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묘탐정
정루이 지음 / 나무옆의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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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 봐도 봐도 또 보고 싶다. 길거리를 지나가다, 인터넷을 하다가, 우연히 고양이를 발견하면 귀엽다는 말이 먼저 떠오른다. 언제부터 이런 마음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마 언제 고양이를 봤든 지금처럼 생각하지 않았을까.

  이번에 읽은 《묘묘탐정》은 고양이와 고양이 탐정이 나오는 소설로 제목부터 기대됐던 책이었다. 고양이 묘자를 두 번 쓴 거 같은데 대체 무슨 이야기일까, 책 소개를 봐도 직접 읽어서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제목도 흥미로웠지만 고양이가 유괴됐다는 말, 고양이가 고양이를 유괴했다는 말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주인공도 고양이가 유괴됐다는 말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는데, 확실히 고양이가 사라졌다거나 도망갔다는 말은 들어봤어도 '유괴' 됐다는 말은 도통 들어보지 못한 거 같다. 고양이만 사는 나라가 따로 존재한다면 있음 직한 말이지만 내가 사는 사회는 인간이 주류이기 때문에 어색하다. 책 표지를 보면 내가 모르는 고양이 혹은 고양이들이 아는 또 다른 세상이 있는 거 같다.




    책 소개 글, 읽기 전 떠올린 상상을 가지고 펼쳤을 때 느낀 건 고양이 탐정이라는 직업이 정말 존재하는 건지, 있다면 이렇게 활동하는지 그런 궁금증이었다.

  어쩌다 지나가다 고양이를 치료하는 수의사나 구조하는 전문가를 본 적은 있지만 고양이만 찾으러 다니는 탐정을 보지는 못한 거 같다. 탐정 자체는 어디서 본 듯 한데, 고양이만 찾는 직업이 있다면? 좋은 거 같지만,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고양이 탐정도 쉬운 직업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소설이니까 이것보다 쉬울 수도 있고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난이도를 차치하더라도 고양이 탐정을 통해 고양이라는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여전히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럽고 또 이 세상이 멸망해도 꼭 살았으면 하는 생물체 중 하나이지만 정작 고양이들이 위협으로 느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이 있는지 그 습성이나 패턴을 고찰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사 과정이 흥미로웠다.

읽으면서 현실성이 느껴지지만 이런 일이 정말 일어날까? 의문도 들었다. 고양이란 생물은 정말 이해하기 어려운 거 같다. 보기만 하면 귀엽기도 하고 오묘한 느낌도 드는데 같이 지내고 말도 따라 하다 보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고양이 탐정이고 그 계기도 다소 독특해서 첫 장과 마지막 장을 넘길 때 주인공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느껴져서 좋았다.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믿을 수 없는 일이 연이어 터질 때마다 머리가 아팠을 텐데 위기가 닥칠 때 기지를 발휘함과 동시에 그 옆에서 같이 맞서는 다른 인물을 보면서 살짝 뭉클했다.

  고양이는 기꺼이 곁에 머무를 때도 있지만 자기가 내키면 사라지기도 한다. 어떤 고양이는 같이 사는 집사의 컵을 갑자기 바닥에 떨어뜨리기도 한다. 단순히 날 괴롭히기 위함인가? 싶지만 생김새부터 언어, 습성 모든 게 다른 인간을 보며 고양이가 무슨 생각을 할지, 종종 이유는 모르지만 옆에 머무르는 모습을 보면 아직 고양이를 이해하기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고양이의 방식이 수수께끼 같아도 그 본질은 사랑이라는 걸 놓치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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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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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자의 건강법⟫ 을 읽으면서 무슨 책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나는 한 늙은 작가가 죽음을 앞두고 있고, 그 작가가 유명해서(노벨 문학상 수상자) 기자들이 앞다투어 인터뷰하러 왔는데 그 작가가 기자에게 외설적이고 기괴한 말을 해서 기자들이 괴로워하는 책이라고 말했다. 돌아온 건 무슨 그런 책이 다 있냐는 표정이었다.

