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뿌리 깊은 증오가 내 마음을 지배하고 있다. 그 증오를 버릴 수도, 그대로 지닌 채 살아갈 수도 없다. 그래서 실행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그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한 해답은 어디에 있는가? " -모놀로그 중
역시나 씁쓸하다. 매번 이렇게 사람들의 내면에 숨어있는 무언가를 엿보고나서 여러가지 생각에 사로잡히곤 한다. 인간의 내면에 대한 실망감으로 씁쓸해하면서도 늘상 이 남자의 책에 빠져든다. 아니, 그것이 바로 그만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 가끔은 이 남자, 살아가며 사람들에게 무슨 큰 상처를 입었기에 이렇듯 냉혹히 사람들의 어둠속 내면을 끄집어 내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보여주는 세계에는 마치 '선함'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처럼.
"추리 소설의 매력은 뭐지? "
책속에서도 나오듯 하나의 구조물인 소설중에서도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분야가 추리소설이라서 매력적인 것일까. 이번 책에서처럼 '정통' 추리물의 형식인 사건이 벌어지고-단서를 모아 추적하고-범인을 밝혀내고-뒤이어 이어지는 반전 혹은 진실을 접할때 느끼는 쾌감이 바로 추리소설의 매력이 아닐까.
사람들의 가치관. 각기 다르지만 같은 인간이라는 이유로 같은 결말을 이끌어내는 이들 가운데서 혼자만의 행동으로 벌어지게 되는 살인, 그리고 남은이들 사이에서 이뤄지는 암묵적인 약속. 어떤 것이 선이고 어떤것이 악인지 그 누가 판단할 수 있을까. 목숨을 거는 댓가로 비열한 것을 요구하는 남자, 막상 그의 실행을 막지 않았으면서도 이루어낸 다음 댓가를 요구하는 남자를 몰아세워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하는 이들. 나서지 않았으면서 뒤에서만 왈가왈부하는 이들이 과연 진정한 '선' 이고 '최선' 이라고 할 수 있을까. 모르겠다. 또 이렇게 이 남자의 술수에 말려들어 판단력이 흐려지고 만다.
숨막히듯 죄어오는 연쇄살인과 협박, 그리고 모든일의 시작이 된 동기가 밝혀지며 그 하나하나가 팽팽한 긴장감으로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작품속에서 주인공과 함께 진실을 밝혀 나가며 '최선' 이라는 것이 과연 어느쪽에 맞춰지는 것일지를 다시금 생각해보게 만든다.
"당신은 그가 죽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나요? " 마지막의 대사가 또한번 가슴을 내리누르고 말지만, 온다 리쿠와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두권 앞에두고 결국은 먼저 선택해서 읽게 된 그의 이번 이야기도 역시나 만족스럽다.
"저도 그렇게 말했죠. 자기가 아닌 다른 여자의 육체를 요구한 남자를 증오하지 않느냐고요. 하지만 그분의 대답은 달랐습니다. 누구에게나 장단점이 있다. 여자 문제가 복잡하긴 하지만 정말 위험한 순간에 목숨을 걸 수 있는 성격을 사랑했던 거다, 그리고 그가 요구한 건 당신의 몸이지 마음이 아니다.... 그분은 그렇게 말했어요. 그리고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비열한 놈이라고 욕하는 자들이야말로 최악의 인간이라고 했어요. " -288쪽.
|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