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나에게, 고전이 말했다 - 하루 한 문장, 읽고 쓰는 동양 고전 수업
오평선 지음 / 이너북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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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흔들리는 나에게, 고전이 말했다/오평선

(하루 한 문장, 읽고 쓰는 동양 고전 수업)



 삶이 흔들릴 때마다 사람들은 왜 다시 고전의 문장 앞에 섰을까?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 아마도 살다가 힘들거나, 삶이 허무해질 때 한 번씩 스스로 묻게 된다. 저자도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시작하면서 《주역》의 글(곁에서 나란히 행하되 휩쓸리지 않는다.)을 빌어 남과 함께 살아가되, 무조건 여론이나 흐름에 휩쓸리지 말라고 타이른다.

 

나는 무엇을 위해 여기에 섰는가? 이 물음에 답을 찾는 순간 삶은 더 단단해지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은 분명해질 것이다. (20)

 

그다음으로는 인간관계를 이야기하며, 사람에게 상처받지 않고 살아갈 방법으로, 각자의 역할과 책임이 다르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존중하기를 제안한다.

 

어떤 이는 마음으로 애쓰고, 어떤 이는 힘으로 애쓴다. 마음으로 애쓰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힘으로 애쓰는 자는 남의 다스림을 받는다. 《맹자》 (60)

 

그러면서 다정한 말에 마음을 모두 내어주지 말고, 모든 이에게 같은 방식으로 대하지 말며 다르다고 멀어지지는 말라고 당부한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있는가? 다른 사람들과 나는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 (71)

 

그러면서 나와 함께 올바른 길을 걸어갈 사람이 곁에 있는가를 질문하고,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향기로운 사람인지 아니면 썩어가는 사람인지 확인하며, 곁에 두어야 할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을 제시한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유익한 벗이 셋이 있고, 해로운 벗이 셋이 있다. 정직한 사람을 벗하고, 신의가 있는 사람을 벗하고, 견문이 많은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다. 위선적인 사람을 벗하고, 아첨 잘 하는 사람을 벗하고, 말만 잘 하는 사람을 벗하면 해롭다.”《논어》 (78)

 

말 한마디에 가슴을 찔려 오래도록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기도 한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너무 쉽게 가시가 돋친 말을 뱉어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 자주 반성하면서도 실천은 그다지 쉽지 않다.

 

기대를 내려놓으니 속상함도, 상처도 생기지 않는다. 사람은 유채꽃처럼 군락을 이루며 살아간다. 서로 기대며 살아가되 내 주변의 꽃 중 어떤 꽃과 함께할지, 어떤 꽃과는 거리를 둘지를 분별해 낼 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내 중심을 가장 먼저 단단히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 분별은 그 다음이다. (98)

 

때로는 사람에게 상처받기 싫어 숨었다가, 결국은 혼자 살 수 없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다시 스며들기도 한다. 그러니 사람을 대하는 것에도 지혜가 필요하다. 고전을 빌어 차분차분 엮어 나가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마음이 절로 고요해지고 다시 고전을 찾아 읽고 싶어진다.

 

또한, 배우는 사람은 계속 자란다며 누구에게라도(비록 나이 어린 사람에게도) 배울 준비가 되어있는가를 묻고, 자신에게 도움을 바라는 이에게 베풀 준비가 되어있는지를 같이 묻는다. 그러면서 아는 것보다 어려운 건 익힌 대로 사는 일이라며,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막연하여 얻는 것이 없고, 생각만 하고 배우지 않으면 위태롭다. 《논어》 (105) 고 일침을 놓는다. 거기에 더해 남 탓을 멈추면 삶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모른다고 인정하는 순간 배울 수 있음을 강조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상황이 달라졌는데도 옛 방식을 고집하면 자신을 가두게 된다며, 변화에 순응하며 적응해 가는지를 묻고 아무도 봐주지 않는 하루가 나를 만드는 것이니 꾸준한 발걸음으로 걷기를 독려한다.

 

반걸음을 쌓지 않으면 천리에 이를 수 없고, 작은 물줄기를 모으지 않으면 강과 바다가 될 수 없다. 《순자》 (134)

 

이렇듯, 이 책《흔들리는 나에게, 고전이 말했다》 에는 동양 고전의 지혜를 꼭 필요한 것들만 가려 뽑아 바쁜 현대인의 삶에 알맞게 담아 놓았다. 편안하게 읽다 보면 지금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보며, 겸손하게 배우고 익혀 소소한 행복을 찾으며 위로받게 된다.