  그 당시 읽던 내 생각은 위와 같았다. 내가 이걸 왜 읽었더라? 잘 읽히는 것과 별개로 고민하면서 여러 번 멈췄다. 그리고 결말을 읽고 나서 이 일화를 먼저 말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솔직히 알고 싶지 않은 정보겠지만, 이만큼 내가 무지몽매했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


    

    매번 책 소개 글을 읽고 '아 읽고 싶다!' 생각하는 편인데도 읽다 보면 어느새 줄거리는 잊고 질질 끌려다닐 때가 있다. 딱 잘라 말하면 예상하지 못한 반전을 마주하거나 아무 생각이 없는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거 같다. 이렇게 말하니 아무 생각 없이 글만 주먹구구 읽고 글을 쓰는 사람 같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다. ⟪살인자의 건강법⟫ 을 읽으면서 더욱 지금 내가 쓰는 서평이 맞는 건지, 내가 읽고 해석하는 방식을 잠시 생각했다.


    ⟪살인자의 건강법⟫ 은 대문호 프레텍스타 타슈라는 작가가 두 달 뒤에 죽는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파만파 기자들이 그와 인터뷰하겠다고 모이면서 시작한다. 많은 기자가 몰린 까닭은 그가 노벨 문학상 수상자라는 이유가 크다. 물론, 그가 앓고 있는 병(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이 워낙 희귀하고 알려진 정보가 없다는 점도 한몫했을 거다.

  줄거리에선 '신화적인 존재 타슈, 그를 인터뷰하기 위해 전 세계에서 기자들이 몰려든다. 인간 혐오자로 자처하는 문학의 거장 타슈는 그들 중 극소수에게만 자신과 인터뷰하는 영광을 누리게 해주는데'라고 말한다. 여기까지만 봐도 늙고 쇠한 데다 까칠한 성격을 가진 작가가 화를 내면서 인터뷰를 거절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살인자의 건강법⟫ 속 핵심인 기자 니나와 타슈의 인터뷰가 가장 기대된 이유이기도 했다.


    

    솔직히 어떻게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처음 느꼈을 때는 무슨 이런 인물이 다 있지? 생각했다. 사진 모두 타슈 작가가 어떤 인물인지 보여 주고 있다. 오랜 세월 활동한 작가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표현력이 좋은 인물인 건지 읽다 보면 처음 보는 어휘와 표현도 있어서 흥미로웠다. ⟪살인자의 건강법⟫ 속 타슈 작가와 인터뷰하는 기자는 총 다섯, 앞선 네 명은 각자 여러 이유로 고함을 듣거나 내쫓기며 인터뷰를 중단해야 했다. ⟪살인자의 건강법⟫ 은 묘사보다는 대사 지문이 더 많다. 그러다 보니 왜 인터뷰가 중단되는지 그걸 추측해야 했다.

  각 인터뷰가 끝날 때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다른 기자와 하소연을 하면서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기 때문에 막연하게 혼자 추리하는 느낌은 아니다. 그다지 내용 자체는 추리소설도 아니고. 오히려 이 장면에서 기자들이 먼저 인터뷰한 기자를 옹호하거나 네가 잘못한 게 맞는다고 하는 걸 보면서 다음 기자는 얼마나 고생할까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니나가 곧바로 인터뷰하는 걸로 시작하지 않아서 지루할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다 읽은 뒤 생각했을 때 작가가 독자를 위해 배려하려 했거나 복선을 깔기 위해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전개였던 거 같다. 단지 여성을 혐오하는 발언이나 자신을 방어하는 듯한 발언을 언뜻 보면서 이걸 읽는 게 맞는 걸까? 생각했다. 타슈 작가가 하는 말을 보면 과하게 냉소적인 면도 있고 반대로 자기를 미화하거나 차별이 느껴지는 표현도 있었다. 집중해서 읽어도 그 길고 긴 말을 받아들이면 정신이 없다.

