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대표적인 철학자 플라톤은 그리스 출신으로 소크라테스의 제자이자 아카데메이아의 창설자로 알려져 있습니다.
플라톤의 연구 분야는 형이상학이나 정치학, 윤리학 등 서양 철학의 다양한 영역에 걸쳐있습니다.
이 책 《플라톤을 찢고 나온 고흐》는 미술과 철학 사상을 연결해서 이야기합니다.
모든 현대예술의 난해한 모습이 심오한 철학사상에 기반한 것은 아니지만 예술가들의 그림이 서양 철학과 신학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현대예술이 나오기 전까지의 예술은 쉽게 말해 본질적인 의미에서의 존재와 표상을 충실하게 표상하는 것입니다.
존재와 표상은 우리가 흰히 말하는 형이상학적 이원론의 본질입니다. 근대 이전의 예술에서는 예술가의 독창성이나 창의력은 필요없었습니다.
본질적인 존재는 신이 창조하는 것이고 인간인 예술가의 역할은 이를 현실에서 충실하게 표상하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의미라고 하면 아주 유명한 대사가 있습니다.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는 셰익스피어의 햄릿에 나오는 대사입니다.
이 대사에 '사느냐'는 존재라는 의미의 Be입니다. 세상의 부조리에 직면한 젊은 햄릿을 통해 셰익스피어는 서양철학의 기본 명제인 존재의 이유를 말합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이 대사는 햄릿이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삼촌에게 빼앗기면서 인생이 힘들어서 고민하는 대사로 보여집니다.
인간에게 있어 존재의 의미는 인생이 힘들거나 고난이 있을 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의 근본적인 물음이자 고민의 대상입니다.
이 존재의 Be는 서양의 언어에서도 다르게 해석됩니다. 프랑스에서는 Be 동사를 영어의 Have 동사로 사용합니다.
Be 동사로 설명되는 존재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라틴어에서는 Be 동사는 변하지 않고 영속적인 속성을 표현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라틴어에서 바로 없어지는 속성에 이 Be 동사를 사용하지 않습니다. 라틴어의 Be 동사는 존재론의 개념을 현실에서도 구현합니다.
존재론에서는 시간은 우리가 속한 차원에서 변하지만 또 다른 차원에서는 변하지 않는 존재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존재론과 현대예술은 무슨 관계일까요? 서유럽의 예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신학과 철학의 발전 배경을 알아야 합니다.
신학과 철학, 예술 간의 위계라는 것은 애초에 없지만 중세 이후 유럽의 예술은 신학과 철학, 예술의 확고한 위계질서와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중세에 철학은 교회의 권위를 세우기 위한 이론적 배경을 만드는 데에 철학이 활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중세의 교부들은 신의 존재에 대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당신만해도 잊혀져 가던 플라톤의 이데아론에서 존재와 표상이라는 개념을 빌려왔습니다.
존재론의 기반이 되는 이데아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플라톤에게 이데아의 유무는 논증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