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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어렸을 때 인형놀이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돈이 없어 바비인형을 가질 수 없어서 도화지나 달력 뒷면에 종이인형을 그려 동생들과 놀곤 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엄마는 항상 "너는 나이가 몇인데 아직 동생들하고 그러고 노냐?" 라고 말씀하셨죠.
고등학교를 지나 대학에 들어가며 인형놀이는 끝났지만 대신 만화책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듣는 말은 "애같은네. 만화책이나 보고."
한 때는 "내가 좋은 일 내가 하는데 뭐라는거야"하며 더 고집스럽게 놀기도하고 어쩔 때는 압력에 굴복해서 몰래 만화책들을 숨겨놓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놀이'를 하면서 가장 많이 가지게 된 감정은 죄책감입니다. 놀이를 하지 않으면 숨이 막혀서 고집스럽게 놀이를 하면서도, 놀잇감을 사면서도 마음이 별로 좋지 않았지요. 귀중한 시간과 노력을 뭔가 쓸 데 없는 일에 쓰고 있다는 죄책감때문에요.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은 저의 죄책감을 많이 덜어주었습니다. 놀이의 속성에 대해서, 동물이나 인간이 왜 놀이를 즐기는지, 놀이의 광범위한 범위를 보여 줌으로써 제가 놀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많은 행동들이 사실은 놀이였고, 놀이를 하며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이 책은 놀이에 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놀이가 빠질 수 있는 함정까지 예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해줍니다.
책 속의 가장 인상깊은 예는 저자의 의사친구가 빵굽는 놀이에 빠져 의사일을 휴직하고 빵을 구워 배달하는 일을 하게되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빵집을 운영하는 사람에게 빵굽는 것은 놀이가 아니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놀이가 될 수 있고, 어떤 활동이든 '즐겁'기만 하다면 놀이가 될 수 있다는 것이 확실히 드러나는 예시였습니다.
책을 읽고 나서 어렸을 때 했던 놀이들을 떠 올려봤습니다. 저자의 분류에 따르면 저는 뭔가 만드는 놀이 70%에 수집 20%, 이야기 만들기 10%의 놀이를 했던 듯합니다. 종이인형으로 이야기를 만든다기 보다 종이인형을 만드는데 더 열을 올렸던 것을 생각하면... ... 그리고 인형옷을 만들던 놀이는 현재의 뜨개질, 바느질과 이어졌습니다. 책을 보고나니 뜨개질과 바느질은 사실은 '즐거움'만을 목적 삼는 놀이였지만 '논다'는 죄책감을 덜어보고자 실용성을 부가하고자 애 쓴 긑에 나온 놀이였습니다.
이 책으로 스스로의 놀이에는 당당해지고, 남의 놀이에는 관대해 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읽다보니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봐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문득 들더군요. 요즘은 노는 것이 허용 안되는 청소년은 물론이거니와 아이들도 놀 줄 모르죠. 이미 다 만들어진 장난감을 마련해주고, 정해놓은 방식대로 만 놀게하거나, 놀이에 공부를 끼워넣어서 놀이인지 공부인지 분간하기가 어렵습니다.
엄마는 종이인형 놀이는 막았지만 책 읽는 것은 막지도 강요도 하지 않으셔서 동화책을 읽는 것은 저한테 놀이 중 하나였습니다. 동화책 주인공의 이름을 딴 종이인형을 만들어서 의상을 그려 입히고 패러디를 한 이야기를 만들곤 했습니다. 그러나 숙제처럼 책을 읽는 아이들에게 책은 놀잇감이 아니겠지요.
책을 읽으며 어렸을 때 놀던 추억에 기쁘고 앞으로 놀이에 더 당당해 질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취미생활이나 놀이 활동이 부끄럽거나 어른이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마음이 불편한 분들에게 완전 추천입니다.
* 트랙백을 걸어서 아시겠지만 알라딘 신간평가단에서 제공받은 책에 대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