    

    ⟪살인자의 건강법⟫ 은 결말을 제외하고 말하면 결국 니나라는 기자가 타슈 작가와 인터뷰하면서 그가 가진 비밀을 밝히는 과정이다. 네 명의 기자 중 한 명은 최소 한 권이라도 타슈 작가의 책을 읽었지만 다른 기자는 그러지 않았다. 다른 일로 바쁘다는 말도 하지만 타슈 작가는 그걸 냉소적으로 볼 뿐이다. 사실 나라도 내 책을 읽지 않았는데 인터뷰한다고 하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거 같다. 반면 니나는 그의 책 전권을 다 읽었을 뿐만 아니라 세세하게 제목부터 인물 구성, 내용까지 기억하고 있다. 다른 기자와 대화하며 타슈 작가는 자신의 책을 읽는 독자는 없다, 읽어도 제대로 이해하는 독자가 없다고 말한다. 그 기자는 그 말을 반박하려고 시도하지만 결국 쫓겨났다. 그러다 보니 타슈는 니나에게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며 모욕하는 데, 소개 글처럼 니나는 타슈를 압도하며 기게 만들었다. 그다지 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계속된 언행을 생각하면 그게 맞는 처사 같기도 했다.

  줄거리만 하염없이 따라가면 타슈 작가는 파렴치할 뿐만 아니라 괴이하다. 표현만 고급 지고 있어 보일 뿐이지 타슈 자체가 허위라는 생각이 든다. 공연히 이 생각이 떠오른 건 아니다. ⟪살인자의 건강법⟫ 은 누차 작가와 독자, 문학 다음으로 '허위'가 계속 언급된다. 단순히 타슈의 웅대한 자기상일 수 있지만 내 얄팍한 이해보다 깊은 의미가 있는 거 같다. 이 생각들은 옮긴이의 말을 읽고서야 떠올렸으니 내가 깨달은 생각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글을 쓰면서 지금 내 상황이 계획된 우연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 또한 내가 독자가 아니라는 반증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도 이렇게 허울좋게 감상을 쓰고 있지만 책을 세 번 펼치고 덮은 다음 고민한 뒤에 썼다. 아직도 나는 내가 ⟪살인자의 건강법⟫ 을 제대로 읽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증거는 마지막 장에서 니나가 소파에 앉은 뒤 내뱉은 말이다. 옮긴이의 말을 읽고 앞서 저자가 왜 이런 전개를 했을까, 타슈의 행동, 언행이 가리키는 의미를 생각하는 노력은 했고 의외로 결실을 얻었지만 아직도 니나의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해하지 못해서 실망했다. ⟪살인자의 건강법⟫ 속 주인공은 문학이라고 하여 문학으로 대입해 생각하려고 해도 그 그림자도 쫓지 못하고 있다. 이런 내가 실망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읽고 또 이해했다고 여기면서 실망이라는 말로 함축하는 건 어불성설이 아닐까?

