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옷 왕 단편선
앰브로스 비어스 외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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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이 책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은 정말 표현할 길이 없었다. 왜냐하면 이전에 노란 옷 왕에 대한 것을 들어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크툴루 신화 관련 서적에 언급되어 있었는데, 거기서는 노란 옷이 아닌 황금 옷을 입은 왕이라 언급되어 있었다. 노란 옷 왕에 대한 희곡 외에도 작가와 작품에 대한 언급도 있었지만 국내에 번역되지 않은 책이라서 상당히 아쉬움만 남았던더라, 노란 옷 왕 단편선은 정말 반가웠다.

 읽다보면 곳곳에 삽화가 있는데 그 페이지 내용 분위기에 잘 맞아들어서 몰입이 되었다. 글자만 빽빽히 있어서 책 읽기가 지루하게 여기는 분들에게는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 옷 왕에 대해 나오는 명예회복 해결사와 노란 표적을 보면 러브크래프트 분위기와 비슷하면서도 다른점이 있었다. 러브크래프트가 영향받은 작품이라는 듯이 노란 옷 왕 희곡과 네크로노미콘, 노란 옷 왕과 러브크래프트 작품 속의 우주신 같이 서로 매치되는 부분이 있었고, 작중 인물의 절망적인 결말도 비슷한 느낌이다. 다른 점이라면, 보통 러브크래프트의 작품에서는 노란 옷 왕 같은 이세계 존재와 함께 아컴, 인스머스, 던위치 등과 같이 어딘가 비정상적인 장소(프로비던스처럼 아닌 경우도 있지만)가 배경으로 나와 처음부터 분위기를 조성하면서 점차 커다란 충격을 주는 느낌이라면, 노란 옷 왕 단편은 대체로 미국의 평범한 도시를 배경으로 시작해서 평범한 일상 속에서 광기가 기어나와 세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인물들도 무언가를 발견하고 호기심에 뒤쫓거나, 교수 같은 학자가 아니고 평범한 소시민이라서 더욱 그렇게 보였다. 한 가지 더 말하자면, 네크로노미콘은 마도서 같이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 본 사람은 적지만, 노란 옷 왕은 처음부터 출판형식으로 대중에게 알려지고 널리퍼졌다가 금서가 된 경우다. 그래서 노란 옷 왕은 네크로노미콘처럼 한 번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많은 이들에게 널리 알려지게 만들어 한 명, 한 명을 광기로 인도하여 집단으로서 파장을 넓혀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란 옷 왕 단편 다음에 들어있는 엠브로스 비어스의 카르코사의 망령 또한 묘한 분위기였다. 노란 옷 왕 단편에서 언급되던 카르코사에 대해 나오는 부분에서 노란 옷 왕이라던가 러브크래프트의 신화적 존재 같은 것이 나타나지도 않는데, 사람이 보잘 것 없는 존재로 여겨지는 듯한 커다란 느낌이 들었다. 우주보다는 거의 사후세계를 나타낸 분위기였지만, 카르코사 그 부분만은 약간 다른 느낌이라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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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차관의 살인 아야츠지 유키토의 관 시리즈
아야츠지 유키토 지음, 김은모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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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작인 십각관이 신본격을 연다는 점에서 오마주에 외딴 섬에서 살인마로 부터 생존하는 분위기였다면, 수차관은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느낌이 강했다. 전체적인 느낌으로 봤을 때는 사건의 재구성처럼 보였다.

