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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하루만 더
미치 앨봄 지음, 이창희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나는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을 했어."
어머니가 말했습니다.
"난 엄마였단다."
가슴이 뭉클해진다. 아.. 어머니.
그저 이유모를 포근함과 감사함이 느껴진다. 눈가를 따스하게 젖게 만드는 눈물과 함께.
엄마라는건 그런것인가보다.
이 책은 '칙'이라고 불리우는 '찰리 베네토'의 이야기이다.
부모님의 이혼, 떠나버린 아버지와의 재회, 아버지의 꿈이었던 야구선수로서의 짧은 삶, 망해버린 사업, 깡통펀드에 그나마의 저축한 돈도 다 날려버린...아내도 떠나버리고 딸의 결혼식에도 초대받지 못했던.... 되는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던 한 남자 '칙'의 삶을 보며 과연 그 삶의 잘못은 누구의 탓인지 답답함으로 지켜보았다
삶의 모든것이 자신을 버렸다고 생각해서 자살을 시도하고 죽음으로 가는 길목에서 돌아가신 어머니를 만나 그녀와의 짧은 여행속에서 그가 자신을 용서하는 여정이 잔잔히 그려져 있었다. 과거의 기억과 죽음의 길목에서의 환상, 그리고 현재를 넘나들며 풀어놓은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가족'이란것과 '어머니'를 떠올려 보았다.
어머니와 아버지.
부모란 자식을 소용돌이 위로 안전하게 밀어올리는 사람들이라고 믿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모가 어떤 고통을 겪는지 아이들은 알 수가 없고, 따라서 부모에게 퉁명스럽게 대할 수도 있죠. 다른때 같으면 안 그랬을 방법으로. 모든 이야기 뒤에는 항상 어머니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어머니의 이야기가 모든 사람에게 있어서 이야기의 시작이기 때문이죠. 248쪽
판이하게 다른 성격의 그의 부모의 삶을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의 어머니를 보며 처음엔 사실 무척이나 부담스러웠다. 읽지도 못하는 꼬맹이에게 쪽지를 써주며 읽어보라는 그녀, 짖는 개를 보며 무서워하자 그를 개 앞으로 데려가 누가 더 센지 보여주면 되는거라며 개를 향해 짖는것을 보여주는 그의 어머니.
항상 어린아이대하듯, 걱정스레 대학에 들어가는 아들임에도 기숙사가 안전한지 물어대는 어머니.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가 떠올랐다. 서른이 넘는 자식들임에도 늘상 애기같은지 걱정과 걱정, 무엇이든 엄마의 손을 거쳐야만 직성이 풀리시는듯 대하시는 당신의 모습이 겹쳐져 보였다. 내가 조금만 우울해도 무슨일이 있었는지 알아야만 하고, 만나는 이들이 누구인지 하나하나 내 삶을 지켜주어야 된다고 생각하는 어머니.
화도 나고 그러면서 이해도 되는.. 온갖 삶의 희생속에서 버티고 있는 그런 어머니라는 존재.
"찰리, 비밀은 말이야 사람을 갈기갈기 찢는단다."
어머니와의 여행속에서 알게된 많은 여러가지 이야기들속에서 칙은 무엇을 떠올렸을까.
아버지의 삶과, 어머니의 삶을 알게된 그는 어떠했을까. 오해속에서 진실을 알게된 그를 바라보며 나도 그와 같은 마음으로 용서하고, 치유되며... 평화로워지는것 같았다.
가족이라는것. 그들의 삶, 인연, 사랑, 아픔.. 용서에 이르기까지. 작디 작은 이 책은 내게 참 많은생각을 갖게 해주었다. 무엇인가 무거운 것이 가슴에 놓인것 같지만, 짐이 아닌 삶의 의미가 커다란 무게가 되어 내려앉은 느낌이다.
우리들의 하루는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쓰라고 주어진 하루입니다. 그러면 매일이 단 하루를 보내는 것처럼 소중해지지요. 이제 나도 오늘 하루,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로잡고 싶군요. 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