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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기류 미사오 지음, 김성기 옮김 / 노블마인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검은 장미에서 풍겨나오는 매혹적인 죽음의 향기...
아름다운 책 한권을 만났다. 여유로운 편집과 곳곳에 삽입되어 있는 컬러의 아름다운 그림과 해설.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를 매혹적으로 묘사해 놓은 책-'알고보면 매혹적인 죽음의 역사'. 내게 죽음이라는것은 매혹적이진 않다. 많은이들이 그러하겠지만. 이 책에서는 신화와 역사를 통해 죽음이라는 것이 가진 강한 유혹에 관해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친구가 돌아간 뒤 테이블 위에 흐트러진 파티의 흔적들을 보고 있노라면, 문득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허무함이 밀려들 것이다. 연인과 함께 은밀한 시간을 보낸 경우도 마찬가지다. 열정적으로 사랑을 불태운 뒤에는 잔인한 이별의 시간이 찾아온다. 그 만남이 즐거울수록 죽음의 그림자는 더욱 가깝게 느껴진다. 이처럼 죽음은 일상 곳곳에 배어 있다. " 서문 중.
이렇게 작가는 한순간 스쳐지나가는것이 아닌 일상속의 삶에서의 모든것에서 죽음을 느끼고, 고대 그리스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의 여러 역사들 속에서 그 죽음을 풀어낸다. 오싹해져 오지만 주의깊게 이야기에 빠져들어본다.
# 죽음과 에로스.
이 테마에서는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남녀의 사랑보다는 욕망과 관능이 섞여진 이야기를 많이 그리고 있다. 시간(屍姦), 잠들어버린 엔디미온의 이야기, 요한의 목을 받쳐들고 있는 샬로메의 독백등을 통해 조금은 오싹함과,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고 있는 욕망들을 들여다본다.
"당신을 얼마나 사랑했는지 몰라요. 지금도 사랑하고 있어요. 요카난, 나는 당신의 아름다운 몸을 갈망했어요. 하지만 당신은 여왕인 나를 경멸했어요. 나는 순수하게 당신을 사랑했는데 당신은 어째서 나를 봐주지 않았나요? 요카난, 만약 당신이 나를 봤다면 당신도 나를 사라했을 텐데.." - '샬로메' - 요한의 목을 쓰다듬으며 내뱉은 독백 중.
# 죽음과 욕망.
검은옷을 입은 사신이 커다란 낫을 휘두르는 모습. 언젠가 그림을 통해 본 흑사병에 관한 기억이다. 중세 유럽을 강타했던 무시무시했던 죽음의 질병외에도 여러가지의 다양한 죽음을 이 장에서는 이야기한다. 식인, 고문, 생매장, 흡혈귀의 전설등.. 이번 테마는 책을 읽는 내내 너무나도 자세한 묘사로 마음이 불편해지기도 했다. 비위가 약한이들은 힘겨울지도. '어셔가의 몰락' 에서도 등장하는 생매장의 이야기의 설명중 조소하는듯한 미소를 띈 애드거 앨런포의 초상이 인상적이다.
# 현세에 관한 집착과 자살.
상반되는 두개의 테마를 통해 삶에 대한 집착과 모든것에 의미를 잃은이들의 자살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삶의 집착이야 많은 이들이 원했던 불로불사의 이야기들도 허다한 편인지라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현대에 이르러 자살은 커다란 사회적 문제이다. 많은이들이 현대의 감기라는 우울증에 시달려 택하게 되는 자살. "죽음 따윈 단조롭고 시시하다. 이런 일에는 일체 연루되지 않는 게 낫다. " 라며 죽음앞에서 마지막으로 뱉어낸 서머셋 모옴의 말을, 죽음이라는 환상에 빠져드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 그저 사는 것이 아니라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
책을 통해 알게된 많은 죽음의 역사를 통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책의 앞쪽에서 죽음과 관련된 많은 묘사로 죽음에 관한 두려움과 혹은 아름다움을 그려냈다면, 책의 뒷부분은 여러 역사속에서의 많은 유명한 이들의 삶과 죽음속에서 많은 생각을 기울이게 만든다. 역시 죽음보다는 삶이, 그저 그렇게 살아가는 것보다는, '잘' 사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