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듣는 사람들
조던 태너힐 지음, 김산 옮김 / 문학동네 / 20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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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조던 테너힐

(어느 날부터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아마 독자 여러분은 길게 늘어선 뉴스 카메라 앞에서 발가벗고 소리 지르는 내 모습이 담긴 인터넷 밈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마주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적나라한 방종의 순간이 GIF로 영원히 박제되어 전 세계의 댓글이나 문자 메시지에 첨부되어 있는 것을. (9)

 

이 책은 전직 고등학교 영어교사이고 집 근처 도서관에서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영어 야간 수업을 하고 있으며 가족을 몹시 사랑하는 평범한 주부가 자신이 겪은 세쿼이아 크레센트에서 일어난 비극적 사건에 관해 책을 쓰는 것으로 기획되었다.

 

나는 내 주관적인 경험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충실하게 사건을 되살리고자 했다. 여기 적힌 모든 말은 내가 직접 썼다. 대필 작가를 두지 않았다. 내가 그간 쌓아온 사소하거나 일시적인 악명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으로 돈을 벌기 위해 이 책을 쓴 것도 아니며, 나 자신에게 일종의 면죄부를 주기 위해 쓴 것도 아니다. (11)

 

주인공은 늘 상황을 이해하려는 방편으로 책을 택했다며, 이 책을 쓴 이유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려는 방편이었다고 밝힌다. 그러면서 세쿼이아 크레센트 사건을 마치 자신들이 아는 양 떠벌리거나, 그날의 비극을 심야 토크쇼의 가벼운 웃음거리로 치부해 버리는 것을 더는 참을 수 없었음을…… 어떻게 그렇게 작고 무해한 무언가가, 자신의 삶을 통째로 흔들 수 있었는지 완전히 이해할 수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 웅웅 거리는 낮은 소리는 어느 날 남편 폴과 나란히 누워, 폴은 태블릿으로 <뉴욕 타임스>를 읽고 자신은 십이야에 대한 학생들의 에세이에 점수를 매기고 있었을 때 시작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고장 난 식기 건조대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고장 난 지 꽤 돼서, 지금은 그저 씻은 그릇의 물 빠짐 용도로 사용하는 중이라 전기선도 진작에 끊어버렸는데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혹시 전기선을 그대로 꽂아둔 채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 아들에게 봐 달라고 했더니, 원인을 찾지 못하고 그야말로 툭 쳤더니 소리가 멈췄다.

 

어쨌든 이렇게 소리라는 건 내게도 들리고 다른 이에게도 들리는 건데, 주인공 클레어에게 들리는 소리가 남편 폴이나 딸인 애슐리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는다. 그렇게 시작된 웅웅거리는 소리로 인해 클레어는 잠을 잘 수도 없고, 직장인 학교생활에도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가 자신이 가르치는 제자 카일도 자기와 같은 소리를 듣고 있음을 알게 되고, 둘은 서로 의지하며 함께 소리의 근원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딸 애슐리로 인해, 카일의 어머니가 알게 되면서, 스승과 제자는 부적절한 관계로 낙인찍혀 클레어는 학교에서 쫓겨나 직장을 잃게 된다.

 

넌 범죄자가 아니야

넌 변태가 아니야

넌 사악하지 않아

넌 이기적이지 않아

넌 미치지 않았어

넌 쌍년이 아니야

넌 나쁜 아내가 아니야

넌 네 어머니가 아니야

넌 거울에 비치는 저 지친 여자가 아니야

넌 인간 쓰레기가 아니야

넌 우주의 법칙에 따라 처벌받고 있는 게 아니야

-중략-

넌 카일에게 문자를 보내지 않을 거야

넌 세쿼이아 크레센트에서 열린다는 그 모임에 가지 않을 거야

넌 페이스북을 확인하지 않을 거야

넌 페이스북을 확인하지 않을 거야

넌 페이스북을 확인하지 않을 거야 (112~113)

 

