 않게 몇 시간가량 비평했고 지금은 혼자 글을 쓰고 있고, 지루하지 않다고 되뇌고 있다. 사실 요새 지루하다. 지루하다는 말로 종이 한 장을 채우고 싶을 만큼. 서평을 마치고 난 뒤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의식이 흐르는 대로 생각을 이끌고 있지만, 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가? 최초 거짓말은 무엇일까?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할수록 인류애라는 게 상실되는 절망감이 뒤따라오니까. 언제 인류애가 넘쳤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정말로 누군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느라 논문을 뒤적거렸다. 물론 오늘 서평에선 그 논문을 전면 다루지 않는다. 아직 다 소화하지 못했을뿐더러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건 ⟪페이크와 팩트⟫이기 때문이다.




    다소 사진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다. 방향보다 주목할 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저 바둑판과 뒤편에 가려진 원숭이이다. 두 요소는 제목에서 비롯된 걸로 보였다. 처음에는 가짜 뉴스, 과대광고, 허위 사실 유포, 등을 떠올리며 페이크와 팩트를 봤다면 원문 제목을 읽고 그 의미하는 바를 강조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제는 ⟪The Irrational Ape: Why Flawed Logic Puts us all at Risk and How Critical Thinking Can Save The World⟫ 로, 비이성적 유인원(원숭이 맞음): 결함이 있는 논리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유와 비판적 사고가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다. 제목이 긴 만큼 544페이지에 걸쳐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보여 주는 제목 같다. 그래서 표지에서 유인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바둑판 디자인은 이와 별개로 신기했다. 다음 장을 넘겨서 저자 소개, 목차를 읽어야 하는데 Fake, Fact를 찾고 그 규칙을 찾느라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평소 대각선으로 읽으면 된다는 생각에 탈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찾아보면 왜 표지가 이렇게 디자인됐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는 '가짜'와 '진짜'가 공존하기 시작했다.

  한때 팩트체크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처럼 '짜가'라는 말도 생기기 시작한 때가 있었다. 알다시피 짜가는 교묘하게 진짜를 모방한 상품, 짝퉁을 일컫는 속된 말이다. 발음 때문인지 말하거나 듣기만 해도 거북한 감이 있다. 산업화, 도시화 이후 대량생산으로 기성품이 나온 것과 유사할 수는 있지만 짝퉁은 그 대상이 된 상품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 뉴스도 뿌리째 뽑아내야 하는 것이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처음 떠올린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왜 사람들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지 못하고 속는 가로 이어지게 된다. 흔히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맞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겠지만 나 또한 그렇다. 저자는 일화와 함께 그 인간 내면을 조명하며 어떻게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위 사진 속 일화는 권위가 주는 오류로 소개되는 일화이다. 어윈 스톤은 라이너스 폴링에게 비타민C가 도움이 될 거라고 추천하였고 그는 그걸 의심하지 않고 따랐다. 매일 3000밀리그램을 먹으면 활력의 묘약이 될 거라고 주장한 장문의 편지가 라이너스 폴링을 움직인 걸까? 자세한 내막은 당사자가 아니니 알 수 없지만, 정말 그 말대로 건강 상태가 나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솟는 것 같고 이전보다 감기에 덜 걸린다고 느낀 라이너스는 복용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추후 책도 냈다. 우후죽순 비타민C 판매량이 늘어나는 결과까지 초래됐는데 2024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하게 복용해서 좋지 않다는 것과 부작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눈치 좋은 분이라면 권위가 주는 오류가 무슨 의미인지 이미 유추했을 것이다.

  종종 우리는 거짓말에 속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속은 거지?' 의문을 품는다. 특히 뻔한 속임수에 속았다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답답한 마음이 앞서서 그 뻔한 눈속임에 속았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들이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피해자를 향한 비난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의미로 그런 사람을 두고 너도 당해봐야 알 거라고 저주를 퍼붓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이런 모습을 보고 거짓말이 이렇게 나쁘다고 일갈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렇게 끝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속지 않는 방법이 달리 있냐고 하면 속지 않는 게 최선책이라는 말과 사후 대처밖에 할 말이 없다.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속임수도 나날이 복잡해진다는 거다. 이건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알고 있었지만 속는 사례가 속출하는 거다.