 

잡식성이라, 장르를 불문하고 마음 가는 대로 책을 읽는다. 그러면서 느끼는 것은 새로 쏟아지는 수많은 책 중에 순수창작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이다. 많은 이의 글에 고전 속 글들이 보이며, 그 문장들이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기도하고 혹은 가지를 뻗어 또 다른 책이 되고 있음을 발견한다.

 

책이 술술 읽혀서 빠르게 읽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천천히 읽기를 당부한다. 하루 한 단락씩만 읽으며, 천천히 호흡하고 고전을 필사해보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책에 바로 필사해도 좋겠고, 따로 노트를 마련해서 필사해도 괜찮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기록하다 보면 절로 마음이 정화되고, 앞으로의 삶이 조금은 새롭게 변화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옥도 다듬지 않으면 그릇이 되지 못하고, 사람도 배우지 않으면 도道를 알지 못한다. 《예기》(242)


#동양고전수업#하루한문장#고전의문장들#고전속문장#흔들리는나에게고전이말했다#오평선#이너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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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병원 2 ㅣ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 주부(JUBOO)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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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런던이가 새로운 세상 앞에서 두려움 없이 설 수 있게 된다. 이 땅의 모든 런던이들도 《런던이의 마법병원 2》와 함께하며 두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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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이의 마법병원 2 ㅣ 런던이의 마법
김미란 지음 / 주부(JUBOO)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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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런던이의 마법병원 2/김미란

(전 세계를 사로잡은 런던이 시리즈_내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한 필독서)




무지갯빛 판타지 《런던이의 마법병원》 후속작으로, 내용이 한층 더 흥미진진하고 깊어진 《런던이의 마법병원 2》가 출간되었다. 런던이 시리즈는 사랑하는 딸을 위해, 엄마가 동화를 쓰고 아빠가 삽화를 그려 만든 그림책이라고 하는데,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런던이의 마법병원》에 이어, 《런던이의 마법학교 1》과 《런던이의 마법학교 2》도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런던이의 마법병원》에서는 비 오는 날 유치원에 가기 싫은 아이에게, 알록달록 예쁜 무지개 지렁이를 등장시켜 비 오는 날이 오히려 특별한 날이 되게 한다. 주사가 무서워 도망가는 아이, 양치질하기 싫은 아이, 당근이나 브로콜리·버섯 등, 채소가 먹기 싫은 아이에게도 아름다운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주사에 대해 두려움을 줄이고, 양치질하는 습관을 들이게 하며, 싫어하는 채소와도 친숙하게 만든다.



 

그럼 이 책 《런던이의 마법병원 2》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앞표지를 보면 뭔가 두려워하는 눈빛의 런던이가 보인다. 표지를 넘기면 비행기에서 창문으로 세상을 내려다보는 그림에 ‘두려움은… 새로운 세상으로 가는 문이야.’라는 구절이 책 내용을 암시한다.



 

드디어 1장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여행 가방이 세 개 보이고, 장수풍뎅이(양심이)를 보는 런던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있다.

 

“왜 하필 오늘이야… 오늘은 숲에 보내주려고 했는데…” (런던이의 마법병원 2)

 

양심이에게 언젠가는 바깥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지만, 새나 다른 곤충들에게 잡아먹힐 게 염려되어, 차마 꺼내주지 못하고 좀 더 자라기를 기다렸는데 그만 죽어버린 것이다. 엉엉 우는 아이를 엄마가 달래며 가족들은 다 함께 숲속에 가서 양심이와 작별을 고한다. 그렇게 런던이는 이별 연습을 시작한다.

 

“미안해 하지 마, 런던아. 너 덕분에 난 행복했어. 네 따뜻한 손길도, 함께한 시간도 기억하고 있어.” (런던이의 마법병원 2)

 

2장에서는 양심이가 모습을 드러내며, 오히려 먼 나라로 떠나는 것을 두려워하는 런던이를 위로한다. 양심이의 위로에 힘입어, 런던이가 눈을 감고 기도하며 마음의 문을 열자 무지갯빛 병원이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바람 한 줄기가 다가와 런던이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바람은 살아 있는 것처럼 런던이의 귀에 작게 속삭였다. -중략- 문 너머에는 아주 작고 어린 런던이가 서 있었다. 입술을 꼭 깨물고, 눈에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런던이의 마법병원 2)

 

3장에서는 따뜻한 빛이 발끝에서부터 몸을 감싸며, 모든 것이 주황빛으로 빛났다가 사라지고 런던이 앞에 주황빛 문 하나가 열리며 어린 런던이가 엄마 앞에서 울고 있다. 런던에게 이번 양심이와의 이별이 첫 경험이 아니었다. 런던이는 진작부터 조금씩 이별 연습을 하고 있었고 꿋꿋하게 잘 버텼다.



