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접하기까지 솔직히 전용복이란 분을 몰랐었다. 겉표지에 '옻칠로 세계를 감동시킨 예술가의 꿈과 집념의 이야기'라고 씌여있어서 어떤 내용인가 궁금했다. 책의 풍기는 이미지로 그저 예술가의 일생을 보여주는 밋밋하면서도 딱딱한 내용이겠거니 했던 나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책은 어느 소설책보다도 정말 재미있게 읽어내려갔다. 신랑역시 재미있다며 며칠을 출퇴근때 읽는다고 가방에 넣고 다녔다. 처음부분은 어김없이 어릴적 내용이 담겨있다. 전쟁 막바지 어려운 시절에 태어난 전용복. 어릴때부터 창작에 끼가 있었던 모양이다. 깨진 항아리나 남의 집 금줄까지 가져와 꾸미고 그림까지 그렸다고 하니 말이다. 전용복의 우상이고 공부도 잘해서 집안의 기둥이였던 형이 결핵성 뇌막염으로 죽고나선 집안은 바뀌고 말았다. 가축중계사같은 일을 하셨던 아버지의 주사와 심장병까지 앓은셨던 어머니 몫까지 사실상 가장은 전용복의 차지가 되었다. 어릴적부터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돈을 버는데 매진했다. 그래봐야 어머니 약값으로 나가곤 했다. 어찌하여 목재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훗날 가구공장도 겸한 회사이다. 지금의 전용복이 있게해준 발판이 되었다. 디자인 부분을 맞게 되면서 더욱 그러했다. 독창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원했던 전용복은 그 후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공장을 마련한다. 그러다 빠지게 된것이 옻칠이다. 와태칠을 알게된 전용복은 이름을 알리게 되었다. 옻칠의 나라 일본 - 일본를 소문자 japan으로 쓰면'옻칠을 하다'란 의미가 있을 정도로 일본의 옻칠의 명성은 대단했다. 일본의 메구로가조엔이란 곳은 책속에 사진 몇 장이 첨부되어 있는데 가희 놀랄만하다. 각계의 장인들만 모아 디자인 했다는 메구로가조엔은 곳곳마다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듯 하다. 그 모든것이 한국의 옛 조상들의 숨결이였다. 메구로가조엔에서 수리해 주었슴 한 조그만 밥상으로 인해 인연을 맺게된 전용복은 메구로가조엔의 복원요청에 열망으로 가득찼다. 일본의 장인들이 복원불가라고 했던 '송학도'를 복원하는 내용에선 나 자신이 숨이 차오름을 느꼈다.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학이 금방이라도 날지 않을까 생각된다. 엘리베이터를 나전과 옻칠로 겸비해서 나타낸 예술품은 말 그대로 호화스러운 것을 떠나 너무 고급스럽고 신비한 작품을 보는듯 했다. 6개월의 긴 시간 복원작업 끝에 메구로가조엔은 개관식을 맞이했다. 개관식날 태극기가 게양되었다. 전용복은 울고 있었다. 이 어찌 눈물을 흘리지 않을수 있을까? 전용복은 그동안 피로와 안도감에 신경계 마비가 와서 잠깐동안 쓰러지고 만다. 옻칠의 살균력, 전자파 차단, 어혈 작용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몇 백년이 되어서 끄떡 없단다. 전용복은 옻칠을 영구성, 자연친화성, 아름다움으로 표현한다. 옻칠은 나전으로만 생각했었는데 그것이 아니였다. 재료에 따라 참 다양했다. 옻칠의 신비한 기운을 전해준 전용복님께 계속 조상의 기운을 이어가시길 바랄뿐이다. 전용복님 당신이 자랑스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