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리케의 여정
소냐 나자리오 지음, 하정임 옮김, 돈 바트레티 사진 / 다른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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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수많은 어린이들이 엄마를 찾아서 열차에 몸을 실고 있습니다.  주변의 풍경을 즐기는 여유로움이 아닌, 열차의 지붕위를 달리며 기둥에 몸을 묶고 잠을 청하고, 달리는 열차에 올라타기 위해 몸을 날리다 열차에 몸이 잘려 나가는.. 너무나도 위험한 여행을 아이들이 하고 있습니다.  자신을 두고 미국으로 '돈'을 벌러간 엄마를 찾기 위해서 밀입국을 시도하는 아이들 입니다.

 

이 책은 LA 타임즈의 연재기사를 바탕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라고 합니다.  소년 '엔리케'가 6살때 헤어진 엄마를 찾아 17세가 되던 해에 온두라스를 출발해 멕시코를 지나 미국까지의 긴 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삶을 살아가며 아픈 현실속에서 더이상 아이를 양육할수 없는 엄마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 아이를 버려두고 돈을 벌러 떠나는 것입니다.  함께 살며 굶어 죽는것과, 떨어져 먼곳에서 돈을 벌어 집으로 부치는 돈으로 아이가 조금이나마 더 교육을 받거나, 밥을 먹게 되는것.  뼈아픈 현실의 선택으로 인해 아이와 헤어지게 되고, 홀로 남게된 아이는 조금씩 커가며 사춘기의 청소년이 되었을때 엄마를 찾아 길을 떠나게 됩니다.

 

멀고도 험난한 여행은 그저 달리는 기차에 몰래 올라타기만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닙니다.   기차에서 떨어져 몸이 찢어지는것 뿐만이 아닌 수많은 강도들의 위험과, 제복을 입은 무법자인 멕시코 경찰들에게 구타와 갈취, 심지어는 목숨을 잃기도 한다고 합니다.  몇번의 시도와 실패로 인해 늘상 과테말라로 이송되면서도 포기하지않고, 여덟번째의 시도에서 미국으로의 불법 입국에 성공한 엔리케의 이야기를 들으며 안타까운 현실과, 잔인한 사람들의 마음으로 인해 씁쓸함으로 가득차오릅니다.

 

사람들의 잔혹함에 눈물도 말라버리려는 순간, 다행스럽게 책은 하루에 고작 2달러도 안되는 돈으로 살아가면서도 이주민들에게 빵을 건네주는 베라크루스의 철길가에 살고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봉지에 빵을 넣어 던져주기도 하고, 빵이 없는 이들은 플라스틱 물병을, 그나마도 없는 이들은 철길로 나와 그들을 위해 기도를 합니다.  그들에게 엔리케와 함께 감사하며 잠시 위안을 삼아보지만, 엄마와 만난 엔리케의 앞은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밀입국자라는 이름으로 너무도 오랜 세월만에 만난 어머니와 아들은 낯선 타인일 뿐입니다.  현실속에 부딛히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며 풀리지 않는 고리를 엮고 있는 느낌만 가득할 뿐입니다.  우리나라와 별반 다른게 무엇일까요.  예전과 달리 그 수가 엄청나게 많아진 외국인 노동자들과 불법 체류자들이 되어버린 그들의 삶이 엔리케와 다를바가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차가운 시선이 멕시코 경찰과 잔혹함의 수위만 다를뿐 우리와 다를바가 무엇입니까.  한숨이 흘러 나올 뿐입니다.

 

그리고 아쉬움이 남는것은,, 이 글을 쓴 '소냐 나자리오'는 그들의 실상을 겪어보기 위해서 어느정도의 모험을 함께 감행해서 취재를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퓰리처상을 위한 기사였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잠시 가져 봅니다.   또한, 기사를 엮은 책이라고는 해도 번역 또한 너무 매끄럽지 않았음이 하나 더 아쉬움으로 덧붙여지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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