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소설책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미국에서 출간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는 한 신문기사였다. 무엇보다 파친코 이후 또 하나의 주목받는 작품이라는 찬사에 꼭 읽어보고 싶었다. 외조부에 관한 가족들의 기억에서 시작된 책의 이야기는 1917년부터 1965년에 이르기 까지 우리의 아픈 역사와 함께 각 인물들의 이야기가 얽히고 설켜있다.
본격적인 대서사에 앞서 각인물들이 등장하기 위한 기본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처음에는 각기 다른 곳에서 삶을 시작한 인물들이 어떤 계기로 서로가 엮이게 될지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시대가 시대인 만큼 일본의 수탈로 모두가 먹고 살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가족들을 위해 식량을 찾으로 산으로 간 사냥꾼은 죽음의 문턱을 넘을 뻔 하고, 입하나라도 덜기 위해 가난한 집에서는 딸을 내다 팔기도 했다.
남은 가족들을 위해 집을 나온 정호는 거리의 부랑자로 어린 옥희는 기생이 되기를 스스로 선택한다. 서로에게 힘이 되며, 행복하고 좋았던 일들도 있지만 시대가 그 행복을 오래도록 맛보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그럼에도 조국을 위해 이 땅의 야수들은 저마다의 희망과 꿈을 품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무엇보다 옥희를 위해, 멋진 남자가 되고,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남자들이 있다.
그 여자는 자신만을 사랑해주는 단 한명의 남자를 원했지만 애석하게도 자꾸만 엇깔릴 뿐 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누군가는 독립운동가가 되고, 유명한 배우가 된다. 하지만 진짜 인생의 승리자는 인력거꾼에서 남한 최고의 부자가 된 그놈이 아닐까 싶다.
또 나라의 독립에는 관심도 없고, 이기적으로 살던 인간이 어쩔 수 없이 도움을 준 일이 해방 후에 자신의 잘못을 감춰 주는 면죄부가 되기도 했으니 이 놈 팔자도 참 좋구나라는 걸 느꼈다.
반대로 암울한 시기에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것이 도리어 해방 후에는 총칼이 되어 돌아오는 아이러니와 초반에 나쁜 일을 당해 더 이상의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이가 마지막에는 잘 사는 걸 보면서 역시 인생은 한 치 앞도 모르는 것이라 걸 또 한번 느꼈다.
인물들의 삶과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따라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에 흠뻑 빠져들었고, 책 속의 인물들이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이 글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