 외딴 골짜기에 위치한 수차관에는 사고로 인해 얼굴이 망가져 마스크를 쓰고 세상과 단절한 채 사는 후지누마 기이치라는 남자와, 친구의 딸인 유리에가 살고 있다. 수차관이 개방되는 날은 오직 기이치의 아버지인 천재화가 후지누마 잇세이의 기일 뿐. 현실과 괴리감 있는 아름다움 광경 속에서 다양한 목적으로 수차관을 찾은 이들 앞에 폭풍우가 몰아치면서 1년 전 사건이 반복되는데...
 나카무라 세이지의 기괴한 느낌을 어필하며 상당히 편집증적이고 기하학적인 미를 선사한 십각관에 비해, 수차관은 추리소설에 나오는 저택치고는 상당히 판타지적인 건축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못 만들 것도 없지만 외딴 곳에 위치한 중세 고성 같은 외형에, 어딘지 모르게 라푼젤을 연상시키는 탑, 그리고 수차가 시간의 굴레 같다는 비유 같은 걸 보면 어딘지 모르게 동화스러운 분위기다. 그것도 그림형제가 만든 잔혹동화. 안 그래도 폭풍우와 함께 살인이 발생하면서 기괴한 분위기가 넘쳐흐르는데 잔혹동화라 해도 될 법하다.
 이 작품의 특징으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은 현재와 과거가 번갈아 진행된다는 것이다. 시간적인 시점의 차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두 개의 사건이 진행되는 걸 보는 것이다. 이미 일어난 사건의 전개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사건의 전개. 그래서 사건의 기이함은 더 무거워지긴 했지만, 좀 산만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현재의 사건에서 범인이 누군지 궁금한데 중간에 계속 과거회상이 나오니 집중이 안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마무리를 짓자면 초반의 동화 같은 발랄한 분위기에서 순식간에 기이함으로 물드는 분위기 전환이라던가, 과거와 현재의 시점에서 다루는 두 개의 다른 사건, 그리고 후지누마 잇세이의 환상적인 그림에 숨은 진실은 정말 놀랍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너무 고딕스러운 분위기를 고집해서 그런 것인지 모르지만 저택 미스터리 다운 느낌이 다소 감소한 것처럼 느껴지고, 현재와 과거 시점의 전개 때문에 조금 집중이 안 되었다는 게 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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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작별 트래비스 맥기 Travis McGee 시리즈
존 D. 맥도널드 지음, 송기철 옮김 / 북스피어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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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드보일드 소설을 그다지 많이 읽은편은 아니나, 어떤 스타일이라는 것은 많이 들어보았다. 대걔 독고다이 같은 느낌에, 트릭이나 기발한 살해방법 보다는 매우 현실적인 문제와 거기에서오는 온갖 사연을 다루고, 때로는 범인과의 직접적인 난투도 벌어지는 스타일이라고. 하지만 트래비스 맥기는 비슷하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트래비스 맥기는 여느 때처럼 자신의 하우스보트에서 여유로운 삶을 보내던 중, 친하게 지내던 댄서인 추키로부터 한 의뢰를 받는다. 추키의 친구인 캐서린은 애인이었던 주니어 앨런이 자기 아버지의 숨겨진 유산을 가지고 도망쳤고, 그걸 찾아달라는 것인데...
 이 트래비스 맥기라는 인물을 살펴보자면 몸 좋고 친절하며, 굳이 돈이 필요하지 않을 때는 일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하지만 트래비스가 하는 일이 상당히 뒤가 구린 일이기 때문에 굳히 좋은 사람이라 하기도 뭐하다. 그럼에도 그는 상당히 낭만적인 인물이다.
 다른 하드보일드와 마찬가지로 독고다이 같긴하나, 우울한 분위기와 반대로 뭔가 자유로운 영혼인 마냥 인생을 즐겁게 보내고, 그의 눈에 보이는 것들은 시적인 표현으로 아름답게 장식된다. 그가 도시에서의 생활상을 보며 부정적인 표현을 많이 쓰고, 하우스보트가 있는 선착장에서는 생생하고 활기찬 표현을 많이 쓰는 걸 보면 더 그렇다. 사건해결을 위해 거친 방법도 쓰긴 하지만 그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는 것도 하나의 포인트였다. 거기에 하드보일드 소설에서 보면 사건 관계자들의 사연은 듣는 걸로 끝나는데, 트래비스는 그 관계자들의 상처를 치료해주기까지 한다. 그 상처란, 바로 마음의 상처다. 그야말로 낭만 그 자체다.