    위 내용과 다른 거 같지만, ⟪살인자의 건강법⟫ 을 읽으면서 원문을 읽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느 페이지를 펼쳐봐도 감탄했다. 타슈가 선택한 단어나 표현은 이해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지만 청심환이나 여러 사자성어를 발견하면서 원문도 이럴까? 원문은 무슨 표현이었을까 궁금해졌다. 또 자기반성하느라 언급하지 못했지만 초반에 잠깐 언급된 '엘젠바이베르플라츠 증후군' 은 말장난이라고 한다. 독일어라서 더 눈이 갔다. 이밖에도 '프레텍스타 타슈'라는 이름도 언어유희라고 하는데 그걸 모르고 지나치면 조금 아쉽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의식하든 못하든 누구나 책을 읽고 나면 시선이 바뀐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천만에! 그건 최고의 독자에 한해서만 가능한 일이오. 그 외에는 다들 계속해서 타고난 진부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지. 게다가 독자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독자란 것 자체가 희귀한 부류에 속한다오. 대다수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으니까. 그 문제에 대해 누군가 명언을 남겼지. 웬 지식인인데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 구먼, ‘사실 사람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읽는다 해도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한다 해도 잊어버린다.‘ 이토록 실상을 명쾌하게 요약하는 말이 어디 있겠소. 안 그러오?" - P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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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 - 패턴 + 회화 + 연습 문제로 일본어 말하기 습관 형성
시원스쿨어학연구소 지음 / 시원스쿨닷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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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을 쓴 지금 시점에선 여름방학이라고 할 수 없게 됐지만, 항상 여름이 다가오면 여름방학이 떠오르게 된다. 저마다 여름방학이 주는 이미지가 다르겠지만 숙제를 하던 때여서 그런지 일단 나는 밀린 숙제부터 하고 놀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렇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낙오자가 된 기분이 든다는 거다. 누가 손가락질하는 건 아니지만 닥쳐서 일기를 쓴 경험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볼 수가 없다. 그렇다고 더워서 지치는데 이리저리 뛰어가며 운동하고 활동을 하기엔 미칠 노릇이다. 기특하게도 언어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일본어를 덥석 집어 들었다.

  이미 제목으로 알겠지만, 최근 이 주간 시원스쿨에서 만든 ⟪일본어 말하기 루틴 만들기 66 Challenge⟫ 를 읽고 실천했다. 그 결과를 살짝 공유할 겸 어떤 책인지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제목부터 예상했겠지만 정말 66일을 목표로 달리는 일본어 교재다. 66일이라는 숫자는 6이 두 번 들어가서 좋아 보이고 또 그만큼 내가 의지를 불태운다면 일본 현지인이 될 듯한 기분도 들지만 한편으론 좀 크게 느껴진다. 요새 나태하게 살았나? 일단 나는 그렇게 느꼈다. 달리자! 이기자! 소리를 내고 도전했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한다는 건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기특하다고 말했지만 일본어뿐만 아니라 다른 걸 해야 한다고 변명을 주저리주저리 내뱉다 보니 상상이상으로 손이 가지 않았다. 66일 혹은 21일 정도만 투자하면 습관이 생긴다는데 그게 말로 하면 쉽지 실천하기 어렵다는 걸 절절히 느꼈다.




    일본어를 쓰고 읽는 것보다 말하는 거에 중점을 뒀기 때문에 히라가나라던가 단어부터 시작하지는 않는다. 물론 각 페이지 하단, 본문에서 단어장 pdf 파일을 받는 방법이 기재되어 있어서 초보자도 쉽게 도전할 수 있다! 히라가나, 가타카나 둘 다 하다 보니 히라가나를 반대로 잊어버린 나에겐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 직접 인쇄해서 단어를 체크해도 됐다.

  물론 그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하단에 기재된 단어와 주어진 내용을 보고도 가능하다. 일본어를 한 번이라도 들어봤다면 익숙한 내용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순조로웠다. 첫 번째, 두 번째 사진은 좌우로 한 페이지인데 특정 어미를 패턴처럼 배워서 적용하는 형식이다. 그렇다 보니 변칙적으로 연습할 수 있다.


    단어 테스트, 문장 쓰기 노트 pdf 말고도 mp3 음원 파일이나 말하기 트레이닝 영상도 제공하기 때문에 혼자 연습해도 무리가 없지만 조금 더 실전, 변칙을 중시한다면 친구와 도전해도 좋은 것 같다. 처음에는 음원 파일을 들으면서 벽에 대고 말했는데 여간 쑥스러운 게 아니다. 자괴감도 살짝 드는 게 내가 정말 잘하고 있나, 그런 마음이 들었다. 물론 직접 말로 하니까 공부하고 있다는 느낌도 들고 실력이 늘고 있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다. 단지 내 얕은 지식으로 보면 회화에 도움이 될 문장들인 건 맞는 듯한데 혼자서 하려니 의지가 살짝 부족해졌다. 그래서 게스트로 아는 동생을 강제로 동원해서 주거니 받거니 했다.

