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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단어 인문학 산책 - EBS 이택광의 어휘로 본 영미문화
이택광 지음 / 난장이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지금까지 영어공부를 하면서 얻은 고민거리 중 두번째가 바로 단어 공부입니다(참고로 첫번째는 말하기고요;). 어쩌면 그렇게 안 외워지는지...
영단어에 대한 온갖 책을 사 봤습니다. 무식하게 22000개의 단어가 실려있는 단어집, 영어속담으로 단어를 알려주는 영문책, 어두/어미를 별도로 익혀서 하나의 어미로 여러단어를 알게 해주는다는 책, 연관어를 짝지어서 연상작용을 통해 단어를 외우게 한다는 책, 동사만 모아놓은 책... ...
그다지 효과는 보지 못했지요. 왜냐!! 첫 10페이지만 여러번 반복해서 봤기 때문이지요. 꾸준하게 보기에는 너무 지루했던 겁니다. 10페이지 보다가 지루해서 덮었다가 다시 '영어공부 좀 해야지'라는 생각에 다시 첫 10페이지를 보다가... 이걸 두,세번 반복하고 나니 남은 것이 없더군요. 영어책을 살 때마다 일단 끝까지 보자를 목표를 삼았지만 지킨 적이 없습니다.
이번에도 [영단어 인문학 산책]을 받고는 '과연 다 읽을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습니다. 영단어에 인문학... ... 가장 어려운 조합같더군요. 그리고 어디서 많이 듣던 이름인데하고 생각했던 저자분은 저번에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로 남들하고는 비슷하리라 철썩같이 믿던 내 지적수준을 의심케했던 분이시고.
다행히 프롤로그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차례를 지나 첫번째 hijack를 펴는 순간, 안심해버렸습니다. 왜냐고요? 의외의 오류가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출판사에서야 혼비백산할 실수지만 저자의 기존 책에 두려움을 느꼈던 저 같은 독자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는 실수였습니다. 거기다 바로 다음 장에서 틀린 내용을 교정해주고 있기 때문에 이 책으로 인해 hijack을 파산으로 알 분을 없을 듯 합니다.
내용은 전체적으로 즐거웠습니다. 각 단어를 분해하고 그 단어의 역사, 문화적 배경을 서술하고 있어서 영단어에 대한 책이라기보다는 인문서에 가까웠습니다. 즉, 실용적인 영어책이 아니라서 공부하는 느낌이 없는데다 이야기도 재밌어서 술술 읽히더군요. 저는 이런 책을 좋아합니다. 하나의 단서에서 이야기가 줄줄이 연결되는 백과사전식 책이요(혹은 위키페디아식 책이라고 해야할까요? 하나의 사항에 관련된 여러 정보를 링크를 따라가며 알 수 있죠. egg를 찾으면 egg의 정의부터 계란의 영양가, 황화철 변색, 알부민까지 연결되지요).. [영단어 인문학 산책]은 제가 좋아하는 양식인, 책을 읽음으로 해서 여러가지를 알게 해주는 백과사전 식의 책입니다.
첫 단어 hijack에서 hijack의 단순한 의미를 넘어서서 금주법, jack이라는 이름의 유래, 단어의 의미 변화, 서양세계의 사상까지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hijack을 비행기 납치로 달달 외웠을 때는 신문기사를 읽을 때나 유용했지만, 이 책으로 hijack이라는 단어 하나로, 잭과 존이라는 이름, 존이라는 이름이 유행했던 시기, 독일어에서 hi의 의미 변화, 영국 국기와 해적, 영어이름 등에 대해 알 수 있었습니다. 어두니, 어미니, 라틴어 유래니... 이런 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단어 하나에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끼워넣을 수 있을지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단어가 꽤 여러 개 나오는데 모든 단어에 관련 이야기들이 3~4개씩 끼어있습니다. 한글로는 똑같은 단어로 번역되지만 사실 서로 다른 단어들, 그리고 그런 서로 다른 뉘앙스를 가지게 된 문화적, 역사적 이유를 잘 설명해줍니다. 영미 사회의 사고 방식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것도 장점입니다. 잘 쓰는 단어들이기에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입니다. 이런 단어책이라면 얼마든지 읽을 것 같습니다.
저자의 에필로그를 읽으며 저자가 쓰고 싶다는 '영문법에 관한 인문학적 책'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영문법에 문화와 역사가 엮일 수 있을지가 궁금하달까요?
*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