 트래비스의 매력?을 더 말하자면 작중에서 여자를 많이 만나지만, 마초스러움 없이 상당히 친절하게 대하고 여성적인 매력을 추구하기 보다는 거친 세상에서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고, 누구에게 너무 의지하며 살지 않기를 추구한다. 또한 그는 상대를 동정한다는 셈치고 드라마틱한 걸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직 있는 그대로의 잘못된 점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말하고 질책한다.
 내용구성은 대체로 사건 관계자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부분이 많아서 도대체 주니어 앨런은 언제 잡는 거냐고 답답해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는 트래비스가 행하는 낭만적인 행보를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그의 행보를 보면 낭만을 잃은 자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많이 뭍어나 있었다. 그 나이대에 가장 낭만적이게 사는 모습을 상상한 것과 현실의 모습을 비교하고, 자기의 일과 관련이 많은 인물이라면 더욱히 개인의 낭만을 지켜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트래비스의 이러한 모습을 보면 하드보일드 탐정치고는 지나치게 감성적이라 상처를 많이 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낭만적인 하드보일드 탐정은 낭만을 잃은 자들에게 그들을 위한 낭만을 되찾아주고, 다시는 낭만을 잃지 않게 하기위해 노력한다. 그 부단한 노력 때문에 자기 자신의 낭만마저 상처를 입기도 한다. 하지만 트래비스는 다시 일어서서 다른이들의 낭만을 위해 다시 의뢰를 나설 것이라는 생각이든다. 이번 한 번으로 트래비스를 보내기에는 아까운 기분이 많이들어서 후속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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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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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개인이 느끼는 미칠듯한 절망감이 반영된 주관적인 비현실과 그 절망감의 영향으로 점차 흔들리는 현실이 교차 되면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게 한다. 절망노트에는 사건도 있고, 그걸 수사하는 인물도, 그리고 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다치가와 숀은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은 계속해서 같은 반이 된 고레나가 일당이다. 거기에 집에 오면 어머니는 직장을 다니고 아버지는 비틀즈에 빠져서 이 모양 이 꼴이라는 생각 뿐이다. 그래서 숀은 날마다 자신의 분풀이를 늘어놓는 절망노트를 쓰고 있다. 날이 갈수록 따돌림의 강도가 심해질 즘 숀은 한 바위를 방에다 가져다 놓고 '오이네프기프트' 라는 신으로 믿기 시작한다. 그 후, 숀을 괴롭히던 고레나가 일당이 차례차례 죽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보통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과는 달리 사건이 주체로 보이지 않고 절망적인 한 인물의 생활상이 주체로 보인다는 점과 사건해결보다는 이 인물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는 점이다. 그 동안 보아온 추리소설들과 비교해보자면 거의 일상물처럼 느껴질 법도 하지만, 따뜻한 일상이라면 모를까 살기 싫을 정도의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사건이라 해야겠다.
 그런데 안 그래도 여기저기 예측하기 힘든 요소가 많은데 여기에 또 하나 혼란을 주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다치가와 숀이 만들어낸 초자연적인 요소, 일명 오이네프기프트 님이다. 보통 추리소설과 약간 다른 느낌의 현실적인 일상에 초자연적인 요소라니. 이쯤되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따돌림이다. 지금도 학교 폭력이 문제라는데,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잔혹한 일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감정이입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니. 또 그걸 아는 입장에서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자들을 본다고 하면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타치가와 숀이 느끼는 절망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개인의 절망적인 내면과 현실을 오가면서 가까워지는 것은 범인이 아니었다. 온갖 절망을 쏟아내며 얼룩진 개인의 눈에 비친 세상과, 실제 현실에서 개인이 평가한 인물의 진실된 모습을 보며 이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게 된 더 직접적인 근원이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알게 됐다고 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만들어진 절망과 현실의 진정한 절망의 차이를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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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탈호러 1
로버트 블록 외 지음 / 서울창작 / 199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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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 전에 나왔던 책 치고는 상당한 파괴력이 느껴졌다. 괴물 같은 상상력에서 나온 세상에서 가장 파괴적인 괴물이라고 하고 싶을 정도다. 거기에 최근에 타계하신 H.R 기거의 그림들이 들어 있어서 각 단편들의 기괴한 분위기를 살리기 좋았다.

 책 뒷편에 있는 역자 후기를 보면 그 당시에 낸 책 치고는 각 단편과 작가들에 관한 해설과 대체적인 평가들이 실려 있어서 그냥 무작정 만든 단편 모음집 수준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여기에 실려있는 작가들의 다른 작품은 어떨지 궁금해질 정도였다.

흉폭한 입_고마쓰 사쿄

 분노에 찬 한 남자가 세상을 파괴할 짓을 한다며 공헌한다. 그래서 그가 준비한 것은 자동수술기계와 각종 양념과 요리재료인데...
 아마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미친 짓이 이루어지는 내용인데, 이 단편 하나로 장편에 가까운 충격을 주는 수준이라 심히 경악스럽기 그지없다. 그 동안 사람의 본질을 다룬, 폭력적이고 분노에 찬 공포를 많이 봤지만 이건...
 또한 인공장기에 대한 혐오스러운 이면도 같이 볼 수 있었다. 부분적인 것이라면 몰라도 교고쿠 나츠히코의 망량의 상자에서 나온 것처럼, 사람의 모든 것을 기계로 대체한 모습 만큼 손대면 안 되는 것은 없을 것이다.