  이쪽은 일본어를 독학으로 말하고 듣고 쓰다 보니까 내가 보고 읽어도 금방 술술 답해 주었다. 발음이 나아진 부분도 있지만 아직 부족한 것도 있어서 고치면서 배울 수 있었다. 옆에서 같이 해 주니 부끄러움이 덜해졌다. 뭐든 말로 해 봐야 익숙해지는 거 같다. 패턴을 배우기는 하지만 예시로 나오는 주제는 다르기 때문에(코트, 태블릿, 날씨, 연인, 등) 대화하면서 자연스럽게 다음 패턴(Day 1을 연습하고 있다면 어느새 Day3 내용을 적용해서 말하고 있을 때가 있다)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혼자 했다면 절대 못해봤을 방법 같아서 추천하기는 애매하지만 만약 스터디로 공부한다면 이런 장점도 있다는 점!

  또 대화하면서 느낀 건 확실히 특정 패턴, 틀을 연습한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긴장해서 발음이 꼬이기는 해도 내가 그 현지인도 아니고, 연습하고 있기 때문에 가벼운 일상 회화는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겼다. 물론 아직 16일차라서 내 생각이 부족할 수 있지만 회화에 더 중점을 두고 싶고 간편하게 공부하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다. 크기는 다른 학습지처럼 큰 편이라서 간편한 크기는 아니지만, 일정 기간 구독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이쪽이 더 마음 편하게 도전할 수 있었다. 낙서나 필기하면서 발음을 고칠 수 있다는 것도 좋았다. 이건 단순히 내가 종이책이 편하다는 이유이기는 하지만 직접 한눈에 훑으면서 공부한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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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간직하는 영어 명문 필사 - 감동이 있는 영어력
제임스 파크 지음 / 북카라반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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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이유로 필사를 조언하지만, 사실 필사만큼 나에게 극악한 활동도 없다. 첫 필사는 어린 왕자였는데 하고 싶어서 한 게 아니라서 손목만 아팠다.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걸 글씨다. 그런 마음으로 임해서인지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했던 말만 어렴풋이 기억에 남았다. 최근에 시작한 필사도 결국 손으로 쓰고 있지만 의미가 남다르다. 이전에 시도했던 필사는 한국어였다면 이번에 한 필사는 영어였다.




    

    책 제목으로 보면 알겠지만, 평생 간직할 정도로 많은 문장, 의미 있는 문장이 있다. 표지를 넘기면 저자 제임스 파크가 쓴 프롤로그가 있는데 '눈으로만 읽는 것보다는 직접 써가면서 한 문장 한 문장 외워보시길 바랍니다.'라는 말을 보고 식겁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외울 생각하니 좀 막막했다. 영어로 된 문장을 필사하기로 결심한 건 드디어 외국어를 포기했었던 내가 영어를 포함한 언어에 관심을 보인 탓이었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관심이 생겼을 때 써야지! 하고 도전했기에 곧바로 프롤로그를 넘기며 다짐했다. 외우지 못하면 뭐 어때? 필사가 공부는 아닌데.

  가벼운 마음으로 펼쳤는데, 생각해 보니 원래 필사가 이런가? 싶기도 했다. 여태 필사한 건 ⟪평생 간직하는 영어 명문 필사⟫ 같이 필사하라고 만든 그런 게 아니었다. 어린 왕자처럼 필사할 도서 하나, 그 문장을 옮겨 쓸 노트 하나. 그러다 보니 별다른 설명 없이 이어지는 문장을 보고 눈만 깜빡였다.