망설임 끝에 클레어와 카일은 세쿼이아 크레센트에서 열린다는 그 모임에 참석하게 되고, 거기에서 자기들과 같은 사람들을 만나 연대감을 경험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들 모두는 위험에 처하게 된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 우리 사회에서 소수의 목소리가,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얼마나 왜곡되고 심지어 범죄 취급까지 당연시되는지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소리의 공명을 따라가면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소수 그룹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소수의 목소리는 그게 오롯이 진실이더라도, 늘 소외되어 수많은 세월을 거쳐야 아주 조금 그 작은 목소리들의 진실이 드러난다. 아무리 개인이 노력해도, 사회적으로 용인된 것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거기에 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소수를 바라보는 우리의 편견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자신이 모르거나 알고 싶지 않은 것은 틀린 게 되는 사회, 21세기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조너던 테너힐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클레어의 생각을 빌어, 우리들의 보편적 편견과 기득권 세력들의 음모론. 무엇보다도 진실을 향한 클레어의 몸부림을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의 모순을 치밀하게 엮었다. 오페라로 제작되어 오슬로, 필라델피아, 시카고 등에서 상연되었고, BBC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고 하니, 영상으로도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그들이 진실을 향해 외치는 소리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하워드와 조가 말하는 황홀경의 상호 연결을 향해. 하지만 어쩐지 이러한 쾌락과 탄트라적인 초월성의 측면은 나를 불안하게 했다. 또는 적어도 나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소리가 가능하게 하죠. 하워드가 대답했다. 그것은 모든 것을 채웁니다. 근본적인 수준에서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어요. (249)

 

혼자 사는 여성이 아니라면, 우리 여성들이 바로 이 시나리오를 상상하고 두려워하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완전히 가늠할 수 없을 것이다. 불을 끌 때 뒤에 있는 존재를 느끼는 횟수, 얼핏 곁눈질로 무언가 보여서 휙 돌아보면 빈방인 경우, 침대에 누워 계단의 발소리, 차고 문이 열리는 소리, 밤중에 너무 또렷하게 울려 화들짝 깨어나게 만드는 초인종 소리를 들으며 보내는 시간들. 물론 그래서 나가보면 문 앞에는 아무도 없다. 차고 문은 언제나 닫혀 있다. 집 안과 계단에는 아무도 없고 옆방에 숨어 있는 사람도 없다. (301)

 

조가 우리를 한 명씩 바라보며 말했다. 우린 모두 여기 모였어요. 모두 앉았습니다. 우리는 매우 과열된 상태입니다만 그 강렬함을 주파수와 연결할 수 있어요. 아시겠죠? 모두가 집중해 주세요. 몸속에 에너지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끌어모으세요. 다른 소음은 사라지게 하세요. ‘소리를 안으로 기꺼이 받아들이세요. 여러분을 관통하도록 하세요. 여러분을 채우도록 하세요. (352)

 

나는 구글에 검색했다.

슬픔으로 죽을 수도 있는가?

죽기를 바라면 죽을 수 있는가?

악몽으로 죽을 수 있는가?

우는 일은 칼로리를 소모하는가?

집에서 혼자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시체에서 냄새가 나기까지 얼마나 걸리는가? (362)

 

엄마만 빼고 빌어먹을 전 세계가 받아들이고 있어. 심지어 엄마의 옛 패거리도. (372)

 

죽음으로부터, 그리고 몸의 반향으로부터, 그대가 자신을 탐구할 때, 사랑의 꿈이 다가왔던 순간들이 있었다. 이 보편적인 죽음의 축제로부터, 비에 씻긴 저녁 하늘을 맹렬한 불꽃으로 불붙이는 이 극심한 열병으로부터, 언젠가 사랑이 솟아오를 날이 올까? (379)

 

성 소수자 인권운동가인 작가의 글이라 남다르다. 허구의 힘을 빌려, 우리 사회의 부조리를 자연스레 드러내며 자신의 소신을 이야기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한여름 밤을, 조던 테너힐이 잊게 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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