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온 편지
찰스 디킨스 외 지음, 홍수연 외 옮김 / B612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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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내용인 '사라진 5백 파운드의 행방을 찾아라'가 신경 쓰이긴 했지만, 액자 소설 형식으로 구성됐다는 점이 신경이 쓰였다. 문학을 배울 때 한 번은 마주하는 액자식 구성. 흔하다면 흔하고 아니라면 아니지만, 저자가 한 명이 아닌 일곱 명이었기 때문에 여간 신경 쓰인 게 아니었다. 내가 제대로 읽을 수 있을지 걱정되면서도 한편으로 궁금했다. 저자가 모두 분위기를 통일해서 이어나가는 걸까? 노력하면 위화감이 없을까? 아니면 그 위화감을 장치로 이용해서 다른 방식으로 이끌어가는 걸까. 직접 보지 않으면 알 수 없었다. 



    너무 우려한 탓인지 아니면 그 사이 집중력이 저하된 탓인지 1장은 몇 번씩 다시 천천히 읽어야 했다. 조르간 선장이라는 인물이 등장하는데 그가 보는 풍경을 같이 살펴보듯 빽빽한 묘사가 길게 이어졌다. 그가 어디에 있고 왜 그걸 보고 있는지 궁금하면서도 답답했다. 원문에도 있던 건지 번역을 맡은 주석으로 기재해 주신 건지 모르지만 낯선 단어를 비롯해 독자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신 점이 인상적이었다.

  1장은 조르간 선장부터 레이브록 부인, 알프레드 레이브록, 키티, 톰 페티퍼가 나온다. 간략하게 이들이 어떤 인물이고 앞으로 어떤 내용이 펼쳐질지 암시하는 대목으로 보였지만 단연코 조르간 선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컸다. 어느 페이지를 봐도 조르간 선장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다리(주로 허벅지)를 찰싹 치며 말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 기분이 좋을 때면 그런다고 부연 설명이 나오는데 호탕한 모습만큼 조르간은 유쾌한 인상을 가진 남자로 보였다. 위아래 푸른 옷에 억센 구릿빛 손까지, 다부진 선장을 떠올리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낙관적인 사람으로 보이기도 했다. 그래서 이어지는 2장 조르간 선장이 때때로 보여주는 진지한 모습이 다르게 보였다.

  1장은 찰스 디킨스, 2장은 찰스 디킨스와 윌키 콜린스가 썼다고 차례에 표시되어 있다. 1장에선 내가 산만한 만큼 조르간 선장은 어디로 튈지 종잡을 수 없는 인물로 보였는데 2장에서 엄숙하게 알프레드 레이브록에게 편지를 전달하고 기꺼이 그를 돕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야기 진행을 위해서 도운 걸 수 있지만 이야기 속 인물로 가정해서 생각하면 조르간은 그들에게 외지인인데다 도울 이유는 없었다. 그가 편지를 건네준 데 이어 행하려면 할 수 있지만 법적으로 제재가 따라오지 않으니, 이런 점에서 앞으로 얼마나 시끌벅적할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바다에서 온 편지⟫의 이야기 중심은 조르간보다는 사라진 500 파운드이기 때문에 시시콜콜 조르간이 어떤 인물인지 파헤치지 않지만, 조르간 선장은 삭막할 수 있는 순간을 환기시켜 주어서 계속 눈길이 갔다.



    추리소설, 미스터리 소설이지만 내가 느낀 바로는 추리보단 미스터리가 더 비중이 큰 느낌이었다. 3장 내용이 길게 느껴져서 그런 듯하지만, 조르간이 가져온 편지가 뜻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신경 쓰였기 때문에 추리소설이 아니라고 부정하지는 않겠다. 단지 뒤이어 차례차례 나오는 요소가 생각지 못한 반전이어서 위와 같이 생각했다.

  다 읽고 났을 땐 기존 원문을 번역한 책이 1장, 2장, 5장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고 모든 장을 번역한 책을 읽을 수 있어서 기쁘기도 하다. 약 240페이지로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소설이었다. 저자가 가진 특징인지 모르지만 독특한 표현도 많고 인물이 가진 감정이 뚜렷해서 읽는 내내 눈이 즐겁기도 했다. 특히 날것의 감정을 좋아하는 입장에선 분노를 터뜨리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뭘 하다니?" 선장이 대꾸했다. "뭐라도 해야지! 내 저기 저 작은 방파제까지 내려가 소금물에 녹슨 쇠고리 하나라도 비틀겠네. 아무것도 안 하느니보다 바로 가서 뿌리째 비틀어 뽑거나 안 되면 내 이라도 비틀어 뽑겠네. 아무것도 안 하다니!" 선장이 별안간 소리쳤다. - P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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