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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힘 아버지
왕쉬에량.유천석 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클릭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아버지와 사이가 나쁘다. 나쁘다는 표현보다는 더한 '무관심' 이라고 말해야 할까. 꼭 필요한것이 아니면 대화도 않는다. 한해 두해의 일이 아닌.. 벌써 20년 이상 지속된 담이 너무나도 높기만 하다. 어렸을적 너무 무서웠던 아버지는 내게 공포의 대상이었고, 성인이 된 이후로는 내겐 타인보다도 더 멀기만 한 존재였다.
이 책은 중국의 '내 인생을 변화시킨 아버지의 사랑 100가지 이야기' 라는 책 내용중 19편과 라디오 '여성시대'에 투고된 16편의 사연으로 엮여진 책이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사랑이 어떤것인지 알지못하기에 그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어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책속에서 많은 아버지들을 만났다. 다정하고 부드러운.. 때로는 무뚝뚝하기도 하고, 무섭고 엄한 아버지들까지.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는 넘치는 아버지의 사랑이 있었다. 나는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그래서 어떤 감정인지조차 알 수 없는 그런 사랑들이.
창피해하는 딸을 위해 멀리 나무뒤에 숨어서 딸의 수상을 지켜보시는 아버지, 딸이 시집가기 전까지만이라며 신문배달을 한 돈을 모아 결혼자금에 보태어 주시는 아버지..모든 아버지의 사랑들이 마음을 흔들어 눈물과 함께 벅차올랐다. '아.. 이런 것이구나' 하는 따스함과 함께.
그리고 아쉬움과 원망이 밀려왔다. 왜 우리 아버지는 저러한 감정을 가지지 못하신 것일까. 6형제만 있는 가정에서 맏이로 살아오시면서 당신밖에 모르는 이기심만을 가득 지니신.. 자식에 대한 정도, 부모에 대한 정도 없는 우리 아버지. 환갑이 지나신 지금도 하나뿐인 딸에게 '아버지'로서의 인정조차 받지 못하는 우리 아버지.
얼마전 아버지의 생신이었다. 오빠네가 돌아가고 엄마도 잠시 나가신 틈을 타서 슬그머니 아버지 방으로 가서 수표 한장을 건네드렸다. '많진 않지만 담배 사 피우시지 말고 드시고픈거 사드세요' 한참을 그 수표를 멍하니 바라보시는 아버지를 두고 도망치듯 돌아서서 나왔다. 어른이 되어 처음으로 드리는 생신 선물이었다. 뭐.. 이틀만에 엄마한테 뺐기셨지만.
내가 사랑하는 이는 아이를 참 좋아한다. 조카들이나 친구 아이들, 성당아이들 할것 없이 다정하다. 내가 이사람. 결혼하면 좋겠다 라고 생각한 것중 가장 큰 이유중 하나가 좋은 아빠가 될것 같다는 근거없는 믿음이 박혔기 때문이니까. 내가 가지지 못했던 아버지의 사랑을, 이 사람은 내 딸에게 가득 안겨주었으면 정말 좋겠다는 소망으로.
책을 읽으며 내내 생각했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그러기에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후회하지말고 살아계실적에 한번이라도 더 다정하게 불러드리고, 부모님들께 효도를 해야 하지 않겠냐는.. 얼어붙은 내 마음도 조금은 녹여주길 바라며 책을 덮어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