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이 남는 행복에의 바램

8일째 매미 ㅣ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쓰요 지음, 장점숙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9년 5월

이걸 답답해 해야하나, 아파해야 하나, 이런이야기에는 어떻게 적응해야 하나..  책을 읽으면서 내내 떠오른 생각이다.  가쿠다 미쓰요는 매번 나를 이렇게 당황하게 만들고야 만다.  그녀의 작품은 이번이 세번째다.  국내에 출간된 책은 더 많이 있지만 나에게는 '죽이러갑니다',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에 이은 세번째 책이다.  '죽이러갑니다' 에서 일상속의 살의를 비춰주며 참으로 많고도 다양한 생각을 하게 만들더니 '이 책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 에서는 공감하는 마음으로 즐거움을 안겨주었었다.  그러다 이번 책에서는 또다시 당황스런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고야 만다.  두 책과의 다른점이 있다면 이번엔 장편이라는 것.

이 책-8일째 매미는 가쿠타 마쓰요의 작품중 최고의 찬사를 받는 책이라 한다.  중앙공론문예상을 수상하고 왕의브런치 대상을 받기도 했단다.  무지한 나에게는 둘다 낯선 상이지만 책을 읽는 내내 나를 고민하게 만들었으니 대단하다고 해야하는걸까.  책은 갑자기 순식간에 꼬여버린 실수로 얽힌 두 여인의 어긋난 인생을 다루고 있다.  한명은 유괴범이 되었고, 한명은 유괴당한 아이가 되어 평범한 삶에서 내쫏기고야 만다.  자의였지만 타인에 의한 자극으로 인해 유괴범이 되고, 덕분에 한명은 원치않는 유괴당한 아이가 되어 일생을 자신을 따라붙는 딱지때문에 평범한 삶을 살지 못하고야 만다.

1장과 2장으로 나누어 유괴범인 기와코의 삶을 담아내고 2장에는 기와코에 의해 납치되어 3년 반을 그녀의 아이로 살아가고 그 이후로는 인생을 되찾지만 역시나 평탄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가야만 하는 에리나의 삶을 그려놓고 있다.  유부남과의 잘못된 사랑과 낙태, 그로 인한 불임.  그의 아내가 낳은 아기를 단순히 보고싶다는 이유가 아이를 데리고 도망치게 되어 도망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 기와코, 검거되느 마지막 순간에 외친 말이 '그 아이, 아직 아침을 안먹었어요' 라며 하루라도 더 에리나의 엄마로 살고싶었던 그녀는 과연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아버지의 잘못으로 인생이 꼬여버렸음에도 자신도 똑같이 유부남을 사랑하게 되고 그 아이를 임신하게 된 에리나는 역시나 피해자일까 가해자일까.

"전에 우리, 죽을 수 없었던 매미 이야기한 적 있지?  기억나?  7일만에 죽은 매미보다도 8일째에 살아남은 매미가 더 불쌍하다고, 네가 그랬잖아.  하지만 그렇지 않을지도 몰라.  8일째에도 살아 있는 매미는 다른 매미들이 보지 못한 것을 볼 수 있으니까.  어쩌면 보고 싶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눈을 꼭 감아야 할 만큼 가혹한 일들만 있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  그 여자 노노미야 기와코도 지금 이 순간 어딘가에서 8일째의 마지막 몇 시간을 살고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그리고 아빠 엄마가 그렇게 하고 있듯이.   -319쪽.

책의 제목처럼 8일째 매미는 홀로 남아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리고 책속에서 보여주지 않은 그들의 결말은 어떻게 끝이 날까.  어떤 길이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상처입은 두 여인의 행복이 못내 바램이 되어 여운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