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웨어 판타 빌리지
닐 게이먼 지음, 나중길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벽돌과 자갈길로 이루어진 어두운 지하통로를 횃불과 램프의 흐릿한 불에 의지하며 걷는 남녀의 뒤를 쫏는 험악한 인상의 두 남자가 그려진 표지는 어두운 배경과는 달리 다소 깜찍한 그림체로 그려져있어 마치 동화책을 연상시킨다.  만화와 소설작가로 활동했다는 닐 게이먼의 작품은 국내에서는 '스타더스트'로 먼저 알려졌지만 나에게는 첫 만남이었다.

 

BBC방송의 6부작 TV 판타지 시리즈를 책으로 펴냈다는 '네버웨어'는 여태 만났던 판타지와는 또 다른 느낌을 안겨준다.  런던의 지하세계를 배경으로 그려진 이 책은 다소 어둡고 음침하며, 잔혹하기까지 하다.  조금은 공포스럽기도한, 기괴한 판타지랄까.

 

금요일 내게는 직장과 약혼녀, 집, 그리고 정상적인 생활이 있었다.  사실 나는 어느 누구 못지않게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나는 길가에 쓰러져 피를 흘리는 어떤 아가씨를 발견했다.  그 순간 나는 선한 사마리아 인이 되려고 작정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약혼녀도, 집도, 그리고 직장도 없이 하루살이처럼 런던 거리의 수십 미터 아래에서 헤매고 있다.....

 

우연히 길에 쓰러져 있는 다친 여인을 돕게 되어 시작된-전혀 원하지 않던-모험으로 자신을 '잊어버린' 지상세계로 되돌아 가기 위해 '열쇠'를 찾고 '문'을 열게 되기까지.  그렇게 자신이 원하던 '정상적인' 삶으로서의 회귀를 책속 내내 간절히 원하고 있다.  말도 안되는 환상같은 지하세계에서 그토록 원하던 '정상적인' 지상세계로 되돌아 왔음에도 다시금 일상에서 벗어나 지하세계의 문을 두드리는 그를 보며 '우리가, 아니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은 어떤것일까' 를 생각해보게 만든다.

 

주인공 리처드가 지하세계를 여행하며 '이건 말도 안돼!' 를 계속해서 외치듯이 독특한 상상력으로 무장한 설정속에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다소 아쉬움이 생긴다면 책의 결말이 이끌어져오며 천사 '이슬링턴' 과의 만남과 그 천사의 변절이 2005년 제작된 키아누 리브스가 주연을 맡았던 영화 '콘스탄틴' 을 떠올리게 만든다는 것이랄까.  물론 이 책이 1996년 작으로 먼저 앞서기는 했지만 말이다.  어찌되었건 그것때문에 결말에 대한 느낌이 다소 반감되어 아쉬움이 남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