새로운 선사시대_르네 레베테즈-코르테스

 어느 날부터 사람이 집단적으로 결합돼 버리는 사태가 발생하고, 점차 새로운 생명체로 진화해가는데...
 집단이라는 개념을 이런식으로 기괴하게 나타낸 건 처음보았다. 딱 B급 공포영화인 휴먼센터피스를 제대로 표현하면 이럴 것 같다.
 집단이 하나의 생명체로서의 기능을 하면서 사람 사이의 개인과 집단이 어떤 의미가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지금도 집단에서 개개인의 생각이나 존재가 의미 없어지고 집단 그 자체로 기능하는 요소가 되는 일이 많을 것이다. 문제는 집단이 제 기능을 하냐 못하냐 일 것이다. 개인보다 못한 집단이라면, 그리고 그 집단이 넘쳐나는 세상이라면, 제 2의 새로운 선사시대가 와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공개증오대회_스티브 알렌

 한 스타디움으로 사람들이 몰려든다. 스타디움 한가운데에는 죄수가 있고 시장은 사람들에게 죄수를 증오하라고 하는데...
 새로운 선사시대가 집단이라는 개념을 진화형태로 표현했다면, 공개증오대회는 집단의 정신적 공유가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나타나 있었다. 이전 작품보다 충격적이고 혐오스러운 표현은 없으나 집단이 개인을 죽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미래적인 것이라 그런지 다소 섬뜩했다.
 원래 직접적인 상해보다 감정적인 상해가 치료하기 어렵다고 하지 않은 가. 한 개인이 감정적 상처를 입으면 후유증이 남을까 말까 하는데, 집단, 그것도 한 도시의 전체, 더 크게 확장해 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감정적 상해를 준다면, 그 상해가 실제로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하다.

샌드킹_조지 RR. 마틴

 사이몬 크레스는 거친 애완동물을 보면서 유희를 즐기는 불한당이다. 어느 날, 크레스는 새로운 애완동물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던 중, 샌드킹이라는 걸 보게 되는데...
 미래적 배경으로 지능적인 동물로 인해 벌어지는 재난 같은 인재가 벌어지는 내용이 정말 흥미진진했다. 인간이 오만하게 신의 행새를 하다가 맞는 파멸을 보면서 신이라는 건 함부로 행세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으로서 생명을 다스리는 게 인간이 장난으로 생각할 것이 아닌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신을 원망하는 생명들이 직접 그 신을 대면할 때 일어날 참극이 실로 끔찍하다고 밖에 말할 게 없다.

지옥으로 가는 열차_로버트 블록

 철도원인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거리를 떠돌던 마틴은 한밤 중 역에서 의문의 기차에서 내린 차장을 만나 인생을 건 거래를 하게 되는데...
 그 동안 봤던 단편들 중에서 가장 잔잔하고 가벼운 내용이었다. 한 사람의 일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가 언제일까. 또 그걸 자각할 수는 있을지. 행복하다 생각하지 못하고 산다면 그거야 말로 지옥의 정체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말해도 결국 행복이란 무엇일까, 는 쉽게 정의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쉽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온갖 실패로 인한 생지옥이 펼쳐지기 이전, 그러니까 그 실패하기 이전의 과정이라면 행복한 시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지옥으로 가는 열차가 바로 모두가 염원하고 바라는 행복인 것일테다.

90억 가지 신의 이름_아서 C. 클라크

 티베트 수도승이 컴퓨터를 구입하러 미국을 방문한다. 목적은 90억 가지의 신의 이름을 효율적으로 적기 위해서라는데...
 종교와 과학(또는 동양과 서양)이 만나면서 벌어지는 내용으로 지옥으로 가는 열차만큼 전개가 잔잔하나 작가가 작가인 만큼 스케일이 장난아닌 충격적 진실이 숨겨져있다.
 작중 나오는 컴퓨터가 마크 V인데, 이게 당시로서 가장 빠른 컴퓨터라고 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컴퓨터로는 얼마나 빠르게 일이 벌어진다는 건지 상상이 안간다. 아마 먼 미래에는 1초도 안 되는 속도로 종말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면 우리가 자각하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나는 게 가능하다는 걸까...

만약 피에 주린 살인마가_로버트 셰클리

 전장에서 사망한 군인이 수술을 통해 다시 살아난다. 그런데 자기를 살린 게 잘못이라면서 화를 내는데...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것은 정말 꿈의 기술일 것이다. 그런데 이 기술이 전쟁에 쓰인다면 어떨까?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현실을 보면서 인간이 도구로 전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도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는데 만약 죽는 것도 마음대로 하지못한다면...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일지.