그렇다면 거짓말하고 속임수를 부리는 이들은 모두 간악한 속임수를 쓰는 걸까? 악마의 속삭임이라 칭할 그런 속임수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오류는 모두 거창하지만은 않다. 사소한 오류로도 발생한다.

  글을 쓰는 지금 나도 모든 걸 드러내지는 않는다. 좋은 내용을 쓰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좋은 내용이라 함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여긴 정보를 담거나 내가 소개하려는 책이 어떤 의미를 가진 책인지를 잘 소개하는가, 이 두 가지를 만족한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오류가 한 가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좋은 의도로 매력적인 책을 소개하고 내 의견을 정갈하게 정리하여 보여 주고 있지만 만약 어떤 특정 책이 재미도 없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 괜찮은 면만 보여 주려고 한다면, 이걸 보는 입장은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다. 이런 오류는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지 독자 혹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서 화려하기 때문에 종종 잊게 된다. ⟪페이크와 팩트⟫를 읽으면서 한 걸음 물러서서 사실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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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온 편지
찰스 디킨스 외 지음, 홍수연 외 옮김 / B61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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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내용인 '사라진 5백 파운드의 행방을 찾아라'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액자 소설 형식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신경이 쓰였다. 문학을 배울 때 한 번은 마주하는 액자식 구성. 흔하다면 흔하고 아니라면 아니지만, 저자가 한 명이 아닌 일곱 명이었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인 게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했다. 저자가 모두 분위기를 통일해서 이어나가는 걸까? 노력하면 위화감이 없을까? 아니면 그 위화감을 장치로 이용해서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걸까.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너무 우려한 탓인지 아니면 그 사이 집중력이 저하된 탓인지 1장은 몇 번씩 다시 천천히 읽어야 했다. 조르간 선장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가 보는 풍경을 같이 살펴보듯 빽빽한 묘사가 길게 이어졌다. 그가 어디에 있고 왜 그걸 보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답답했다. 원문에도 있던 건지 번역을 맡은 주석으로 기재해 주신 건지 모르지만 낯선 단어를 비롯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1장은 조르간 선장부터 레이브록 부인, 알프레드 레이브록, 키티, 톰 페티퍼가 나온다. 간략하게 이들이 어떤 인물이고 앞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암시하는 대목으로 보였지만 단연코 조르간 선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어느 페이지를 봐도 조르간 선장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다리(주로 허벅지)를 찰싹 치며 말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면 그런다고 부연 설명이 나오는데 호탕한 모습만큼 조르간은 유쾌한 인상을 가진 남자로 보였다. 위아래 푸른 옷에 억센 구릿빛 손까지, 다부진 선장을 떠올리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낙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어지는 2장 조르간 선장이 때때로 보여주는 진지한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1장은 찰스 디킨스, 2장은 찰스 디킨스와 윌키 콜린스가 썼다고 차례에 표시되어 있다. 1장에선 내가 산만한 만큼 조르간 선장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보였는데 2장에서 엄숙하게 알프레드 레이브록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기꺼이 그를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도운 걸 수 있지만 이야기 속 인물로 가정해서 생각하면 조르간은 그들에게 외지인인데다 도울 이유는 없었다. 그가 편지를 건네준 데 이어 행하려면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가 따라오지 않으니, 이런 점에서 앞으로 얼마나 시끌벅적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바다에서 온 편지⟫의 이야기 중심은 조르간보다는 사라진 500 파운드이기 때문에 시시콜콜 조르간이 어떤 인물인지 파헤치지 않지만, 조르간 선장은 삭막할 수 있는 순간을 환기시켜 주어서 계속 눈길이 갔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추리보단 미스터리가 더 비중이 큰 느낌이었다. 3장 내용이 길게 느껴져서 그런 듯하지만, 조르간이 가져온 편지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신경 쓰였기 때문에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겠다. 단지 뒤이어 차례차례 나오는 요소가 생각지 못한 반전이어서 위와 같이 생각했다.

