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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앤 아버스 - 금지된 세계에 매혹된 사진가
퍼트리샤 보스워스 지음, 김현경 옮김 / 세미콜론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전기들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한살한살 나이가 먹어감인가... 어떤 이들의 삶을 그려놓은 책을 읽는다는것, 그들의 삶을 통해 나를 비추어 보기도 하고 궁금증을 채워가며, 배우고픈 모습을 그려본다.
이번에 손에 닿은 인물은, 다이앤 아버스 - 낯선 이름이었다. 부유했던 가정환경, 아름다운 미모와 재능. 어린나이의 열정적인 사랑과 결혼, 그리고 파경. 그리고 반복적인 우울증의 재발과 자살. 이것이 검색을 통해 찾아본, 내가 태어나기 바로 얼마전 48세의 나이로 삶을 버린 다이앤의 이야기였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두꺼운 책속에 작고 빽빽한 글씨로 인해 살짝은 긴장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내려갔다.
'정신의 고귀함과 순수함, 지칠줄 모르는 용기'.. 이렇게 그녀가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믿은 세가지의 자질을 바탕으로 세상 모든사람을 카메라에 담는 꿈을 가진 그녀의 삶은 다른 많은 예술가들처럼 그저 평탄한것만은 아니었다. 400페이지가 넘는 페이지 속에서 여러 많은 주변인물들이 다이앤을 그려낸다. 그녀의 어린시절, 그리고 아름다웠던 젊은 시절들의 많은 이야기들을. 또한 섹스,약물, 우울증이 가득한 어두운 삶의 모습까지.
어렸을적 아버지의 부로 인해 역경을 겪어보지 못했던것이 고통스러웠다는 그녀. 그래서인지 삶의 부분부분 모든것이, 지극히 평범한것들까지 '특별한' 것으로 받아들이곤 했다고 한다. '그녀처럼 인생을 즐기는 사람을 만난적이 없다'는 알렉스의 딸 메이의 이야기처럼 모든것에 깊이 반응한 다이앤. 그래서인가 우정으로 이어오던 알렉스와의 불륜도 '죄책감'없이 자신이 경험하려고 한 수백가지 일중 하나로밖에는 받아들이지 않았던 그녀를 보며 조금은 씁쓸해져 오기도 했다.
사진찍기가 다른 사람이 우리를 보듯 우리 자신을 바라보는 위험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심오한 경험이라고 믿었다고 한다. 그렇게 사진을 찍으며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용기와 독립성을 쌓아가며 그녀의 사진들은 남녀양성인, 기형인, 불구자, 죽은 사람들 등.. 그녀의 사진들은 다양하게 변화해갔다. 어릴적 필드스톤 스쿨에서 배운 신화의 여러 이야기들처럼 그녀는 난쟁이 혹은 거인들을 찍으며 존재사이의 자기과시, 양면성을 탐색하게 된다. 매번 접하는 두려움속에서 전율을 느끼며 세상 모든것을 담아내고 싶어한 그녀. "어머니의 몰입하는 능력에 겁이 날 때가 많았다. 어떤 대상이나 사람에 온전히 몰두하는 힘, 굴복하는 힘. 바로 그것이 어머니의 사진을 가능하게 했다. " - 다이앤의 딸 둔의 글.
그녀의 좋은 스승이자 벗이 되어준 리젯과 마빈을 통해 엿볼수 있는 그녀의 삶의 이야기 또한 흥미로웠다. 이렇게 그녀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인터뷰와 여러 이야기들로 그녀의 삶을 세세히 들여다볼수 있었지만 유족들의 반대로 그녀의 작품들은 책에 실리지 못했고, 덕분에 책속에서 이야기해주는 그녀의 여러 작품들에 관한 글들로 인해 궁금증이 가득해져서 허무하기까지 하다. 앙꼬없는 찐빵이랄까... 2프로 부족한 책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나는 내가 찍지 않으면 아무도 보려고 하지 않는 것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정말로 믿는다" 어둠이 빛보다 훨씬 흥미롭게 느껴졌던 다이앤. 부유한 유대인의 딸로 태어나 삶속에서의 여러가지 도전을 즐기다 자살을 선택한, 그녀의 사진만큼 평범하지 않은 그녀의 삶. 얼마후 개봉될 영화 '퍼(Fur)' 에서는 어떤 모습으로 나에게 다가올까. 궁금해져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