 

이렇게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그다음 4장에서는 바쁜 아빠에 대한 원망 대신 사랑을 체험하고, 5장에서는 런던이 엄마의 어린 시절과도 만나 해후한다. 그리고 6장에서는 마침내 그리운 친구 북극곰을 만난다.

 

《런던이의 마법병원》이 비 오는 날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고, 주사를 무서워하며 채소를 싫어하는 아이에게 억지로가 아닌 동화와 함께 자연스레 실천으로 옮길 수 있게 다가가게 하는 마법병원이었다면, 《런던이의 마법병원 2》는 이별이라는 주제로 아이들의 마음을 달래주는 마음치유 마법병원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게 기억이라는 힘을 빌려, 7장에서는 마침내 런던이가 새로운 세상 앞에서 두려움 없이 설 수 있게 된다. 이 땅의 모든 런던이들도 《런던이의 마법병원 2》와 함께하며 두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운이 좋게도 런던이 시리즈와는 인연이 꽤 깊다. 처음 《런던이의 마법병원》을 시작으로, 《런던이의 마법학교 2》와도 인연이 되었다. 자연스레 《런던이의 마법학교 1》이 궁금하여, 《런던이의 마법학교 2》를 기다리는 동안, 미리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었다. 이번에 이 책 《런던이의 마법병원 2》까지 내게로 와 주었으니 ‘런던이 시리즈’는 모두 읽은 셈이다. (앞으로도 시리즈는 계속 나올 것 같다)

 

내게로 와 준 《런던이의 마법병원》과 《런던이의 마법학교 2》는 런던이처럼 예쁜 조카의 딸에게 선물로 보냈다.

 

두려움은… 세상으로 가는 문이야./ “걱정하지 마. 그 마음이 닿는다면, 언젠가는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런던이의 마법병원 2)

 

아직도 한참이나 남은 이 여름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엄마·아빠도 판타지의 세계로 잠시 떠나보기를 권한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분명 커다란 위로가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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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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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인 작가의 글이라 남다르다. 허구의 힘을 빌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자연스레 드러내며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여름 밤을, 조던 테너힐이 잊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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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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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조던 테너힐

(어느 날부터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아마 독자 여러분은 길게 늘어선 뉴스 카메라 앞에서 발가벗고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이 담긴 인터넷 밈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적나라한 방종의 순간이 GIF로 영원히 박제되어 전 세계의 댓글이나 문자 메시지에 첨부되어 있는 것을. (9쪽)

 

이 책은 전직 고등학교 영어교사이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 야간 수업을 하고 있으며 가족을 몹시 사랑하는 평범한 주부가 자신이 겪은 ‘세쿼이아 크레센트’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에 관해 책을 쓰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나는 내 주관적인 경험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충실하게 사건을 되살리고자 했다. 여기 적힌 모든 말은 내가 직접 썼다. 대필 작가를 두지 않았다. 내가 그간 쌓아온 사소하거나 일시적인 악명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 책을 쓴 것도 아니며, 나 자신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 위해 쓴 것도 아니다. (11쪽)

 

주인공은 늘 상황을 이해하려는 방편으로 책을 택했다며, 이 책을 쓴 이유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방편이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세쿼이아 크레센트 사건을 마치 자신들이 아는 양 떠벌리거나, 그날의 비극을 심야 토크쇼의 가벼운 웃음거리로 치부해 버리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작고 무해한 무언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흔들 수 있었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 웅웅 거리는 낮은 소리는 어느 날 남편 폴과 나란히 누워, 폴은 태블릿으로 <뉴욕 타임스>를 읽고 자신은 『십이야』에 대한 학생들의 에세이에 점수를 매기고 있었을 때 시작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고장 난 식기 건조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고장 난 지 꽤 돼서, 지금은 그저 씻은 그릇의 물 빠짐 용도로 사용하는 중이라 전기선도 진작에 끊어버렸는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전기선을 그대로 꽂아둔 채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아들에게 봐 달라고 했더니, 원인을 찾지 못하고 그야말로 툭 쳤더니 소리가 멈췄다.