    대부분 페이지는 첫 번째 사진처럼 한쪽에는 필사할 문장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여백이 있다. 문장이 있는 페이지는 파스텔 톤이고 필사할 페이지도 연한 줄글로 그어져있어서 대체로 감성을 한 스푼 넣은 느낌이다. 따로 목차, 소주제(ex. 사랑, 이웃, 하루, 등)는 보이지 않는다. 대신 두 번째 사진처럼 문장과 관련된 설명이 그 아래 따로 기재되어 있다. 그 문장을 외우는 데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필사하기 전에 문장을 읽을 때 이런 문장이 왜 나왔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은 됐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말처럼 유명한 말도 있지만 이 말을 누가 했느냐, 기억나지 않는 것처럼 저자도 확실히 명시해 둔 점도 좋았다. 전해지는 문장이 많다 보니 종종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도 있었는데 그런 문제점이 사라져서 하루에 한 페이지씩 필사하고 있다. (너무 오래되거나 분명하게 알려지지 않은 문장은 여백으로 남아있긴 하다.)

  아직은 글씨는 어설프지만 하루 한 번 다른 사람의 세계를 살펴본다는 생각으로 필사를 하고 있기 때문에 나름 의미가 있다. 직접 대화하면서 향유하는 게 더 좋을 수 있지만 지금은 말할 수 없는 인물도 있고 언어 문제도 있기 때문에 필사로 만족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평생 간직하는 영어 명문 필사⟫ 속 문장이 복잡한 구조, 어려운 단어만 나열한 문장이 없다는 게 좋았다. 지금 올린 사진은 신약성서 마태복음 구절 중 하나지만, 널리 알려진 인물 말고도 처음 들어보는 시인, 학자 이름도 있어서 필사한 다음 검색하면 잘 모르던 분야도 찾아보게 돼서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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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your neighbor as yourself.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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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 저격수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4
한정영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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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잊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반대로 잊고 싶은 역사도 있다. 길 한복판에서 발을 헛디뎌 대차게 넘어지는 순간, 혼자 간직하려던 마음을 홧김에 내뱉은 순간, 여러 순간이 있고 흑역사라고 종종 부른다. 역사란 무엇일까? 기억한다는 건 무엇이고 기억하지 않는 무엇일까, 사실 잊겠다고 결심해도 떠오르는 게 기억이다. 마음처럼 기억도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그런데 살아가면서 전해지는 역사에는 내가 모르는 순간도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

  물론 오늘 소개할 ⟪소녀 저격수⟫ 는 소설이다. 일부 실제 역사를 기반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만 ⟪소녀 저격수⟫ 는 그 순간에도 그들이 존재했다는걸, 그 과거가 있기에 현재가 있다는 걸 일깨워 주는 책이다.




    처음 소개 글을 봤을 때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표지가 준 영향이 컸다. 총구에 비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영화였다면 총성으로 시작하지 않았을까? 그런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간략히 나온 줄거리만으로도 흥미로웠다. 간혹 꿈을 꾸면 이게 현실일까? 궁금해지는데 ⟪소녀 저격수⟫ 속 주인공 설아는 독특한 꿈을 꾼다. 몸이 찢기고 숨이 차오르는 긴박한 순간, 너무 추운데 총성도 들린다. 그런 자신을 간호하는 할아버지는 유일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애틋하고 따뜻한 미래가 기다릴 것 같다.