  다 읽고 났을 땐 기존 원문을 번역한 책이 1장, 2장, 5장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고 모든 장을 번역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다. 약 240페이지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소설이었다. 저자가 가진 특징인지 모르지만 독특한 표현도 많고 인물이 가진 감정이 뚜렷해서 읽는 내내 눈이 즐겁기도 했다. 특히 날것의 감정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분노를 터뜨리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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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다니?" 선장이 대꾸했다. "뭐라도 해야지! 내 저기 저 작은 방파제까지 내려가 소금물에 녹슨 쇠고리 하나라도 비틀겠네. 아무것도 안 하느니보다 바로 가서 뿌리째 비틀어 뽑거나 안 되면 내 이라도 비틀어 뽑겠네. 아무것도 안 하다니!" 선장이 별안간 소리쳤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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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튼과 김종성
김종성.정성갑 지음 / 브.레드(b.read)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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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까지 작가와 저자라는 단어를 구분하지 않았듯 살면서 건물과 건축물을 구분하지 않았었다. 상상력과 호기심이 많았다고 생각했지만 달리 지나가다 보는 건물을 보고 깊이 무언가를 생각하고 호기심을 느낀 적은 없었다. 단순히 취향 차이일까? 관심이 있었다면 달리 보였을까? ⟪힐튼과 김종성⟫을 읽은 이유도 호텔이 궁금해서였다.

  힐튼 호텔은 어떤 호텔일까? 내게 있어 호텔은 쉬는 곳, 행사차 방문하는 곳이었다. 호텔과 관련된 책은 호텔경영이 전부였다. 특정 호텔을 다루기보다는 호텔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거기서 일하는 직종을 더 중점적으로 살폈었었다. 그래서 힐튼 호텔과 건축가 김종성이 궁금했고, 저자가 전하려는 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도면까지 공개하는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나처럼 힐튼 호텔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 힐튼 호텔을 보여 주려는 게 아니었을까 짐작했다. 마치 자신이 가장 아끼는 보물을 슬쩍 알려 주는 것처럼. 저자를 잘 몰라서, 힐튼 호텔을 몰라서 낯설고 어색하지만 듣고 보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아끼는지,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이 은연중에 묻어있는 것 같았다. 특히 1장은 어떻게 힐튼 호텔이 지어지게 됐는지, 건축가 김종성이 의도한 바가 담겨 있었다. 호텔은 방문하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지금은 휴식이나 기분전환 혹은 업무가 주 이유로 꼽힌다. 호텔이 늘어났지만 그 호텔이 무엇이 좋은지 어떻게 다른지 검색하지 않으면 구분하기 어렵다. 문외한인 난 다른 건물처럼 호텔을 쓱 보고 지나가게 된다.

  그래서 소재부터 건축 방식, 구조를 하나씩 어떤 목적으로 정하였는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여준 점이 인상적이었다. 첫째 난 힐튼 호텔이 어떤 호텔인지 잘 몰랐다. 둘째 자칫 '~는 ~로 하기로 했다.'라는 말이 설득하는 걸로 보일 수 있지만 그가 기억하는 순간을 회고하듯 전하면서 각자가 간직한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호텔은 호텔이라고 본 시각이 달라진 느낌이었다.

  폐장하고 재개발하는 등 이미 그 시절 힐튼 호텔을 볼 수 없지만, 2장 김종성 건축가가 거쳐온 과정과 3장을 빌어 그 현장 사람들이 기억하는 순간을 보고, 마지막 4장에서 지금 힐튼 호텔을 간접적으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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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하오리까? - 조선시대 어전회의 현장을 들여다보다
김진섭 지음 / 지성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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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을 한 번 보았다면 짐, 과인, 폐하, 전하는 익숙한 명칭이다. 더는 임금이 없어짐이라 말할 자가 없으나 여전히 사용한다. 대표적인 예시는 사극을 주제로 한 창작물. 드라마든 영화든 소설이든 가리지 않고 사극 속에선 임금을 가리키는 명칭을 들을 수 있으며 다른 단어도 들을 수 있다. 그 밖에도 유머로서 그 시대 말을 쓰는 경우도 있다.

  많은 관심 덕분에 그 시대를 풍미할 수 있는 자료를 찾아볼 수 있지만 여전히 그 시대가 낯선 건 매한가지. 창작하는 입장이 아니어도 되짚어보려고 할 때면 어떻게 찾아야 할지, 이게 무슨 의미인지 몰라 멈추게 된다. '이때 절을 해야 해? 말아야 해?' '왕이 이래도 되나?' '폭군은 다 신하 목을 베고 술을 마셔야 해?' 같은 조선시대여도 왕마다 다르고, 고을마다 사람마다 다른데 하나하나 대조하기엔 현대인은 조금 바쁘다. 그중 생소한 장면을 꼽자면 어전회의가 될 듯싶다.

