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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 몰라, 그냥 살아 - 선우용여 이야기
선우용여 지음 / 21세기북스 / 2025년 12월
평점 :
* 리뷰어스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몰라 몰라, 그냥 살아/선우용여
(삶이 남긴 무게를 향기로 바꾸는 방법)


건강을 잘 챙기고, 자기 자신을 돌보는 법만 알고 있다면 나이 때문에 못 할 일은 없다. 지금 나이대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되 지레 한계를 그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11쪽)
살다 보면 좋은 날도, 나쁜 날도 온다. 그러나 분명한 건 시련이 있다면 반드시 지나가고, 마침내 부드러운 봄바람이 부는 날도 온다는 것이다. 꼭 돈과 명예가 있어야 잘 사는 것도 아니다. (13쪽)
평소에 TV를 많이 보지 않는 편이지만 선우용여 님은 안다. 내가 느낀 그에 대한 이미지는 고생은커녕 그저 예쁜 깍쟁이(?)로만 보였다.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인생은 누구에게나 그리 만만치 않은 것 같다. 그러니 꽃길만 걷는 사람은 없는 모양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 먼저 살았던 어른들의 조언이 더는 필요치 않은 세상이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내 안에 담고 묻어가기보다 밖으로 꺼내놓았을 때 쓸모가 생기는 연륜의 조각도 누군가에게 유용할지도 모를 일이다. 보고 듣고 소화시키는 것은 각자의 몫이겠지만 내가 나눌 수 있는 것이 있다면 나누고, 삶을 관통하며 알게 된 것들을 전하고 싶었다. (27쪽)
결혼과 함께 떠안게 된 어마어마한 빚을 억척같이 고생해서 갚고, 이국땅에서 갖은 고생을 다 하면서도 긍정적으로 살아내는 모습이 이 책에는 고스란히 나와 있다. 그렇다고 책에 어두운 그림자만 있는 건 절대 아니다. 그의 방식대로 잘 소화하며, 긍정적으로 살아온 게 선명하게 보인다.
내가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나. 내 몸을 헌신짝처럼 여기고 정신없이 살다가 여기까지 왔구나. 살고 싶었다. 일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35쪽)
선우용여 님은 그저 우아하게 호강하며 살았을 것 같은데, 겉모습과는 다르게 뇌경색을 겪고 나서야 겨우 자신의 몸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칫 사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일주일에 서너 번은 아침에 집을 나서 호텔 조식을 먹는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 맞는 음식을 골고루 먹으며 하루를 여는 시간은 내 건강을 돌보겠다는 나와의 과감한 약속이고, 미래를 위한 가장 안전한 투자라고 굳게 믿으면서…….
200쪽이 조금 넘는 책인 데다가, 내용이 어렵지도 않아 그가 살아온 삶이 술술 읽힌다. 선우용녀 님에 비교하면 한창인 나이인데, 자꾸 움츠러들고 자신감이 없어진 지 꽤 된다. 배우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점점 더 이 귀찮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니……. 같은 나이라도 20대로 사는 이가 있는가 하면, 50대 60대로 사는 이들도 많다. 나는 지금 내 나이로 살고 있는가? 아니면, 더 젊게 혹은 더 늙게 살고 있는가? 뒤돌아보게 된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만 만만치 않은 인생을 사는 게 아니라, 환한 얼굴 뒤에 누구에게나 아픔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그런데도 우리는 살아야 하니까, 이왕이면 기쁜 마음으로 그냥 사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다. 몰라 몰라, 그냥 살자!
예쁘고 젊을 때 고생했던 게 아쉽기보다 오히려 지금은 감사함으로 느낀다. 초년에 모든 걸 다 누리고 사는 사람들은 물론 그것대로 좋겠지만, 그렇지 못하다고 해서 박탈감을 느낄 필요는 전혀 없다. 다만 젊을 때는 어떤 일이든 좋으니 두려움 없이 시도해봤으면 좋겠다. 초년에는 이것저것 많은 걸 겪어보고, 중년에는 그중 좋아하는 일을 내 것으로 만들고, 그러고 나면 노년에는 평안해진다. (201쪽)
한바탕 울고 웃으며 돌아보니 그 모든 날이 순풍이었다는 선우용여 님. 몸은 늙어도, 마음의 근육은 자라더라며, 조급함 대신 온기로 삶을 채워가는 그의 인생을 본받으며 살아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