  

  사실 소개 글에서도 짐작했듯 설아가 평범하지 않다는 건 짐작할 수 있었다. 무언가에 쫓기고 총을 쏘는 장면이 이어지는 걸 보면서 설아가 누구이고, 저 족쇄에 새겨진 번호가 무엇인지 짐작해야 했다. 앞 글자 733을 보고 731 부대인가? 짐작했지만 아니길 바랐다. 그건 너무 잔인하지 않나, 잊어선 안될 역사 중 하나지만 ⟪소녀 저격수⟫ 를 읽으면서 우려가 큰 부분이기도 했다. 설아는 한 사건을 계기로 빈사 상태까지 치닫고 기억도 잃었다. 자신을 보살피고 챙겨 주던 할아버지에게 물어봐도 부모님이 설아를 아꼈다는 것, 지금은 옆에 없다는 것, 좋은 이었다는 것, 그 정도였다. 왜 자신이 아팠던 것이며 기억나는 게 없는데도 따지지 않는지 할아버지는 설아를 재촉하지 않았다.

  그 평화를 깨듯 사건은 서서히 설아의 목을 조이는 거 같았다. 아픈 할아버지를 대신해 토끼 두어 마리를 잡았지만 혹독한 추위와 함께 굶주린 늑대가 설아를 쫓았고 실제로 물었다. 이 장면을 보면서 산 중턱에서 짐승을 만나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해 봤다. 설아의 상황은 지금 내가 사는 사회 보다 더 이전이니까, 마음을 졸이면서 나무를 올라타는 방법, 가지를 부러뜨려 대항하는 법(주위에 무기로 쓸만한 변변찮은 게 있는지 모르겠으므로), 이것저것 생각했지만 설아가 몇 살인지도 얼마나 강인한지도 몰랐다. 소설 초반부에는 설아는 소녀로 나오고, 설아로 나온다. 독자 나름대로 긴박한 장면을 읽으며 짐작할 뿐 주어진 단서가 부족했다. 그래서 설아가 기지를 발휘해 몸이 찢겨도 늑대를 제압하고 도망치는 걸 보면서 만만찮은 일이 펼쳐지리라 짐작했다. 뒤이어 일본군이 나타나 할아버지의 총포를 빼앗고 협박하고, 그 자리에서 잃는 모습을 보면서 설아가 복수를 시작하리라 생각했다.




  기억을 잃어서인지 중간중간 꿈을 꾸는 장면이 있다. 처음에는 저 따옴표 속 말이 설아 이전 기억인가?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저 단호함 만큼 설아가 총을 쏘는 순간은 심장이 멈추는 거 같지만, 사실 후반으로 치닫기 전까지 설아는 쉽게 무언가를 결단하지 못한다. 언뜻 ⟪소녀 저격수⟫ 는 설아의 복수를 보여줄 것 같지만 사실 기억을 잃은 설아의 정체성을 찾는 여정에 가깝다. 그래서 김이 샌 느낌이 없잖아 있다. 내가 바란 장면이 없어서이지만 민포수(할아버지), 원주댁, 윤길주, 백두 대장을 거치면서 설아라는 인물이 자신을 되찾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두 번째 사진에서 또 다른 목소리는 설아에게 저격할 때 심장, 머리를 겨냥하라고 한다. 한 번에 죽여야 하니까. 합리적인 판단이지만 기억을 잃은 설아는 머리와 심장, 즉 누군가를 죽인다는 게 꺼림칙하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하고 그걸 막지 못한 것에 자책하는 설아 앞에 사실 할아버지의 손녀가 아니라는 사실은 설아라는 인간이 쥐고 있던 뿌리를 놓친 것과 같았다. 그래서인지 설아는 따로 성씨가 나오지 않는다. 뒤이어 진짜 이름이라 칭해지는 다른 이름이 나오지만 그게 진짜인지 알 길이 없다.

  설아는 불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언뜻 설아의 복수는 할아버지를 위한 것이지만 자신을 위한 여정으로 보이기도 했다. 할아버지의 손녀 '설아'가 아니라면 자신은 누구란 말인가? 복수하려고 의지를 다지고 일본군을 저격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롯이 설아 자신을 찾는 과정이라고 추측했다. 단지 절정에 오르다가 멈춘 느낌이 들어서 아쉬움이 크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심장을 겨눈다면 그건 너희가 될 거야. - P1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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