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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크와 팩트 - 왜 합리적 인류는 때때로 멍청해지는가
데이비드 로버트 그라임스 지음, 김보은 옮김 / 디플롯 / 2024년 7월
평점 :
살면서 사람은 몇 번이나 거짓말을 할까? 일단 지금 이 글을 쓰는 나는 거짓말을 한 번 했다. 평소라면 열 번 이상 했겠지만 오늘은 의도치 않게 몇 시간가량 비평했고 지금은 혼자 글을 쓰고 있고, 지루하지 않다고 되뇌고 있다. 사실 요새 지루하다. 지루하다는 말로 종이 한 장을 채우고 싶을 만큼. 서평을 마치고 난 뒤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 같다. 의식이 흐르는 대로 생각을 이끌고 있지만, 왜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가? 최초 거짓말은 무엇일까? 생각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생각할수록 인류애라는 게 상실되는 절망감이 뒤따라오니까. 언제 인류애가 넘쳤냐고 물으면 할 말이 없지만 정말로 누군가 물으면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느라 논문을 뒤적거렸다. 물론 오늘 서평에선 그 논문을 전면 다루지 않는다. 아직 다 소화하지 못했을뿐더러 지금 내가 소개하려는 건 ⟪페이크와 팩트⟫이기 때문이다.
다소 사진이 오른쪽으로 치우쳐 있지만 의도한 바는 아니다. 방향보다 주목할 건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저 바둑판과 뒤편에 가려진 원숭이이다. 두 요소는 제목에서 비롯된 걸로 보였다. 처음에는 가짜 뉴스, 과대광고, 허위 사실 유포, 등을 떠올리며 페이크와 팩트를 봤다면 원문 제목을 읽고 그 의미하는 바를 강조하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제는 ⟪The Irrational Ape: Why Flawed Logic Puts us all at Risk and How Critical Thinking Can Save The World⟫ 로, 비이성적 유인원(원숭이 맞음): 결함이 있는 논리가 우리 모두를 위험에 빠뜨리는 이유와 비판적 사고가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다. 제목이 긴 만큼 544페이지에 걸쳐 저자가 말하려는 내용이 무엇인지 잘 보여 주는 제목 같다. 그래서 표지에서 유인원이 나오는 것 같은데, 바둑판 디자인은 이와 별개로 신기했다. 다음 장을 넘겨서 저자 소개, 목차를 읽어야 하는데 Fake, Fact를 찾고 그 규칙을 찾느라 한 시간은 족히 걸렸다. 평소 대각선으로 읽으면 된다는 생각에 탈피하지 못한 탓이었다. 시간 낭비라고 할 수 있지만, 한 번 찾아보면 왜 표지가 이렇게 디자인됐는지를 유추해 볼 수 있다고 확신한다. 어느 순간 우리 사회에는 '가짜'와 '진짜'가 공존하기 시작했다.
한때 팩트체크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한 것처럼 '짜가'라는 말도 생기기 시작한 때가 있었다. 알다시피 짜가는 교묘하게 진짜를 모방한 상품, 짝퉁을 일컫는 속된 말이다. 발음 때문인지 말하거나 듣기만 해도 거북한 감이 있다. 산업화, 도시화 이후 대량생산으로 기성품이 나온 것과 유사할 수는 있지만 짝퉁은 그 대상이 된 상품뿐만 아니라 사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 때문에 없어져야 하는 게 맞다. 그런 의미에서 가짜 뉴스도 뿌리째 뽑아내야 하는 것이지만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처음 떠올린 사람은 왜 거짓말을 하는가, 왜 사람들은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지 못하고 속는 가로 이어지게 된다. 흔히 속는 사람이 바보라는 말이 맞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외치고 있겠지만 나 또한 그렇다. 저자는 일화와 함께 그 인간 내면을 조명하며 어떻게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
위 사진 속 일화는 권위가 주는 오류로 소개되는 일화이다. 어윈 스톤은 라이너스 폴링에게 비타민C가 도움이 될 거라고 추천하였고 그는 그걸 의심하지 않고 따랐다. 매일 3000밀리그램을 먹으면 활력의 묘약이 될 거라고 주장한 장문의 편지가 라이너스 폴링을 움직인 걸까? 자세한 내막은 당사자가 아니니 알 수 없지만, 정말 그 말대로 건강 상태가 나아지는 결과가 나타났다. 더 많은 에너지가 솟는 것 같고 이전보다 감기에 덜 걸린다고 느낀 라이너스는 복용량을 늘릴 뿐만 아니라 추후 책도 냈다. 우후죽순 비타민C 판매량이 늘어나는 결과까지 초래됐는데 2024년을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하게 복용해서 좋지 않다는 것과 부작용을 알고 있을 것이다. 눈치 좋은 분이라면 권위가 주는 오류가 무슨 의미인지 이미 유추했을 것이다.
종종 우리는 거짓말에 속았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왜 속은 거지?' 의문을 품는다. 특히 뻔한 속임수에 속았다면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도 답답한 마음이 앞서서 그 뻔한 눈속임에 속았냐고 비난하기도 한다. 그들이 그러려고 하지 않았다는 걸 알지만 피해자를 향한 비난은 일상생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같은 의미로 그런 사람을 두고 너도 당해봐야 알 거라고 저주를 퍼붓는 경우도 있다. 더 나아가 이런 모습을 보고 거짓말이 이렇게 나쁘다고 일갈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그렇게 끝나면 좋겠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속지 않는 방법이 달리 있냐고 하면 속지 않는 게 최선책이라는 말과 사후 대처밖에 할 말이 없다. 문제는 기술이 발전하는 만큼 속임수도 나날이 복잡해진다는 거다. 이건 모두가 체감하고 있다. 그래서 알고 있었지만 속는 사례가 속출하는 거다.
그렇다면 거짓말하고 속임수를 부리는 이들은 모두 간악한 속임수를 쓰는 걸까? 악마의 속삭임이라 칭할 그런 속임수가 있을 수 있지만 우리가 맞닥뜨리게 될 오류는 모두 거창하지만은 않다. 사소한 오류로도 발생한다.
글을 쓰는 지금 나도 모든 걸 드러내지는 않는다. 좋은 내용을 쓰려고 노력한다. 여기서 좋은 내용이라 함은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도움이 될 거라 여긴 정보를 담거나 내가 소개하려는 책이 어떤 의미를 가진 책인지를 잘 소개하는가, 이 두 가지를 만족한 내용이다. 그리고 여기서도 오류가 한 가지 발생할 수 있다.
나는 좋은 의도로 매력적인 책을 소개하고 내 의견을 정갈하게 정리하여 보여 주고 있지만 만약 어떤 특정 책이 재미도 없고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전달하고 있는데 그 부분을 제외하고 괜찮은 면만 보여 주려고 한다면, 이걸 보는 입장은 잘못된 인식을 가지게 된다. 이런 오류는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단지 독자 혹은 시청자를 사로잡기 위해서 화려하기 때문에 종종 잊게 된다. ⟪페이크와 팩트⟫를 읽으면서 한 걸음 물러서서 사실을 찾아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