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인 에어 네버랜드 클래식 26
샬럿 브론테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시공주니어 / 200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이 책을 읽었던것이 언제였던가 생각나질 않는다.  중학교때였는지, 초등학교 시절이었는지.  만화속에서처럼 멋진 주인공들이 아닌, 예쁘지 않은 여주인공과 역시나 미남이 아닌 남주인공의 열정적인 사랑이야기가 조금은 낯설게 느껴지던 어린 시절이라는것 밖에는.

 

샬럿 브론테라는 이름 대신에 '커러 벨' 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이름과 성별을 감추고 출간된 소설 '제인 에어'는 그 시대의 삶과 모습을 자세하게 그려놓고 있다.  여성작가 특유의 섬세함일런지 자세한 배경설명이나 묘사는 마치 손필드 저택의 언덕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듯한 느낌마저 안겨준다.

 

부모의 죽음으로 친척에게 맡겨지고, 그나마 자신을 지켜주려하던 외숙부마저 돌아가신후 천덕꾸러기가 되어 온갖 구박과 냉대를 받다가 기숙학교로 보내져 그곳에서 다시금 태어나고, 로체스터 집안의 가정교사로 들어가 주인인 로체스터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눈앞에 앞두고 아픈 실연을 맞는다.  그리고 이별 후 만나게 된 사촌 세인트 존의 청혼을 받은후 다시 로체스터를 만나게 되어 그 사랑의 결실을 이룬다는 긴 여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조금은 따분할 수도 있을 긴 이야기속에 그려진 세밀한 묘사나 독백등의 자세함은 지루함보다는 흥미로움이 더 강하다.

 

"증오를 이기는 것은 폭력이 아니야.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복수도 아니고. "  '인생은 증오를 키우거나 억울한 일을 마음 속에 끌어안고 살아가기에는 너무 짧은 것 같다' 라며 달래주는 어릴적 친구 '헬렌 번즈'의 충고는 그녀의 어린 마음속에 남아있는 외숙모와 사촌들에 대한 미움을 잊어버리게 하고 나에게도 평화를 안겨준다. 

 

예쁘지도 않은 외모에, 증오심까지 덧붙여져 삐뚤게 자라왔다면 그녀의 삶은 어찌 되었을까.  다행히도 책속에서 그녀는 늘  곁에서 따스한 조언을 아끼지 않는 많은 이들과 함께 자라나며 독자들과 함께 성숙해지고 있다.  어린시절-지금처럼 많은 것을 깨닫지는 못했지만- 이후 다시만난 제인에어는 역시나 내게 굳센 의지와 노력, 그리고 강한 사랑을 알려준다.

 

다소 딱딱하게 쓰여진 문체의 글귀와, 850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이지만 꼼꼼하고 좋은 번역으로 탄생된 명작을 읽는다는 것은 언제나 큰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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