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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가 - 개정판 ㅣ 스토리콜렉터 40
미쓰다 신조 지음, 현정수 옮김 / 북로드 / 2025년 4월
평점 :
집이란 일종의 첫 인상 같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거주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가까이 하고 싶어지거나, 때로는 보기 싫은 꺼림직한 것이 되기도 해서 그렇다. 첫인상이란 한 번 정해지면 쉽게 바뀌지 않듯이 거주하는 사람이 떠나도 집의 이미지가 바뀌지 않기에 흉흉한 이름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경우와 반대 되는 일이 생길 수 있을까? 거주하는 집이 어떤 곳이냐에 따라 그곳에 사는 사람의 인상이 정해진다고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도쿄에 살던 히비노 쇼타는 나라 현에 위치한 안라 시로 이사가게 된다. 쇼타는 가족과 함께 있을 때면 종종 무서운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 같은 것을 느꼈는데, 이사갈 집으로 가는 내내 그게 찾아온 것이다. 집은 주택단지를 조성하려다가 방치된 산 속에서 유일하게 완공된 곳이었고, 구조 역시 용도를 알 수 없는 곳이 상당수 있다보니 쇼타의 불안은 계속 이어진다. 그러던 중, 산 아래 맨션에 사는 코헤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되면서 도도산과 뱀신에 얽힌 저주를 알게 되는데...
개인적인 고민을 가진 소년을 중심으로 하는 일가족 이야기처럼 보이면서도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계속 맴돌며 긴장감을 준다. 이 긴장감 있는 흐름은 완급 조절에 상당히 신경쓴다는 느낌이다. 과한 무게감을 주지 않으려 중간마다 분위기를 풀어주면서도, 완전히 안심하지 못하게 불길한 뒤끝을 남겨두는 스타일이라 그렇다. 전반적인 공포 테마가 뱀과 관련 있다고 알게 되니 이러한 완급 조절 방식이 이렇게 보이기도 하다. 어디에 숨어있는지 모를 뱀에게 공격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
공포의 실체를 밝혀내는 미스터리 형태를 가진 내용인데도, 주인공이 어린아이라 그런지 상당한 제한이 걸린 채로 진행된다. 그래서 조사할 수 있는 범위나 생각의 발상이 좁은 편이고, 전문적인 분야에 접근하기 어렵게 나타난다. 호러미스터리에서 공포 비중을 더 높게 나타낸 경우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미스터리 쪽을 선호하는 편이라면 다소 호불호가 있을만 하다. 단서가 있어도 조사가 시원치 않거나 더디게 진행되서 답답하게 보이고, 뭔가가 진행되도 즉흥적으로 일이 풀린 것 같다는 인상을 줘서 그렇다. 그래도 공포영화에서 간혹 나오는 추리를 표방하다가 흐지부지 끝난 경우처럼 실망할 일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도도 산과 뱀신에 얽힌 저주에 대한 부분은 상당히 섬뜩하게 잘 나타냈다. 민속학적인 분석은 앞에서 간략하게 다루고. 대체로 저주에 영향을 받은 이들로 인해 벌어지는 무서운 상황을 보여준다. 특히 낯선 집에 이끌려 들어간 상황이 두 번 나오는데, 비슷해 보여도 서늘한 공포와 뜨거운 공포의 차이를 준 묘사는 여러모로 주목할 부분이다. 뱀은 파충류에 해당되고, 파충류는 변온동물이라 온도에 민감하다는 부분을 공포 요소로서 반영한 것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서늘함은 낮은 온도에서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처럼 감각을 차단하는 암흑 속의 공포라면. 뜨거움은 마치 적정 온도로 체내가 따뜻해져 활발해진 것처럼 불쾌함이 가득하게 직접적으로 덮쳐오는 경우라고 말이다. 공포 소재로서의 뱀은 다소 뻔하게 사용되기 쉬운 면이 있다고 여긴 편인데, 작가는 그런 단점이 부각되지 않게 최대한 활용하려 했던 걸로 보인다.
마지막에 밝혀진 집에 숨겨진 공포의 실체는 상당한 충격을 준다. 어떻게보면 흔히 생각하는 흉가 공포의 틀을 깬 것에 해당된다. 집에서 무언가 나온다. 집 그 자체가 흉흉하게 변모해 덮칠 것이다. 많이 봤던 형태가 오히려 편견으로 작용해 생각지도 못한 헛점을 노린거나 마찬가지다. 스타일이 다른 작품을 읽을 때마다 느끼는 부분이지만 작가는 공포 장르에 대한 이해가 깊고, 그 만큼 다양한 변주를 만들어내 활용하는 면이 뛰어나다는 걸 느낀다.
미스터리 소설을 읽다보면 간혹 이런 걸 느끼고는 한다. 눈 앞에 뻔히 보이는 걸 너무 어렵게 받아들였다. 이 소설도 그런 경우에 해당되는데 미스터리 소설과 공포소설의 차이점 때문에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보통 미스터리 소설에서 이걸 깨닫는 순간은 해결에 해당되서 마무리 짓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반면 공포소설은 거기서부터 본격적인 시작이라는 인상을 주며 결말이 났는데도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꺼림직함을 길게 남긴다. 이 소설은 그런 마지막의 꺼림직함을 폭발하듯이 극대화 시키는 걸 노렸다고 할 수 있다. 미스터리 소설에서 탐정의 추리와 반전이 핵심이라면, 공포소설은 이렇게 짙게 배어나며 오래남는 꺼림직함인 것이다. 그렇기에 공포 장르란 마지막 핵심을 보여줄 때까지 분위기가 끊기지 않게 끌고 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제대로 못하면 사이드에 해당되는 곳에서 전부 보여주고, 결말이 흐지부지 되는 일이 발생한다고 본다.
여기서 언급된 타츠미 가와 햐쿠미 가의 자세한 부분은 작가의 다른 소설에서 메인으로 다루어졌다고 하니 기회가 된다면 읽어볼 생각이다. 이 소설에서 자세히 다루어지지 않은 뱀신의 정체란 무엇이고, 어떤 연결성을 가지는지 상당히 궁금하다. 어쩌면 이 소설은 뱀의 꼬리에 해당되고, 그 다른 소설은 머리에 해당되는 걸지도 모르겠다.