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 비행기와 커피와 사랑에 관한 기억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또 한 번 짐을 챙기고 또다시 떠나지만 흥분되지는 않았다.

숨이 차게 살지 않았던 이유였을 것이다.

온전히 내가 원하는 것에 나를 맡겨버리는 불안한 행복을 위한 무책임함.  -104쪽.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를 읽고 바로 연이어 펼쳐들었다.  첫번째 책보다 좀 더 크고, 첫번째 책보다 좀더 다양한 곳을 여행했다.  첫번째 책보다 더 많이 외로움이 느껴졌고, 첫번째 책보다 좀 더 아쉬움이 남는다.  산토리니의 바닷가에서 빨래줄에 걸쳐져 바람에 펄럭이는 옷들에서 외로움이 느껴지는건 왜일까.

 

     길지 않은 문장, 독특한 편집의 사진들, 만화같으면서도 섬세한 일러스트... '2006 우수 만화기획 출판도서' 로 선정되었던 '오기사...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에서 만나보았던것 처럼 이번 책에서도 역시 그의 일러스트가 빛을 발한다.  하지만 앞서도 말했듯이 바르셀로나에 비해 많이 아쉬움이 든다.  16개국 50여개의 도시를 여행하며 담아놓은 커피와 맥주, 그리고 여러 작은 일상들의 이야기... 다소 정리되지 않은 이곳 저곳의 풍경들과 기록들이 조금은 나를 헤메이게 만든다고나 할까.  작은 책한권에 세계를 떠돌며 담아놓은 여행책들은 많다.  그리고 더 자세하다.  단지 그런 책들과는 무언가 다름을 기대했기 때문에 서운함이 드는건 아닐까.

 

     4년여의 시간을 한국을 떠나 외국에서 살아간다는 것.  일 때문이 아닌 자기 충전과 휴식을 위해서 이렇게 떠남을 갖는다는 것은 참으로 무모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 그들이 두배는 더 부럽고, 그렇게 또 한편으로는 안주하고 있는 자신의 삶에 만족을 느끼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 오기사,, 그는 여행속에서 무엇을 갖고 현실로 돌아왔을까.

 

     결혼전까지 여행책들을 참으로 많이 읽었다.  작년초였나.. 마치 유행처럼 발간되던 많은 여행관련 에세이들을 읽으며 배낭여행의 꿈을 키우고 그네들처럼 모든것을 잠시 잊고 떠나고픈 충동이 일곤 했다.  결혼을 하며 곁에 사랑하는 이가 늘 함께 하고있어서인가 혼자만의 여행은 그렇게 마음속에서 잊혀져버렸다.  그래서 여행은 외로움인가보다.

 

마지막 순간까지 아파해야 했던 기억을, 참다못해 터져 나왔던 독설에 대한 기억을,

사실

여행이 지워주지는 않는다.  -242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