제로아워_레이 브래드버리

 밍크는 아침부터 침략이라는 놀이를 하느라 정신이 없다. 밍크의 엄마는 새로운 놀이를 하는 자녀가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으로 알지만, 알고보니 그 침략이라는 놀이는 미국 전역에서 아이들이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의 순수함이 역으로 작용하는 듯한 분위기로 평화로운 일상에서 외계의 침략으로 이어지는 내용이 다소 충격적이었다.
 보통 외계침략물을 보면 대체로 성인들이 동조하는 경향을 보았다. 그들은 명예를 가지고 협조하는 편이 많지만, 여러 행위들이 의심을 사기 시작하면 발각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걸 아이들에게 시키면 어떻게 될까? 그저 상상력이 풍부한 아이들의 기상천외한 놀이 정도로 밖에 취급받지 못할 것이다.

해리슨 버거론_커트 보네커트 2세

 모든 것이 평등한 세상. 조지 버거론과 부인은 텔레비전을 보던 중, 국가전복 혐의로 체포된 아들 해리슨 버거론이 방송국에 나타나 자신이 황제라고 주장하는걸 보게 되는데...
 현대에 만연해진 평등의 의미가 과연 이런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개나 소나 평등, 평등을 외치고 다니는 세상이다. 하지만 정당하게 요구하는 평등이 있는 반면 부당하게 요구하는 평등도 있을 것이다. 그런걸 다 들어주는 평등이 있다면 아마 이런 세계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평등만큼 끔찍한 것은 없을지 모른다. 만인이 외모도 평등, 능력도 평등, 힘도 평등, 심지어 생각까지 평등해진다면 그야말로 숨막히는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싶다.

블러드 차일드_옥타비아 버틀러

 틀릭인이 지구인을 소유물로 다루는 시대. 하지만 토이틀락의 지구인 보호 운동으로 보호구역도 지정되는 등, 지구인과 틀릭인 간의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어머니는 토이틀락을 혐오스럽게 보는데...
 마치 에일리언을 고차원적인 논쟁거리로 다룬 내용처럼 보였다. 영화 속의 에일리언은 거의 짐승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혐오스러워 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만약 에일리언이 사람과 같은 지능에 사람을 존중해주고 공존까지 바란다면 어떻겠는가.
 인간의 본능적인 자기방어에서 나오는 혐오감정과 가족과 같은 친근한 감정이 대립하는 걸 보며, 이렇게 어려운 논쟁은 난생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배자라던가, 무지막지한 외계 괴수라면 차라리 죽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와 가족처럼 지내고, 나를 존중하며, 나의 건강과 안위까지 신경써주는 외계생명체라면 그렇게 쉽게 죽일 수 있을까?
 외계에 대한 공포로 실려 있지만, 침략이라던가 지배적인 느낌보다는 외계와 인간 사이에서의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적인 공포라고 생각한다.

도시_레이 브래드버리

 2만년 동안 잠들어 있던 흑요석 도시. 이곳에 방문자들이 찾아오고 도시는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상당히 코스믹스러운 느낌의 단편이었다. 마치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이라던가, 아컴이 통째로 살아있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식민지 개척 당시 원주민을 학살한 개척민 사회를 비판한 것처럼 느껴졌다. 개척지의 원주민들이 학살당하고 텅 빈 땅만 남는다. 그 땅은 그저 허허벌판이겠지만, 알고보면 원주민들을 기억하고 개척민들이 벌인 이들을 목격한 산 증인이다. 만약 땅이 원주민들의 복수를 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신천지의 악몽_F.L 월레스

 개척행성에 도착한 개척민들에게 첫 날 아침부터 입고 있던 옷들이 전부 소멸된 기이한 일이 일어난다. 이윽고 범인은 행성에 가장 많이 분포된 설치류였으며 개척민들은 이들을 어떻게든 몰아내려 하는데...
 외계인이 등장하지 않으면서 외계에 대한 공포를 느낀 내용이었다. 외계를 배경으로 해서 그렇지 거의 생물의 진화를 다룬 공포나 다름없었다.
 지금의 우리도 그렇고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들은 각 환경에 적응할 수 있도록 진화해왔다. 문제는 이 진화라는 게 오랜 시간에 걸쳐서 진행된 것인데, 환경이 변화 할 때마다 그에 맞춰서 바로 진화하는 생물이 있다면 인간이 이길 수 있을까? 그리고 그 진화 끝에 나올 생명체란 과연 어떤 모습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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