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노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3년 1월
평점 :
절판


 

 한 개인이 느끼는 미칠듯한 절망감이 반영된 주관적인 비현실과 그 절망감의 영향으로 점차 흔들리는 현실이 교차 되면서 상황을 예측하기 힘들게 한다. 절망노트에는 사건도 있고, 그걸 수사하는 인물도, 그리고 범인도 분명히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는 사건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다치가와 숀은 학교에서 집단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가해자들은 계속해서 같은 반이 된 고레나가 일당이다. 거기에 집에 오면 어머니는 직장을 다니고 아버지는 비틀즈에 빠져서 이 모양 이 꼴이라는 생각 뿐이다. 그래서 숀은 날마다 자신의 분풀이를 늘어놓는 절망노트를 쓰고 있다. 날이 갈수록 따돌림의 강도가 심해질 즘 숀은 한 바위를 방에다 가져다 놓고 '오이네프기프트' 라는 신으로 믿기 시작한다. 그 후, 숀을 괴롭히던 고레나가 일당이 차례차례 죽기 시작하는데...
 이 작품은 좀 특이한 구석이 있는데, 보통 탐정소설이나 추리소설과는 달리 사건이 주체로 보이지 않고 절망적인 한 인물의 생활상이 주체로 보인다는 점과 사건해결보다는 이 인물이 어떻게 될까 궁금해지는 점이다. 그 동안 보아온 추리소설들과 비교해보자면 거의 일상물처럼 느껴질 법도 하지만, 따뜻한 일상이라면 모를까 살기 싫을 정도의 일이 연이어 일어나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라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현실적인 사건이라 해야겠다.
 그런데 안 그래도 여기저기 예측하기 힘든 요소가 많은데 여기에 또 하나 혼란을 주는 요소가 있었다. 바로 다치가와 숀이 만들어낸 초자연적인 요소, 일명 오이네프기프트 님이다. 보통 추리소설과 약간 다른 느낌의 현실적인 일상에 초자연적인 요소라니. 이쯤되면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가 있는지 없는지도 알 수 없게 된다.
 사건도 사건이지만, 이 작품에서 가장 눈여겨 볼 점은 따돌림이다. 지금도 학교 폭력이 문제라는데, 옆나라 일본도 마찬가지다. 어른들이 모르는 곳에서 벌어지는 온갖 잔혹한 일들이 적나라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감정이입이 안 될 수가 없었다. 그것도 한 명도 아니고 여러명이니. 또 그걸 아는 입장에서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자들을 본다고 하면 얼마나 속이 터지겠는가. 타치가와 숀이 느끼는 절망이 그대로 느껴져서 읽기 힘들지도 모른다.
 개인의 절망적인 내면과 현실을 오가면서 가까워지는 것은 범인이 아니었다. 온갖 절망을 쏟아내며 얼룩진 개인의 눈에 비친 세상과, 실제 현실에서 개인이 평가한 인물의 진실된 모습을 보며 이런 비현실적인 일이 일어나게 된 더 직접적인 근원이 가까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모든 걸 알게 됐다고 해도 안심하기는 이르다. 만들어진 절망과 현실의 진정한 절망의 차이를 알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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