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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와 다산, 통하다 - 동서 지성사의 교차로
최종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괴테와 다산. 동시대를 살았던 두 사람의 이름만으로도 흥미가 이끌린 책이다. 사실 다산선생에 관해서는 어렸을적 국사시간에 배운정도 밖에는 그다지 알지 못한다. 요즘 인문학쪽으로 책을 읽기시작하면서 그나마 많이 접하게 되며 다산선생에 관한 여러글을 읽으며 조금씩 만나고 있었고, 괴테는 '파우스트',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으로 오랜시간동안 내게 인상깊은 작가였다.
어릴적 책장의 한켠을 차지하고 있던 큰 판형의 세계문학전집 덕분에 괴테는 내게는 참으로 익숙한 작가이다. 단테의 신곡 만큼이나 괴테의 파우스트도 깊은 인상을 심어주었으니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은 내게 그다지 깊은 인상을 주지 못했지만.-역시 짝사랑이란건 어려서나 지금이나 취미에 맞지 않는다고나 할까- 그렇게 내게 세상의 넓은 문학을 가르쳐준 괴테와 다산선생의 만남이라..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일까. 호기심이 동할 수 밖에.
동시대의 삶을 살아오며 전혀 다른 문화공간에서의 두 사람의 삶은 같으면서도 판이하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다산선생이 괴테처럼 서양에서 태어났다면 어떠했을까. 우리나라, 그 시대의 삶이 안타까워지는 순간이다. 비슷한 환경과 자질속에서 괴테는 자신의 재능을 맘껏 발휘할수 있었던것에 비해, 임금에게 총애를 받은 만큼이나의 질시로 인해 오랜 유배생활속에서 학문에만 몰두할 수 밖에 없었던 다산선생. 죽은후에도 변변한 후학이 없던 탓에 오랜세월 묻혀있다 이제서야 조금씩 그 빛이 드러나는 다산선생을 보며 몰려오는 안타까움을 금할길이 없다. "저술한 책을 가지고 돌아왔건만 3년이 지나도 누구 함께 읽어줄 사람이 없다"라는 다산선생의 탄식에 한숨이 배어나온다.
작가로, 과학자로, 철학가로, 때로는 화가로써의 모습들을 따로, 또 그리고 함께 엮어놓은 여러분야에 관해 두사람을 비교해 엮어놓은 글을 읽으며 그 시대의 문화와 그 문화속에 걸쳐져 있는 두 사람의 이념과 행적들을 읽어나가는 것은 참으로 큰 즐거움이었던듯 하다. 평소 좋아하던 괴테에 관해 풀어놓은 그의 삶과 많은 작품들, 행적들의 이야기는 내게 괴테에 대한 더한 사랑을 일깨워 주었고, 그저 학교시절 공부했던 책에서만의 이야기외에 만날수 있던 많은 다산선생의 삶과 바른 이념등은 우리 선조에 관한 자부심을 안겨다 준듯 하다.
또한, 책속의 많은 그림들과 사진, 연대표 등을 통해 그 시대의 모습과 삶을 만날 수 있던것도 큰 수확중의 하나였던것 같다. 오랫동안 곁에두고 가끔씩 펼쳐보며 느껴볼 수 있는 좋은 책한권을 만난 즐거움으로 가득하다.
인간의 본성에는 놀라운 힘이 숨겨져 있어서, 우리가 거의 희망을 잃었을 때조차 그 힘은 우리를 위해 무엇인가 좋은 일을 마련해 준다네. -134쪽 괴테
사람은 항상 눈앞에 존재하는 대상에서는 아무것도 찾아내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쓸데없이 이미 알고 있고 이해한 것만 보려고 한다.
어리석은 사람도 현명한 사람도 똑같이 해를 끼치지 않는다. 단지 어중간한 멍청이와 어중간한 현자가 가장 위험하다. -138쪽 괴테
사람이 세상에 산다는 것은 수레를 타고 가는 것과 같다. 그런데 어찌해서 수레를 아름답게만 꾸미고 굴러가는 역할을 잊으려 하는가. 대체로 수레를 아름답게 꾸밀 수 있는 물건은 수레에 실리지 않은 것이 없다. -143쪽 다산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