 

어쨌든 이렇게 소리라는 건 내게도 들리고 다른 이에게도 들리는 건데, 주인공 클레어에게 들리는 소리가 남편 폴이나 딸인 애슐리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된 웅웅거리는 소리로 인해 클레어는 잠을 잘 수도 없고, 직장인 학교생활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 카일도 자기와 같은 소리를 듣고 있음을 알게 되고, 둘은 서로 의지하며 함께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딸 애슐리로 인해, 카일의 어머니가 알게 되면서, 스승과 제자는 부적절한 관계로 낙인찍혀 클레어는 학교에서 쫓겨나 직장을 잃게 된다.

 

넌 범죄자가 아니야

넌 변태가 아니야

넌 사악하지 않아

넌 이기적이지 않아

넌 미치지 않았어

넌 쌍년이 아니야

넌 나쁜 아내가 아니야

넌 네 어머니가 아니야

넌 거울에 비치는 저 지친 여자가 아니야

넌 인간 쓰레기가 아니야

넌 우주의 법칙에 따라 처벌받고 있는 게 아니야

-중략-

넌 카일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을 거야

넌 세쿼이아 크레센트에서 열린다는 그 모임에 가지 않을 거야

넌 페이스북을 확인하지 않을 거야

넌 페이스북을 확인하지 않을 거야

넌 페이스북을 확인하지 않을 거야 (112~113쪽)

 

망설임 끝에 클레어와 카일은 세쿼이아 크레센트에서 열린다는 그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거기에서 자기들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 연대감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 모두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얼마나 왜곡되고 심지어 범죄 취급까지 당연시되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소리의 공명을 따라가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소수 그룹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소수의 목소리는 그게 오롯이 진실이더라도, 늘 소외되어 수많은 세월을 거쳐야 아주 조금 그 작은 목소리들의 진실이 드러난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거기에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소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거나 알고 싶지 않은 것은 틀린 게 되는 사회, 21세기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조너던 테너힐”의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클레어의 생각을 빌어, 우리들의 보편적 편견과 기득권 세력들의 음모론. 무엇보다도 진실을 향한 클레어의 몸부림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모순을 치밀하게 엮었다. 오페라로 제작되어 오슬로,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에서 상연되었고, BBC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영상으로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들이 진실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하워드와 조가 말하는 ‘황홀경의 상호 연결’을 향해. 하지만 어쩐지 이러한 쾌락과 탄트라적인 초월성의 측면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또는 적어도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소리’가 가능하게 하죠. 하워드가 대답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채웁니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249쪽)

 

혼자 사는 여성이 아니라면, 우리 여성들이 바로 이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두려워하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완전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불을 끌 때 뒤에 있는 존재를 느끼는 횟수, 얼핏 곁눈질로 무언가 보여서 휙 돌아보면 빈방인 경우, 침대에 누워 계단의 발소리,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 밤중에 너무 또렷하게 울려 화들짝 깨어나게 만드는 초인종 소리를 들으며 보내는 시간들. 물론 그래서 나가보면 문 앞에는 아무도 없다. 차고 문은 언제나 닫혀 있다. 집 안과 계단에는 아무도 없고 옆방에 숨어 있는 사람도 없다. (301쪽)

 

조가 우리를 한 명씩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모두 여기 모였어요. 모두 앉았습니다. 우리는 매우 과열된 상태입니다만 그 강렬함을 주파수와 연결할 수 있어요. 아시겠죠? 모두가 집중해 주세요. 몸속에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끌어모으세요. 다른 소음은 사라지게 하세요. ‘소리’를 안으로 기꺼이 받아들이세요. 여러분을 관통하도록 하세요. 여러분을 채우도록 하세요. (352쪽)

 

나는 구글에 검색했다.

슬픔으로 죽을 수도 있는가?

죽기를 바라면 죽을 수 있는가?

악몽으로 죽을 수 있는가?

우는 일은 칼로리를 소모하는가?

집에서 혼자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시체에서 냄새가 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가? (362쪽)

 

엄마만 빼고 빌어먹을 전 세계가 받아들이고 있어. 심지어 엄마의 옛 패거리도. (372쪽)

 

죽음으로부터, 그리고 몸의 반향으로부터, 그대가 자신을 탐구할 때, 사랑의 꿈이 다가왔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 보편적인 죽음의 축제로부터, 비에 씻긴 저녁 하늘을 맹렬한 불꽃으로 불붙이는 이 극심한 열병으로부터, 언젠가 사랑이 솟아오를 날이 올까? (379쪽)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인 작가의 글이라 남다르다. 허구의 힘을 빌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자연스레 드러내며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여름 밤을, 조던 테너힐이 잊게 해 주었다.


#소리를듣는사람들#조던테너힐#문학동네#장편소설#캐나다베스트셀러#bbc드라마원작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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