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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셋 - 시간을 초월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고주영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간만에 진도가 나가지 않는 책을 읽었다. 요 근래들어 이렇게 책읽기가 힘에 부친적은 없었던것 같은데. 리셋. 정말 머릿속이 리셋되듯 눈에서 읽히기가 무섭게 머릿속은 비어버린다.
결국.. 100여페이지까지 읽었던것을 포기하고 처음부터 다시금 읽어나갔다. 책을 끝까지 읽고 덮었지만 여전히 난해하다.
잔잔함, 유성우, 그리고 전쟁...기억에 남는건 그것뿐이었다. 아니, 책의 뒷부분에 중간중간 나오는 '책'의 이야기에는 눈이 말똥말똥해진다. 단, 그 부분만이다. 아름다운 책이라는데, 왜 내겐 그냥 잔잔함만 남아있는걸까. 이건 아니잖아~ 책의 정보도 뒤적거려보고, 다른이들의 서평도 기웃거려본다. 다시금 오기가 치솟는다. 그래 한번 더 다.
이렇게 내게 연거퍼 세번이나 읽힌 책. 리셋. 그래도 세번째는 성공했으니 정말 다행이다.
책장이 넘어가지 않을때나, 이해가 되지않을때나,,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 읽을때까지도 여전한 느낌은 그대로다. 잔잔함. 그렇다. 정말 잔잔하게 바로 옆에 앉은 사람에게 이야기를 듣는 그런 느낌이다. 아주 머나먼, 깊은곳에 있는 추억을 끄집어 내어 들려주는 이야기를.
"닿을 수 없고,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건 살아 있는 한 누구라도 겪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난 '그때, 무언가를 얻었다, 얻지못했다.'라고 말해선 안 된다는 느낌이 들어. 10년이나 전부터 그렇게 생각하게 됐어." -244쪽.
두번의 윤회를 거쳐 세번째 만남에서 드디어 이루어지는 전생을 이은 사랑이야기. 정말 책에서나 나올법한 이야기를 책에서 만나고 있다. 자신의 눈앞에서 맞이하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그리고 다시금 그 기억을 안고 태어난후 엇갈린 시간속에서 재회하고, 또다시 맞이하는 죽음. 그리고 재회...
아름다운 이야기임에는 틀림없을지도. 하지만 전쟁이라는 시대적 배경속에서 그려내는 일본인의 삶은 읽는 내내 가뜩이나 몰입하기 어려운 나에게 거부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그 전쟁속의 뒤켠에 감춰진 우리민족의 짓밟힘이 자꾸만 포개지고야 만다. '이런책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싶지않아.' 하는 마음마저 들어버려 기분이 씁쓸해진다.
".... 이전 것은 못 봤으니, 이게 처음이야. "
"같이 보려고 남겨 둔 거야?"
"그렇고말고. 이 눈으로 보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자자리 유성군이다."
나도 흐르는 삶 속에서 함께 같은것을 보고, 그렇게 사랑하면서 살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