  어떤 사람은 생소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어전회의는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모순처럼 들리겠지만, 사극이라 하면 일단 임금이 어좌에 앉아있고 좌우로 혹은 그 건너편으로 신하인지 뭔지 나이 많은 아저씨들이 옷을 차려입고 서 있다. 근심에 빠져 이마를 쓱 문지르거나 화를 내는 임금의 모습까지.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생각하게 된다. 내가 저 신하라면 빨리 퇴근하고 싶을 텐데, 하고. 조금 엇나갔나? 그래서 조선에 태어나지 않았나 보다. 상술한 것처럼 어전회의는 임금과 대신들이 국가 대사를 논하는 자리이다. 나라에 역병이 돌 때도 누군가 난을 일으키거나 침입할 때도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한다. 널리 알려진 일화를 떠올리면 정치, 외교, 행정, 결혼, 제도를 논하는 이미지가 떠오르지만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오늘 소개할 ⟪어찌하오리까?⟫는 그 장면을 다섯가지로 나누었다. 주제는 친숙하면서도 낯설다. 이지만 물소가 조선에서도 번성하는지, 한 고을에 수령이 둘이나 있어 문제가 생긴 일화 등을 소개하고, 으로 역사 중 가장 많이 들어봤을 '천도'와 '풍수지리'와 연관이 있는 일화가 나온다. 이밖에도 으로 금주령, 과거시험을 다루고 로 그 당시 어떤 범죄가 일어났으며 어떤 의견이 오고 갔는지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금혼령처럼 에도 관여하는 장면을 만나볼 수 있다.





    조선시대도 폭력 사건이 발생하는가?

  사람은 맞으면 화가 난다. 최초로 사람을 때린 건 누구일까? 지금 생각한 거지만 궁금하면서도 알고 싶지 않은 주제다. 서로 때리지 않으면 좋겠지만 과거에도 폭력은 존재한 거 같다. 정종 2년 11월 1일 수령이 구타 당하는 사건이 보고됐다.

  당시 참판삼군부사(參判三軍府事)최운해(崔雲海)와 예문관 학사(藝文館 館學土) 송제대(宋濟岱)는 남경(南京)에서 서원군(瑞原郡)으로 와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다. 최운해와 송제대는 군수 박희무를 구타하였다. 군수 박희무가 자신들과 같이 온 노비에게 먹을 것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희무는 이를 사헌부에 고발하고 정종이 이를 알게 됐다.



  위는 정종실록 6권 2년 11월 1일에 기록된 일화이다. 그다음으로 정종은 최운해를 파직하고 송제대는 용서하였는데 조선 전기 최고 의결 기관인 문하부에선 불공평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정종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운해와 송제대가 처한 입장과 입지가 다른 이유로 의견이 갈리게 되는데 이 지점이 ⟪어찌하오리까?⟫ 가 주는 메시지같다.

  저자는 맨 첫 장 여는 글에서 흥미진진한 조선시대 여행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어찌하오리까?⟫ 속 어전회의 장면을 보면서 어떤 선택을 해야 했을지 생각하게 됐다. 동일한 벌을 내릴지, 차등을 둘지 혹은 다른 방법이 있는지. 그러기 위해선 내막을 따지기도 해야 하는데 여기서도 개인이 가진 배경이 범상치 않아서 쉬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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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개츠비 현대지성 클래식 59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이종인 옮김 / 현대지성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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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위대한 개츠비⟫를 두고 여러 생각이 들었다. 일단 1920년대 문학, 베스트셀러라는 이미지와 어렴풋이 영화로 나왔다는 정보 정도. 인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 줄거리가 주는 무언가가 있는지 인기가 많은 책이었기 때문에 나름 기대한 바가 컸다. 그러나 지금 다 읽고 나선 어떻게 감상평을 써야 할지 고민될 정도로 왜 '위대한' 개츠비인지 의문이다.

  그래서 이번 서평을 작성하기 앞서 1920년 문화, 화자, 개츠비, 데이지를 중심으로 읽었다. 이미 줄거리나 상징하는 의미는 간결하게 정리하지 못해서 다음번에 다루고자 한다.





