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쌀쌀해진 가을. 이제 몇장의 달력만 떼어내면 더 먹고 싶지 않은 나이 한살이 늘어난다. 아직은 마흔 아홉처럼...아직은 삼십대라고 우기고 싶은데....그것도 멀지 않았다. 여자의 입장에서 이십대에서 삼십대 넘어가는 시점이 삼십대에서 사십대 넘어가는 것보다 훨씬 마음의 고배가 크단다. 서른살....난 서른살에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둘째 돌이 지날무렵이니 당연 아이들 키우는데 바빴을 것이다. 그래서 나이 십의 자리수가 바뀌는 것도 잊은채 산것 같다. 최순자는 서른만 실종되었다니 무슨뜻일까 싶은 마음에 얼릉 책장을 넘겨보았다. 고2때 부모님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오천만원이란 빚과 촌스런 이름만 남겨진 최순자. 사모님의 발소리만 들어도 벌벌떠는 변호사 사무실에서 근무를 하며 어김없이 12시 50분이면 짜장밥을 시켜야하는 처지이다. 그러던중 대박난 주식으로 인해 번돈으로 도박빚을 진 변호사와 위험한 계약을 하게된다. 타임머신. 29살의 최순자가 직접 과거로 돌아간 것이 아니라 호적상 12살 아래인 17살로 돌아갔다. 주변에서 보면 호적이 잘못되었다며 한살, 두살씩 늘였다, 줄였다하며 둘러데는 사람들은 보아왔어도 직접 문서까지 고치는 이는 보질 못했다. 하긴 요즘에 들어서 촌스런 이름이나 사주가 좋지 않은 이름들을 개명하는 것은 많이 보았다. 하지만 12살이라니....최순자 아니 최수지는 잃어버렸던 고2때로 돌아간다. 교복도 입고 학교도 다니게 된다. 웃긴것은 최순자는 최수지로 개명했는데 옆 짝꿍의 이름이 김순자이다. 학교에서의 기막힌 에피소드가 시작된다. 인생은 주어진 것만 살다가기에는 허망하다. 하지만 서른을 잃은 서른 두살의 최순자는 말한다. '내게 주어진 것이라면, 나는 사랑도 질투도 그리움도 실패도 망설임도 후회까지도 즐길 준비가 되어있다' 고 말이다. 그리고 한가지...아마 이책을 읽은 모든 이들은 이글에 동감할 것이다. " ......스물 살 무대의 주인공도 나였고, 서른 살 무대의 주인공도 나였으며, 마흔 살 무대의 주인공도 다름 아닌 나였다." 책속의 최순자는 서른만 실종되었지만 인생의 쓴맛과 단맛을 여느 누구의 맛보다 두배로 겪었슴에 틀림없다. 서른이란 고비를 넘기고 있는 이들에게 정말 공감이 가게끔 표현력이 재미있게 묘사되어있다. 한참 취직을 하려할때는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제한에 걸렸었는데...이제는 나이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취업문이 좁아지고 있다. 나처럼 이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은 최순자를 비롯 여성들의 마음을 이해할 것이다. 나이~~~ 언제쯤 내 나이에 책임을 질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