  말하기 앞서 가장 고맙다고 전하고 싶은 건 맨 처음 실어둔 지도와 꼼꼼한 주석이다. 지리는 물론 방향까지 잘 잃으면서 상상력이 부족한 나에겐 두 지도는 친절한 이정표 역할을 해 줬다. 물론 처음 발견했을 때는 그 지명을 기억하고 또 화자 닉을 따라가면서 생각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이 지도가 없었다면 어설프게 넘어갔을 거다. 그래서 고맙다. ⟪위대한 개츠비⟫는 탐험하거나 땅과 관련된 소설이 아니지만 낯선 미국 동부, 서부, 등 지명과 함께 닉이 작중에서 이동하기 때문에 필수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또 페이지 하단에 배치된 주석은 중요한 복선부터 전반적인 내용을 아울러서,읽는 내내 도움을 받았다. 특히 당시 배경상황까지 기재되어 있어서 어째서 저자가 위와 같이 썼는지, 이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가를 알 수 있었다. 해제와 해설, 연보 또한 이 작품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고 어떻게 해석할지 실마리를 제공하여 읽는 내내 여러 각도로 해석할 수 있었다.




  원문 제목은 The Great Gatsby. 영어라서 좀 낯설지만, 번역된 '위대한 개츠비'로 읽었을 때도 마찬가지로 말 그대로 위대하다는 건지 반어법인지 알 수 없다. 저자도 아니라서 알 길이 없지만, 자조하는 풍으로 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원래 저자는 '황금모자를 쓴 애인'으로 하고 싶었다 하니 다른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거라고 여지를 두는 게 맞다. 여기서 새로운 의문이 들었다. 왜 바꾸었는가? 저자가 왜 이 책을 썼는지 그 배경을 알고자 해제와 해설 그리고 연보도 읽었다. 가장 먼저 읽은 건 연보였다.

  전반적으로 ⟪위대한 개츠비⟫는 한 남자가 잊지 못한 여자에게 고백하려는 낭만적인 소설로 보일 수 있고, 화자인 닉 캐러웨이와 함께 그 당시 1920년대를 풍미해 볼 수 있다. ⟪위대한 개츠비⟫ 속 주 무대는 토요일 밤마다 개츠비가 성대한 파티를 연다는 사실이다. 초반부터 닉을 비롯한 여러 인물은 개츠비라는 인물을 언급한다. 특히 그가 여는 파티를 두고 말이 많다. 단순히 돈을 낭비하는 부자인가? 무언가를 찾는 걸까. 그 돈은 어디서 난 걸까? 마찬가지로 초반에서 닉은 자신의 아버지와 조부를 언급하면서 현재 1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임을 암시하고 있다. 혼란도 있지만 경제가 부흥한 만큼 호화로운 면모도 보인다.

  보는 이마다 개츠비가 하는 행동은 멍청하고 미련할 수도 있고 끈기있고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가 가진 배경을 생각하면 전면에 개츠비가 나오는 이유를 납득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인상깊게 본 건 닉 캐러웨이였다. 내가 주목한 건 닉 캐러웨이가 사람을 판단하기 전 한 걸음 유보한다는 설명이었다.

  중심 인물은 개츠비와 데이지이지만 화자는 닉 캐러웨이다. 닉은 팔촌 관계인 데이지나 그 남편인 톰을 비롯한 여러 인물을 관찰한다. 그가 가진 가치관은 닉이 관찰자인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도리어 닉이 보고 판단하는 정보만 독자에게 전해지기 때문에 그 판단이 맞는지 따져야 했다. 그 인물이 그렇게 생각한 게 맞는지? 만약 그렇지 않다면 무슨 감정이며 어떻게 독자는 그걸 알아챌 수 있을지. 비단 ⟪위대한 개츠비⟫ 가 가진 단점이라고 함축할 수 없지만, 그래서 ⟪위대한 개츠비⟫ 가 정말 위대한, 개츠비인지 생각해야 했다. 정말 개츠비는 데이지를 사랑한 걸까?

  어쩌면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그가 가지고 싶었던 꿈이자 환상이었을 것이다. 신분이 주는 한계를 깨려는 발버둥일 수도 있고 그런 자신을 빛내줄 트로피가 필요했던 걸 수도 있다. 그게 데이지였던 거다. ⟪위대한 개츠비⟫ 는 그 당시 호황 속 욕망을 잘 표현한 작품이나 그만큼 닉이 감싸려고 한 개츠비의 내면이 간접적으로 드러난 작품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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